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라임 사건)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야당 인사에 금품로비를 했고, 현직검사에 접대했다는 입장문을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변호사가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니 강기정 전 정무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고 김 전 회장을 회유했다고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신문이 김 전 회장의 옥중 입장문을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서울신문은 16일 오후 온라인 기사 ‘[단독] ‘라임’ 김봉현 “현직 검사·야당 유력 정치인 상대 수억원대 로비했다”’에서 이같이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입수한 김 전 회장의 자필 입장문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검사 출신 A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서울신문이 공개한 김 전 회장의 자필 입장문을 보면, 김 전 회장은 “A변호사는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건 담당 주임 검사였다”며 “라임 사건이 A변호사 선임 후에 수사가 더 진행이 안 됐다”고 썼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그는 라임 사태가 터진 지난해 7월 A변호사와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룸살롱에서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얼마 뒤 꾸려진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이 체포된 지난 4월23일 A변호사가 경찰서 유치장을 찾아와 ‘자신의 얘기나 전에 봤던 검사들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수사팀과 의논 후 도울 방법을 찾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서울신문에 의하면, 김 전 회장은 A변호사가 지난 5월초 다시 찾아와 ‘서울남부지검 라임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 보고 후 조사가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은 “A변호사는 처음 (제가) 검거 당시 첫 접견 때부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고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고 했다”면서 “지금 (서울남부지검) 합수단(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여당에서 해체해버려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가 합수단 역할을 하고 이번 사건에 윤 총장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하면서 ‘네가 살려면 기동민(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좋지만 꼭 청와대 강기정 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고 서울신문은 썼다.

이밖에 야당 정치인들 상대 로비와 관련, 김 전 회장은 “라임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와 관련해서 검사장 출신 야당쪽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지급한 후 실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게 로비를 했고 (검찰) 면담 조사에서 얘기했음에도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오직 여당 유력 정치인들만 수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고 서울신문은 썼다.

김 전 회장은 또 “당초 두 명의 민주당 의원은 소액이라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검찰총장이 ‘전체주의’ 발표 후 당일부터 수사 방향이 급선회해 두 사람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총장이 “민주주의의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한다”고 발언한 것은 지난 8월3일 신임검사 임관식 때다.

언론에 직접 입장을 밝히려 한 이유를 두고 김 전 회장은 “나도 처음엔 조국 전 법무장관 사건들을 보면서 모든 걸 부인한다고 분노했는데, 내가 언론의 묻지마식, 카더라식 토끼몰이 당사자가 되어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를 직접 경험해 보면서 대한민국 검찰개혁은 분명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모든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라임 ‘전주’이거나 ‘몸통’이 절대 아니라며 “실제 라임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고 실제 몸통들은 현재 해외 도피 중이거나 국내 도주 중”이라고 주장했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26일 오후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26일 오후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어졌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서면브리핑에서 “김 전 회장의 입장문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기획수사’와 ‘선택적 수사’의 민낯을 보여준 사례로 매우 충격적”이라며 “법무부는 라임사태 수사 진행 과정 전반에 대한 즉각적인 감찰을 실시하고, 해당 검사들을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대변인은 “야당에서 ‘권력형 게이트’ 라고 규정한 라임 사태가 진실은 ‘검찰과 야당의 커넥션’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검찰은 라임사태의 수사 진행과정에서 윤석열 총장의 개입은 없었는지, 수억원 대 로비를 받은 검사장 출신 유력 야당 정치인이 누구인지, 김봉현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현직 검사가 누구인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대변인은 “검찰에 의해 사건의 진실이 조작되고, 검찰 로비를 통해 수사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돌려질 수 있음을 보여 준 이번 사건은 공수처 설치가 왜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봉현 회장이 강기정 정무수석에게 청와대에서 돈을 주었다는 기사와 강기정 수석의 반박을 보면서 조작가능성이 의심되었는데, 그게 사실로 드러날 것 같다”며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총장이 가족사건은 외면하고, 라임과 옵티머스 사건에 총력을 기울여 반전을 시도할 것 같다는 우려는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었는데, 이 폭로가 그 우려를 현실화시킬 수도 있겠다”며 “사실관계가 더 밝혀져야 한다”고 썼다. 그는 “법사위에서도 이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투자 경위를 철저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공공기관의 해당 펀드 투자 경위를 철저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며 “펀드 투자로 인한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투자와 관련한 결정이 적절했는지 허술한 점은 없었는지 등을 정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고위공직자나 여권 관계자들 투자 여부에 대통령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필요한 수사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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