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머니톡’이 보험업체 판촉 방송 논란을 빚기 전부터 내부 심의 결과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EBS는 문제를 알고서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EBS로부터 제출받은 EBS 내부 심의 자료에 따르면 EBS 심의실은 지난 8월 두 차례 ‘머니톡’의 문제를 지적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지난 7일 EBS 머니톡이 키움에셋플래너의 보험 영업을 위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방송이라고 보도했다. 키움에셋플래너 협찬으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 업체 소속 직원들이 전문가로 출연하고, 시청자 재무설계·보험상담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기만적으로 수집해 자사 보험설계사들에게 마케팅비 분담금 명목으로 건당 7만~8만원에 판매했다. 논란이 되자 EBS는 프로그램을 19일까지만 방영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EBS ‘머니톡’ 보고 상담했더니 개인정보 팔아 8만원]

지난 8월24일 EBS 심의실은 ‘머니톡’ 제작진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46조 제 4항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주도록 프로그램을 제작 구성하면 안된다’는 조항을 준수하여 제작할 것”을 요청했다. 

▲ 김명중 EBS 사장과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
▲ 김명중 EBS 사장과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러면서 EBS 심의실은 “(보험업체 상담) 전화번호가 6차례 이상 노출되고 있는데 협찬주와 관련되거나 상담자의 인적사항이 협찬사에 전달되어 영업행위에 이용되지 않도록 주의, 관련시 전화번호 삭제 필수”라며 “출연자의 편향성 및 협찬주와의 관계에 주의요망,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

문제가 개선되지 않자 8월31일 EBS 심의실은 “보험방송 프로그램에서 콜센터 노출이 가지는 광고 위험은 지난 편 심의에서 지적한 바 있으니 참고바람”이라고 했다. 

또한 EBS 심의실은 재무 전문가로 출연하는 해당 보험업체 소속 패널에 대해  “재무 상담가로 출연하는 만큼  ‘저희  증권사로 이전하여’와 같은 표현은 프로그램의 객관성 침해요소 있으므로 녹화시 사전 주의 전달 또는 편집시 거르는 것이 좋을 것”을 지적했다.

EBS 내부 심의에서 특정 보험업체로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반복적으로 띄운 것과 보험사 소속 전문가가 출연해 자사에 대한 홍보를 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것이다. 다만 EBS 심의실은 방송 내용만 심의하는만큼 실제 시청자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

▲ EBS '머니톡' 화면 갈무리.
▲ EBS '머니톡' 화면 갈무리.

 

▲ EBS '머니톡' 화면 갈무리.
▲ EBS '머니톡' 화면 갈무리.

15일 EBS 국정감사에서 정필모 의원이 EBS ‘머니톡’ 문제를 지적하자 김명중 EBS 사장은 사과했다.
 
프로그램 폐지 배경을 묻는 질문에 김명중 사장은 “매우 심각하게 문제를 인식했다. 하루라도 빨리 문제 개선하고자 폐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정필모 의원은 “구체적인 (폐지) 이유를 대지 않았다. 적당히 얼버무리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필모 의원이 “EBS의 공신력을 사실상 민간업체에 팔아넘겼다”며 “(홈페이지에서) 머니톡 프로그램을 클릭해서 상담화면으로 넘기면 업체 URL로 넘어간다. 시청자들이 보면 EBS 화면인지 그 회사 화면인지 모른다. 공영방송이 이런 식의 기만적 상술 쓰는 프로그램을 사기업과 같이 만든다는 게 말이 되나. 다른 방송에서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명중 사장은 “의원님 지적대로 시청자 눈높이대로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못했음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 지적에 대해 한쪽으로는 뼈아픔을 느끼면서도 감사함을 전한다”고 밝혔다.

정필모 의원은 “전부 진상조사해서 책임자 문책하고 차후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편성, 기획 과정에서 시정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며 “EBS 라디오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지금도 매일하고 있다. 똑같이 폐지하라”고 했다.

개인정보 문제와 관련 정필모 의원은 “해당 업체에서 DB(상담 개인정보)를 보험설계사에게 7만원씩 받고 파는 거 알고 있었나”라고 묻자 김명중 사장은 “전혀 몰랐고 최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고 답했다.

한편 정필모 의원은 EBS에 ‘머니톡’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했으나 EBS는 제출하지 않고 있다. 김명중 사장이 “비밀유지 조항 때문”이라고 하자 정필모 의원은 “직접 제출을 못하더라도 내용은 알려줘야 한다. 유감이다”라고 했다. 이원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김명중 사장에게 “영업상 비밀 등 문제가 있어 자료제출 못하면 열람이라도 하게 해달라.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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