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비전 통신‧케이블 상담을 맡는 CJ텔레닉스 콜센터 노동자들은 원하청이 목표실적을 수시로 바꿔 성과급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상담사가 서로 고발하는 평판제도를 두는 등 사측의 ‘쥐어짜기’ 실태를 고발했다. 이들은 올해 위수탁계약 종료를 앞두고 지난달 24일부터 원청인 LG헬로비전에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14일 노숙농성이 진행 중인 서울 LG헬로비전 상암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과 합리적 영업실적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라”고 밝혔다.

희망연대노조 CJ텔레닉스지부는 원하청인 LG헬로·CJ텔레닉스가 전방위로 실적 압박 정책을 펴왔다고 했다. 월 성과급 목표가 높은 데다 사측이 달마다 실적 기준이나 체계를 바꾸고 이를 예고 없이 통보하는 탓에 다수 상담원이 임금 하락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CJ텔레닉스지부가 14일 기자회견 현장에 재현해보인 CJ텔레닉스 상담노동자 좌석.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이날 서울 LG헬로비전 상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과 합리적 영업실적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라”고 밝혔다.
▲CJ텔레닉스지부가 14일 기자회견 현장에 재현해보인 CJ텔레닉스 상담노동자 좌석.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이날 서울 LG헬로비전 상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승진 CJ텔레닉스지부장은 3개 부서 사례를 들었다. 김 지부장은 “1차 부서로 여겨지는 인바운드(고객이 걸어오는 상담)의 경우 사측이 월초에 매번 새 인센티브 목표를 제시하는데, 상담원이 노력하고 실적을 채워도 예고나 설명 없이 평가 항목을 개악해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했다. 

해지방어 부서의 경우 상담원이 가입자 해지를 막는 것과 더불어 결손상품 추가 가입과 전자제품 렌탈서비스까지 권유해야 한다. 상담원이 안내하지 않으면 평가항목에서 감점을 받는다. 영업전담 부서에선 관리자가 저성과자로 여기는 상담원에게 전담업무 외의 상담을 임의로 맡기고, 그 결과 실적이 되레 악화됐다고 한다. 

CJ텔레닉스지부는 기자회견 현장에 CJ텔레닉스 상담노동자가 앉아 일하는 좌석을 재현해보였다. 작은 책상에 세워진 투명아크릴 칸막이엔 “AS실 처리 1주차 월 목표 100%, 000님 할 수 있습니다!”라고 쓰인 종이가 붙었다. ‘월목표 100%’는 상담원이 받는 설치‧수리 요청을 현장 기사에게 연결 않고 모두 전화로 해결하길 목표한다는 뜻이다.

▲김승진 희망연대노조 CJ텔레닉스지부장. 사진=김예리 기자
▲김승진 희망연대노조 CJ텔레닉스지부장. 사진=김예리 기자

김 지부장은 “과연 누가 이런 일을 지시하느냐고 물으면 CJ텔레닉스와 원청 LG헬로비전 모두 자기 책임이 아니라 한다”며 “원청 LG헬로비전은 책임 지고 실적 압박과 과다목표 제시, 실적기준 수시 개악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부에 따르면 CJ텔레닉스는 상담사 간 서로의 문제를 신고하도록 하는 ‘책임상담사제도’를 규정으로 두고 있다. 동료 상담원의 부정행위나 불완전영업, 오상담을 신고하도록 하고, 월 5건이 넘으면 실적급을 지급하지 않는다. 지부는 “전자감시시스템으로 상담사 움직임을 초 단위로 관리하는 데 더해 서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도록 하는 인권침해”라고 했다.

한 LG헬로비전 상담 노동자는 서면 증언을 통해 “최근 들어 장기근속자가 대거 퇴사했다. 점점 강해지는 압박과 회사 수식을 위해 수시로 바뀌는 환경, 일방 통보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라며 “남은 이들도 공감하기에 붙잡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상담원들이 실적 압박에 지쳐 목소리를 내면 사측은 ‘LG헬로비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고 똑같이 핑계를 댄다”고 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14일 서울 LG헬로비전 상암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과 합리적 영업실적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라”고 밝혔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14일 서울 LG헬로비전 상암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과 합리적 영업실적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라”고 밝혔다. 사진=김예리 기자

유용문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은 “우리는 엄청난 요구를 하지 않았다. 고용을 보장하고, 우리도 인간이니 그만 좀 쥐어짜라는 딱 두 가지”라고 했다. 문종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보통 노동자들은 평가지표를 만들지 말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CJ텔레닉스 상담원들의 요구는 현재 불합리한 지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라며 “이마저 거부하는 것은 사측의 직원을 줄이려는 속셈 아니냐”고 했다.

구자현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은 “LG헬로가 자사 업무를 시키며 위탁계약이란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노동자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며 “노동자는 CJ텔레닉스 소속이지만 LG헬로비전이 임금과 노동조건을 정하고 있다. 원청이 노동조합과 함께 임금과 노동개선 부분을 정하고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당사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CJ텔레닉스 구성원의 고용과 보상 수준을 유지해 고용불안을 해소할 계획이다.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CJ텔레닉스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노조 의견도 성실히 청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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