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와 케이블방송과 UHD (송출) 협의를 시작했다.”

양승동 KBS 사장이 15일 KBS 국정감사에서 지상파 UHD 재송신을 위해 IPTV 등 유료방송과 협상에 나섰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지상파 UHD 정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 국정감사에서 “UHD를 지상파를 통해 전송하는 나라는 아무 곳도 없다. 세계 최초라면서 도입했는데 다른 나라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UHD 방송을 수신하는 시청자가 몇명이나 된다고 보나”라고 물었다. 

양승동 KBS 사장이 “5% 이하로 보인다”고 대답하자 변재일 의원은 “직접 수신하는 분들은 대부분 UHD TV를 갖지 않고 있는 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케이블이나 IPTV를 통하지 않고 안테나를 설치해 지상파를 직접수신하는 비율이 4~5%대로 알려졌는데, HD방송 시청자가 다수다. 지상파 직접수신 가구는 대부분 취약계층으로 고가의 UHD TV가 없는 경우가 많아 실제 시청 가구는 크게 낮을 수밖에 없다.

▲ 지상파 UHD 광고 갈무리.
▲ 지상파 UHD 광고 갈무리.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UHD TV 보급률이 30% 정도인데 수신율이 낮은 이유는 거의 모든 가구가 유료방송을 통해 방송 콘텐츠를 수신하기 때문”이라며 “IPTV를 통해 본다면 짧은 시간 내에 UHD 수신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IPTV, 케이블과 계약하면 지상파 UHD방송을 대다수 시청자에게 선보일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은 이유는 UHD 도입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 점유율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를 늘리기 위해 HD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한 UHD를 도입했다. 도입 당시 유럽식 송출방식으로 제작된 UHD TV가 국내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지상파는 미국식 송출방식을 택했다. 미국식의 경우 인터넷 서비스와 연계하기 좋아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에 지상파 OTT와 같은 서비스를 연계하기 위해서였다.

▲ 지상파 UHD 방송 미국식 송출방식 설명 이미지. 지상파는 직접수신율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 연계가 용이한 미국식을 택했다. 출처=SBS 보도화면 갈무리.
▲ 지상파 UHD 방송 미국식 송출방식 설명 이미지. 지상파는 직접수신율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서비스 연계가 용이한 미국식을 택했다. 출처=SBS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지상파 UHD는 외면 받았다. UHD TV를 구입한 시청자라도 송출 방식이 유럽식이 다수라 별도의 컨버터 없이는 방송을 볼 수 없었고, 컨버터가 있어도 안테나를 구입하지 않으면 방송을 볼 수 없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삼성전자 등 가전사들이 TV에 안테나를 내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가전사들은 단가 상승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 

지상파 UHD가 외면 받은 데다 지상파 경영난과 맞물려 지상파 방송사들은 당초 약속과 달리 적극적인 투자를 기피했다. 이날 홍정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UHD 방송을 15% 이상 편성해야 하는데 KBS1(16.4%), KBS2(15.9%)로 기준을 턱걸이 통과했다. 

▲ 지상파 UHD 편성 비율. 사진=홍정민 의원실 제공.
▲ 지상파 UHD 편성 비율. 사진=홍정민 의원실 제공.

자세히 들여다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편의를 봐준 덕에 조건을 달성할 수 있었다. 지난해 리마스터 프로그램 비율은 KBS2 기준 7%로 편성 절반을 차지했다. 리마스터는 HD콘텐츠에 화질을 보정한 것으로 UHD로 볼 수 없다. 다만 방통위는 지상파 사정을 고려해 UHD 리마스터 프로그램의 UHD 편성 인정기준을 30%로 정했고, 지난해에는 100%로 늘렸다. 

변재일 의원은 “방통위는 저조한 UHD 편성을 눈 감아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방통위가 의무편성 인정 기준을 바꾸면서까지 의무편성비율을 맞춰주는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지상파 3사 중에서도 KBS가 투자에 가장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KBS의 UHD 콘텐츠 제작 투자액은 786억원에 그쳐 MBC(1185억원), SBS(1086억원)보다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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