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전 MBC 사장 선임 직후 단행돼 당사자들의 ‘보복 인사’ 반발을 샀던 2017년 특파원 소환 조치에 법원이 부당전보를 주장한 직원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는 지난 15일 2017년 MBC 도쿄 특파원으로 부임했던 강아무개 기자가 M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MBC는 부당전보에 대한 손해배상금 58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MBC가 강 기자를 특파원 파견 4달 만에 본사로 소환한 조치를 부당전보라고 판시했다. 또 소환 통보 후 특파원들의 뉴스 보도 업무를 중단시키고, 본사 귀임 후엔 뉴스데이터팀으로 발령 내 단순 자료 입력 업무를 맡긴 것도 부당 전보라고 밝혔다.

2017년 8월 도쿄 특파원으로 부임한 강 기자는 부임 4개월 만인 그해 12월 본사로부터 소환 조치 통보를 받았다. MBC는 당시 특파원 12명 전원에 소환 조치를 내렸고, 강 기자는 2018년 3월5일 본사로 복귀했다.

▲MBC 사장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2017년 11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당시 MBC 사장이 파업 중인 MBC 기자들과 타 매체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무시하고 발길을 돌려 나가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MBC 사장 해임안을 소명하기 위해 2017년 11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를 찾은 김장겸 당시 MBC 사장이 파업 중인 MBC 기자들과 타 매체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무시하고 발길을 돌려 나가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강 기자는 복귀 전인 2월경 특파원 소환이 정권 교체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환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글을 썼다. 그는 “1노조(언론노조 MBC본부) 선후배들과 동료들이 월급 못 받고 차가운 바닥에 앉아 농성할 때 특파원 체재비까지 받아가면서 살았으면 조용히 있지 무슨 글을 쓰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 회사와 뉴스가 진정으로 발전하려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을 자유가 직장에서 보장되고, 서로를 존중하는 다양성이 살아있는 직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당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은 김장겸 전 MBC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9월4일부터 70일 넘게 파업했다. 보도 공정성·방송 공익성 훼손, ‘2012년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부당 전보와 징계 등이 사유였다. 노조는 2012년에도 당시 공정성 훼손 논란을 일으켰던 김재철 전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70여일 파업했지만 파업을 주도한 직원 일부가 부당해고됐고 그외 참가자 다수는 부당징계를 받거나 부당 전보됐다.

김장겸 전 사장은 2017년 노조가 다시 파업을 단행한 후인 11월13일 해임됐고, 한 달 후 12월8일 2012년 파업의 해직자였던 최승호 전 사장이 선임됐다. 이후 특파원 12명에 대한 전원 소환 조치가 이뤄졌다.

법원은 “원고(강 기자)와 원고 가족이 체류한 기간은 7개월여에 불과한데, 7개월의 기간 적응에 필요한 몇 개월과 다시 귀국할 준비를 하는 몇 개월을 고려하면 가족과 함께 주거 목적으로 부임하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라며 “원고가 체결한 도쿄의 주택임대차 계약기간과 주차장 계약기간 등을 고려할 때 최소한 1년 가량의 체류기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최승호 사장을 비롯한 MBC의 새 경영진은 취임 무렵 기존 경영진이 2012년 파업에 가담했거나 제1노조에 가입 활동한 다수의 근로자들을 인사상 불리하게 취급한 것이 부당하다고 보아 이를 시정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도 밝혔다. 또 “각국 특파원의 기존 체류기간의 차이, 특파원의 가족동반 여부, 해외지사의 존치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비교 형량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복귀 명령을 내리게 된 것에는 기존 특파원을 교체하려는 의도를 모든 파견국가에 전체적으로 즉시 적용하려 했던 문화방송의 조급함이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고 판시했다.

▲2012년 김재철 전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2012년 김재철 전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 모습. 사진=미디어오늘

 

강 기자는 소송에서 12월19일 특파원 소환 통보 후 귀국 전인 2018년 3월5일까지 4개월여간 MBC가 뉴스 보도를 중단시키며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사 복귀 후인 4월16일부터 2019년 8월29일까지 뉴스데이터팀으로 전보해 과거 파견직원이 하던 단순 자료 입력 업무를 맡겼다고도 했다.

법원은 이에 “4개월 가량 특파원 직무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한 것으로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제1노조 소속 직원들은 조직개편과 팀 개편 절차 속에서도 자기 직무를 모두 부여받고 있었기에 원고는 다시 한 번 직장 내에서 소외당하고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뉴스데이터팀 전보에 대해 “복사와 첨부가 업무의 대부분인 단순입력 위주의 작업을 특파원 출신의 중견 기자에게 담당토록 한 것은 원고의 자존감을 허물어뜨리고 회사 경영진의 조치에 순응시키려 한 부당전보행위”라 밝혔다.

법원은 이에 따라 특파원 조기소환에 대한 위자료로 2500만원, 특파원 직무 배제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300만원, 조기 소환 후 직무 미부여에 대한 위자료로 300만원을 책정했다. 뉴스데이터팀 부당전보에 따른 위자료는 700만원으로 정했다. 최소 1년 특파원 체제 기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간주해, 체류하지 못한 5개월 분의 체재비, 자녀 학비, 주거비 등 2000여만원 손해배상도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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