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 등의 저자 조정래 작가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유학 다녀오면 무조건 친일파된다’고 말했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과연 조 작가가 모든 일본 유학파들이 친일파라는 의미로 발언했을까. 실제 발언록 원본과 조중동 등 주류 매체 보도 내용을 비교해봤다.

문제의 발언은 조 작가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세종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이었다.

가장 먼저 보도한 연합뉴스는 지난 12일 오후 송고한 ‘조정래 “일본유학 다녀오면 친일파 돼… 150만 친일파 단죄해야”’에서 조 작가가 “토착 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을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된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면서 “일본의 죄악에 대해 편들고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을 징벌하는 법 제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법으로 그런 자들은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썼다.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 조선일보는 같은 날 오후 기사 ‘조정래 “日유학 갔으면 친일파” 진중권 “文대통령 딸도 친일파냐”’에서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작가가 12일 친일청산을 강조하며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친일파가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조 작가가 “토착 왜구라고 부르는 일본 유학파,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민족 반역자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짜 온라인 ‘조정래 “日유학, 무조건 친일파” 주장에…진중권 “이 정도면 광기”’에서 조정래 작가가 12일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친일파 민족 반역자가 된다”라며 반민특위를 부활해 잔존하는 친일파를 전부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가 “토착 왜구라고 부르는 일본 유학파.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친일파, 민족 반역자가 된다”며 “일본 죄악에 대해 편들고,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을 징벌하는 법 제정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중앙일보도 ‘조정래 “日 유학 다녀오면 친일파” 진중권 “이정도면 광기”’에서 소설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쓴 조정래 작가가 “일본 유학을 갔다 오면 친일파, 반역자가 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조 작가가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친일파가 된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며 “(이들이) 일본의 죄악에 대해 편들고 왜곡하는 징발하는 새로운 법을 만들고 있다. 내가 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려 한다. 사회적 책무라고 본다.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한 머니투데이 기자는 ‘조정래 “日유학자는 민족 반역자… 친일파 150만명 단죄해야”’라는 기사에서 조 작가가 “일본에 유학갔다 온 사람들은 친일파이자 민족 반역자가 된다”며 “‘아리랑’에서 구체적인 자료를 가감 없이 쓴 이유는 우리의 수난이 얼마나 처절하고 일본인이 얼마나 잔인했는가를 여실히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전했다.

실제 발언록을 보니…

대부분의 언론이 쓴 조 작가의 발언은 일본에 유학갔다 온 사람이 모두 친일파가 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실제 당시 발언을 보면 일제강점 때의 토착왜구라고 불리던 이들이 유학을 다녀오면서 어떻게 친일파가 되는지를 설명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조정래 작가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정래 작가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당시 문제가 된 질의응답 발언록 원본을 보면 머니투데이 기자가 ‘아리랑 등에서 일제 경찰이 우리 주민을 사살했던 장면을 이영훈 같은 교수가 반일종족주의에서 비판했는데, 역사적 사실 충실성을 소설에서 얼마나 투영하느냐’고 묻자 조 작가가 우선 이영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첫 번째 질문 이영훈 사람이 뒤에서 저를 많이 욕했는데. 그는 한 마디로 말하면 신종 매국노이고 민족 반역자입니다. 그의 말 다 거짓말입니다. 저는 태백산맥에 500가지가 넘도록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고발당했습니다. 11년 조사받고 나서 완전 무혐의가 됐습니다. 그 경험 때문에 아리랑은 더군다나 더 철저하게 자료 조사해서 썼습니다. 제가 쓴 역사적 자료는 객관적인 것입니다. 국가편찬위원회에서 다양한 직관, 진보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을 중심으로 해서 명확한 자료입니다.그 자료를 그렇게 명확하게 쓴 이유는 우리의 수난이 얼마나 처절하고, 일본 놈들이 얼마나 잔혹했는가를 입증하기 위해서 쓴 것입니다. 그러므로 역사 사실은 명확한 것이고, 그 역사 사실들을 짊어지고 가는 주인공들은 전부 제가 만들어 낸 허구 인물들입니다. 그것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구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역사냐’ 하고 묻지 마시고, 2번, 3번 읽어보시면 그것이 명확하게 질문이 될 것입니다”

조 작가는 이어 다음과 같이 친일청산 문제를 강조했다.

“지금 저의 주장은 반민특위는 반드시 민족정기를 위하여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부활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150만, 60만 하는 친일파들을 전부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질서가 되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

조 작가는 곧바로 뒤이어 일본 유학 관련 친일파 발언을 했다.

