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무엇이 문제인가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무엇이 문제인가
[해설] 상법 개정안은 언론피해 구제 논의의 시작점…‘언론자유 침해’ 주장만으로는 반대 명분 부족, 다른 법·제도 통해 ‘언론 보도에 의한 정신적 고통 위자료 기준’ 세워야 

한국기자협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현업 3단체가 지난 7일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응TF’ 구성에 합의했다. 지난달 23일 법무부가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 범위 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전면 도입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다. 지난 6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실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때보다 언론계가 받아들이는 ‘위기감’은 꽤 높다. 

지난 13일 MBC ‘100분 토론’에선 언론보도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두고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토론에 나섰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배가 아니다. 고의·중과실이 확인되는 명확한 가짜뉴스에 대해서만 피해액의 다섯 배 범위에서 책임을 묻게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4년 전 국정농단 보도를 언급하며 “언론이 비선 실세를 밝혀낼 때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었다. 징벌적 손배가 도입되면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사회자인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가 “징벌적 손배가 두려워 중요하다고 생각한 보도를 포기한다는 건 저널리즘 원칙상 맞는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되묻자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지금도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령을 수행하려는 기자들이 많이 위축되어 있는데 거기서 ‘리스크 감수하고 취재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행법으로도 기자들 위험부담이 크다. 언론중재위부터 민사·형사소송에 기자 (월급) 가압류까지 우리나라처럼 언론 보도 피해구제 절차가 잘 되어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노웅래 최고위원은 “현행 법·제도로는 피해구제를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가짜뉴스 생산·유통을 막을 방법이 없어 개정하자는 것”이라며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을 겨냥한 듯 “유명한 전직 정치인 출신 유튜버가 있다. 가짜뉴스를 매일 쏟아내며 억대의 수입을 얻고 있다. 아무리 고발해도 수백만 원 벌금 내면 끝이다”라며 이번 상법 개정안이 ‘언론검열법’이 아닌 일종의 ‘가로세로연구소 금지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언론보도 피해자 입장에선 (배상액이) 변호사 비용도 안 나온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배상액 판단은) 판사들의 몫이라 우리가 어찌할 수 없다”고 밝히며 “징벌적 손해배상 논쟁은 소모적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언론개혁 틀 안에서 논의하는 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웅래 최고위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언론을 입막음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논의는 헛바퀴를 돌았다. 

이런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감정적으로, 또는 정파적으로 소비되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해 서초동 촛불집회에서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강조된 이후 한쪽에선 언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언론개혁의 상징처럼 받아들이고, 한쪽에선 언론자유를 침해할 악법으로 규정하며 정부 차원의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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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의 공적 보도에 위협이 될까 

제도 도입을 놓고 엇갈리는 주장을 따져보자.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의 공적 보도에 위협이 될 것인가다. 언론계는 현행 법·제도만으로도 언론인은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정훈 언론노조위원장 역시 “기자 개인 급여까지 가압류 하는 시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기사를 쓰지 말라는 것”이라며 “도입에 부정적이다. 지금 법·제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피해구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언론소송은 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116건이었던 매체별 민사소송 건수는 2019년 334건으로 늘었다. 2008년 954건이었던 조정사건도 2019년 3544건으로 매해 증가세다. 건수만 보면 정말 위기 같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체 수의 증가를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 인터넷매체 증가는 소송 증가와 연관이 있다. 2019년 기준 소송대상의 60% 이상이 인터넷매체다. 반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신문과 방송의 소송 건수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었다.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연구팀장(변호사)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하는 ‘신문과방송’ 10월호에서 최근 10년간 언론 관련 사건 민사판결분석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한, 언론사는 매년 2건 중 1건 이상의 소송에서 이겼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6년간은 3건 중 2건을 이겼다”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 손해배상 인용액의 평균값과 중간값도 최근으로 올수록 줄어들고 있다. 손해배상 인용액 평균값은 2010년 2424만 원에서 2019년 1464만 원으로 줄었고, 중간액도 2010년 1000만 원에서 2019년 500만 원으로 정확히 절반 줄었다. 

