사기성 사모펀드로 수천억원대 피해자를 낳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창립자, 이혁진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은 “금융 사기 사건”이라며 문재인 정부와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현재 미국에 있다고 밝힌 이씨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18일 녹음)에 출연해 본인도 피해자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옵티머스 1대 대표 이혁진씨는 2대 대표 김재현씨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회사를 빼앗겼다고 주장해왔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고, 18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 특보를 맡은 이력 등이 있어 ‘여권 인사’로 분류됐다. 2018년 3월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횡령 혐의로 고소됐는데, 돌연 미국으로 출국해 ‘도주’ 의혹을 받았다.

이씨는 방송에서 본인은 피해자이며, 현 정권과 연관시키는 의혹들은 모두 ‘정부를 무너뜨리는 술책’이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정권과 연계된 게 아니고 ‘모피아’와 ‘법비’들이 사기꾼과 만났을 때 발생한 최악의 금융 사기사건”이라는 주장이다. 최소 20명에서 많게는 40명의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 10월1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 10월1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사건 주범으로는 양호 전 옵티머스 회장, 김재현 전 옵티머스 대표, 김재현을 처음 소개해 준 고등학교 후배,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 및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꼽았다. “이헌재와 양호는 경제공동체였다”며 “정영제와 김재현과 같이 공조해가면서 자기들 잇속을 챙기며 사기 사건의 전형적인 역할분담을 했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이 사람들’의 커다란 그림은 대한민국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정권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큰 그림 하에서 문재인 정부를 타격하고 간악한 프레임으로 정권을 탈취하려고 하는 걸, (2017년도에) 양호 전 회장의 카카오톡에 있는 카카오스토리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호 전 옵티머스 회장, 김재현 전 옵티머스 대표, 정영제 전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가 ‘주범’이 되어 펀드 사기 그림이 그려졌다고 주장했다.

윤석호 전 옵티머스 사내이사의 배우자인 이진아씨가 전직 청와대 행정관으로서 정관계 로비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반박했다. 이씨는 “이진아 변호사는 제가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다”면서도 “일개 행정관이 얼마나 뭘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진아 개인의 일탈이었지 정권 차원의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걸 자꾸 정권 문제라고 호도하는 건 언론에서 잘못 방향을 잡고 있는 거다. 단순한 사기꾼들 행각일 뿐”이라며 “자꾸 청와대 행정관이니 민주당 출마했던 사람이니 누구랑 친하니 (하는데) 그럼 제가 김무성 (전 새누리당, 현 국민의힘) 대표랑 친해서 김무성 대표도 사건에 연루됐다고 한다면 그 사람이 펄쩍 뛸 것”이라 말했다.

이씨는 ‘검찰 조사를 받는 중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길을 수행하다 미국으로 도피했다’는 본인 관련 의혹도 부인했다. 김재현 전 대표와 경영권 다툼 중이던 2018년 3월21일 주주총회장에서 쫓겨난 상황에, 다음날인 3월22일 문 대통령의 베트남 일정에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류현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동행한다는 말을 듣고 “(최 위원장과 류 장관에게) 하소연을 해야겠다 (생각)해서 무작정 따라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 한 차례도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라고 오라고 하거나 그런 걸 회피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언론 인터뷰에 계속 응하겠지만, 당장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많은 범인들이 잡히고 일탈을 한 사람들이 다 드러나게 될 거다. 그러면 저에 대한 의혹도 풀릴 것이다. 그런 시점이 자연스럽게 올 것이기 때문에 그때 가서 증언하겠다”는 것이다.

이씨 인터뷰를 전한 김현정 앵커는 “사건의 당사자, 어떻게든 이 사건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과의 직접 인터뷰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해서 들려드렸다”고 인터뷰 취지를 밝힌 뒤 “물론 이혁진 씨의 주장이라는 점은 감안하고 받아들이시면 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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