“두 번째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 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 그들을 일본의 죄악에 대해서 편들고, 왜곡하는, 역사를 왜곡하는 그자들을 증발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운동이 지금 전개되고 있습니다. 제가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아리랑을 쓴 작가로서 이것은 사회적,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법으로 다스려야 됩니다. 그런 자들은.”

이를 두고 페이스북 등에서는 “기레기들의 장난질”(***) “사실을 왜곡하는 오래된 기술자들”(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의 비판이 나왔다. 진보당은 14일 내놓은 논평에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조정래 작가의 말을 왜곡해 공격하고 있다”며 “조정래 작가의 ‘민족 반역자’ 발언 왜곡한 조중동 규탄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 작가는 이 같은 맥락을 왜곡 과장한 언론들의 보도태도와 관련해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본인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다음은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조 작가의 지난 12일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발언록 중 문제된 부분 발췌.

-기자) “머니투데이에 ***이라고 하는데요. 두 가지 질문을 드릴 건데. 첫 번째는 이제 아리랑이나 태백산맥 같은 걸 보면 역사적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해서 그 독자들이 읽고 나서 그것이 하나의 진짜 역사 같은 느낌으로 이제 소화를 하고 있는데. 뭐지? 아리랑을 예를 들면 경찰 일제 경찰이 뭐 우리 주민을 사살했던 어떤 장면을 가지고, 뭐 이영훈 같은 교수나 뭐 이제 반일 종족주의에서 그걸 가지고 비판도 하고 막 그랬는데. 역사적 사실 충실성이라고 그럴까요? 그런 부분을 소설을 구현할 때 얼마큼 많이 투영하는지 그게 좀 궁금해서.

그 독자들이 그 작가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느끼는 체감이 어떤 그 싱크로율이라고 할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그 어떤 지금 나와 있는 여러 조간 비판적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것인지 그런 문제에 대한 말씀을 듣고 싶고요. 또 하나는 이제 올해 그 소설은 이제 그리고 그동안 기초적인 시대에 그 다른 뭐 에세이나 이런 여행 장르에 비해서 굉장히 몰입도가 떨어지면서 약간 이제 ‘몰락의 길을 가는 게 아냐?’ 이런 우려가 되게 많았는데. 올해 소설의 판매를 보면은 뭐 신진 작가, 청소년 소설, 뭐 SF 이런 식으로 이제 장르적으로 바뀌는 소설이 인기를 얻고, 지금 반등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거든요.

근데 이제 조정래 작가의 경우에 소설을 많이 판 그 베스트셀러 작가의 입지에서 보면 그 ‘순문학이 살아가는 어떤 길의 롤모델을 좀 제시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 순문학이 좀 살아갈 길을 지금의 시점에서 어떤 방향을 제시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그 부분도 같이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조정래 작가) “첫 번째 질문 이영훈 사람이 뒤에서 저를 많이 욕했는데. 그는 한 마디로 말하면 신종 매국노이고 민족 반역자입니다. 그의 말 다 거짓말입니다. 저는 태백산맥에 500가지가 넘도록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고발당했습니다. 11년 조사받고 나서 완전 무혐의가 됐습니다. 그 경험 때문에 아리랑은 더군다나 더 철저하게 자료 조사해서 썼습니다. 제가 쓴 역사적 자료는 객관적인 것입니다. 국가편찬위원회에서 다양한 직관, 진보적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을 중심으로 해서 명확한 자료입니다.

그리고 그 자료를 그렇게 명확하게 쓴 이유는 우리의 수난이 얼마나 처절하고, 일본 놈들이 얼마나 잔혹했는가를 입증하기 위해서 쓴 것입니다. 그러므로 역사 사실은 명확한 것이고, 그 역사 사실들을 짊어지고 가는 주인공들은 전부 제가 만들어 낸 허구 인물들입니다. 그것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구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역사냐?” 하고 묻지 마시고, 2번, 3번 읽어보시면 그것이 명확하게 질문이 될 것입니다.

지금 저의 주장은 반민특위는 반드시 민족정기를 위하여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부활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150만, 60만 하는 친일파들을 전부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질서가 되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

두 번째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 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 그들을 일본의 죄악에 대해서 편들고, 왜곡하는, 역사를 왜곡하는 그자들을 증발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운동이 지금 전개되고 있습니다. 제가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아리랑을 쓴 작가로서 이것은 사회적,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법으로 다스려야 됩니다. 그런 자들은”

 

※ 기사 일부 수정 : 2020년 10월15일 오전 10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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