양재규 연구팀장은 “현재의 원고승소율, 손해배상 인용액 모두 1990년대나 2000년대와 비교할 때 오히려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1990년부터 2004년까지 15년간 평균 손해배상 인용액은 4141만 원, 중간액은 3000만 원이었다. 2001년에는 무려 5743만 원의 평균 손해배상 인용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분쟁 건수만 늘었을 뿐, 소송 결과는 언론사에 유리하게 나오고 있다”고 판단한 이유다. 

양재규 연구팀장은 “언론은 항상 법적 분쟁이라든가 소송 결과에 관해 ‘소송 남발’, ‘언론자유 위축’, ‘비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며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과도한 우려를 표출하는 면이 없지 않았다.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 또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불거진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논의가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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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신문과방송’ 10월호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언론자유를 침해할 독소조항이 될지,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끌어내고 인격권 침해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될지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무책임한 언론 보도로 인한 개인의 인격권 침해 폐해가 심각할수록, 법적 책임을 강화해 언론의 책임성을 강제해 내려는 입법적 시도와 사회적 압력은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김지미 변호사는 지난 15일 TBS ‘정준희의 해시태그’에서 “언론의 신뢰도를 봤을 때 징벌적 손배를 도입할 시기다. 다만 이것이 언론의 자유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교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상법 개정안에 대해 “언론사도 기업이고 상인이기 때문에 포함된 것이지 언론사를 타깃으로 한 법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 보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면 500만 원 이하 인용액이 50% 이상인 상황에서 (실제 피해액의 5배를) 징벌적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도 밝혔다. 

김지미 변호사는 “법원이 공인 관련 보도에 대해선 악의성 입증을 요구하고 있다. 권력 감시 보도의 경우 법원에서 악의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지금도 폭넓게 면책(위법성 조각사유)을 인정하고 있는 공인 관련 보도에 대해선 (손해배상) 인용 가능성이 훨씬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의 쟁점은 보도행위에 위축이 되느냐 안되느냐보다, 지금 언론에게 ‘위축 효과’를 주는 것이 정당한지 여부일 수 있다. 

정준희 겸임교수는 이날 같은 방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대한 언론계 반응을 두고 “언론인들은 개가 주인에게 목줄을 묶어달라는 상황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비유하며 “국가규제가 필요한 상황을 대놓고 환영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언론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있는 상황에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정준희 겸임교수는 “(과거엔) 언론이 강력한 국가에 대항해 시민의 권리를 대행해준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언론은 여전히 시민의 대행자를 자처하며 능력없음을 감추고 있다”고 지적하며 “징벌적 손배제 도입은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무책임했던 일들을 바로잡는 중요한 계기다. 언론도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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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언론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은 언론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일단 법조계에선 상법 개정안을 두고 보도행위를 상거래로 취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이 있다. 상법상 상인이 하는 건 상행위다. 언론사의 경우 광고영업은 상행위가 되겠으나 취재·보도행위는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도 해석은 엇갈릴 수 있다.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인 김준현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지금껏 업종의 특수성과 고의·중과실 유형에 따라 특별히 가중처벌해 예방효과를 유도해왔는데 전반적 확대는 당황스러운 면이 있다”고 전제한 뒤 “취재·보도를 영업 목적의 상행위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익적인 목적도 있는데 자동차 파는 기업의 상행위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법상 뉴스타파 같은 비영리 언론사의 경우 보도가 상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공영방송 KBS의 취재·보도는 상행위로 볼 수 있을까.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만약 비영리 가짜뉴스 유포 단체가 있다면, 상법상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릴 수 없을 수 있다. 이처럼 소유구조에 따라 ‘상행위’ 판단 여부가 달라져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상법 개정안에는 고의·중과실이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 기준인데 고의의 경우 판단이 가능할 수 있어도 중과실 여부는 판단이 쉽지 않거나 판사마다 판단에 편차를 보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김준현 변호사는 “그동안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에 대해선 가중적 손해배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고 밝힌 뒤 “상법에서 일반적으로 (징벌적 손배를) 정하더라도, 언론에 대해선 언론중재법을 통해 (징벌적 손배에 해당하는) 불법·금지 유형을 구체화 시킬 필요가 있다. (징벌적 손배) 면책 조항도 고민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 이후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준현 변호사는 특히 “(상법 개정안이) 다른 법보다 우선한다고 나와 있는데 이 경우 언론중재법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변 김지미 변호사는 15일 방송에서 “징벌적 손배가 도입되면 오히려 소송이 줄어들 우려도 있다. 민사의 경우 소가(배상 청구액)가 높아지면 소송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고의·중과실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금보다 배상액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무작정 소송에 달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판단을 할 수 있는 만큼 재판부가 오히려 지금보다 보수적으로 판단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언론 보도에 따른 위자료 산정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교통사고로 사람이 사망했을 때 위자료 기준이 1억이다. 판사들은 대게 이를 기준으로 위자료를 산정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언론 보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사망 위자료보다 높게 측정하긴 어렵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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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변호사는 “실제 손해액의 3배든 5배든, 언론 보도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정신적 고통의 기준이 없다. 사회적 지위 여부나 악의성 등을 판단해 최소 얼마라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언론 보도 피해구제는) 위자료를 상향해주면 된다”며 상법 개정안이든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든 어떤 법에서든 “위자료 산정을 언론사 매출액의 몇 퍼센트를 기준으로 한다, 이런 식으로 구체화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출액으로 언론 보도의 영향력을 판단해, 피해액을 물린다는 발상이다. 

정준희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겸임교수는 15일 방송에서 “SBS ‘찐빵소녀’ 사건 같은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었다면 (방송사가) 훨씬 큰 처벌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하며 “징벌적 손배제는 문제해결의 종착점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제도가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는다. 제도는 문제의식의 표현이고, 이것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설계하는 과정이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이 오용되지 않을 보완점을 제시해야 한다. 실질적 피해구제 방식을 늘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언론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다. 그러나 언론 신뢰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언론 피해구제 제도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가짜뉴스 방지법 VS 언론자유 침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지금은 실효적인 피해구제방안과 함께 언론자유를 위협할 상황을 보완하는 식으로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는 제도를 설계해야 할 시기다. 예컨대 징벌적 손배가 도입되면 ‘이중 형벌’ 지적을 감안해  사실 적시 명예훼손 처벌은 이번 기회에 없애야 한다. 기자 개인을 상대로 한 급여 가압류에 대한 대응 방안이나, 징벌적 손배제 면책범위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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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0-19 17:00:54
세계는 한국 언론의 신뢰도를 꼴찌로 보고 있다. 그대신 언론 자유지수는 상대적으로 높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간단하다. 기자가 대주주(재벌/대기업/건설회사/기득권/우리사주조합<조합의 이익이 최우선>)만 믿고 가정/추측성 기자를 남발하는 것이다. 즉 아무 책임감(회사가 보호) 없이 기사를 쓴다. 이는 사회적 공기가 할 짓이 아니다. 그동안의 그대들이 했던 행위를 반성은 안 하고 비난만 하고 있는가. 마치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더 크게 확장되면 파시즘이 된다)를 보는 것 같다.

스타듀 2020-10-19 13:42:00
재벌이 광고료 명목으로 던져주는 월급 몇푼 받겠다고 대놓고 가짜뉴스를 자기 이름넣고 올렸으면 집한채 정도는 날릴 각오해야 하는거 아닌가? 최소한 기자 몇명 정도는 패가 망신해야 지금처럼 대놓고 장난을 못치지. 기자 카르텔 뒤에 숨어서 보호받으며 너무 장난질을 쳐대니 국가적 에너지 낭비가 너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