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 직원들이 최근 회사가 지역신문 사장단 협회의 여행 비용을 공공기관 세금으로 썼고 먼저 요청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자 진상규명과 공식 사죄, 재발방지 약속을 촉구했다. 회사가 수습을 유야무야 넘긴다면 투쟁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기호일보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수치심과 모욕감은 왜 직원들 몫이어야 하는가”란 제목의 성명을 내 이같이 밝혔다.

발단은 지난 8월 뉴스타파가 보도한 ‘언론의 공짜 취재’ 기획기사다. 8월25일자 “③ 김영란법 이후에도 계속됐다”는 제목의 기사로, 기호일보 사측이 인천관광공사에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대신협)’라는 민간협회의 여행 비용을 요청한 공문이 확인됐다. 2019년 12월 인천관광공사에 보낸 “대신협 2019년 6차 사장단 정기회의 관광기 투어 협조 요청” 공문이다.

▲8월25일 뉴스타파 "[언론의 '공짜 취재'] ③ 김영란법 이후에도 계속됐다" 보도 중 관련 내용 갈무리.
▲8월25일 뉴스타파 "[언론의 '공짜 취재'] ③ 김영란법 이후에도 계속됐다" 보도 중 관련 내용 갈무리.

당시 회의는 2019년 12월 12~13일 인천 송도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기호일보는 “회의 후 사장단 일동이 팔미도 투어를 통해 인천 관광자원을 살피고 전국적인 관광지로 소개하고자 투어를 계획한다”며 뱃삯, 식비, 여행 안내 비용 등 여행에 필요한 전반적 비용을 지원해달라 요청했다. 예상 승선인원은 30명이라 밝혔다.

인천관광공사는 이에 135만여원을 지출했다. 협찬금은 승선료, 점심 식사비, 다과 구입비용 등으로 쓰였다. 기호일보, 남도일보 등은 각각 이달 15일, 16일 대신협 사장단이 “인천관광공사 초청 팸투어 일환으로” 팔미도를 방문했다고 전하며 팔미도 관광 정보를 함께 보도했다.

기호일보 노조는 성명에서 “회사의 명예와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구성원 사기와 자부심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며 “당시 작성된 기사가 함께 보도되면서 행사 취재에 동원된 기자는 물론, 본보 외근기자들은 따가운 눈초리와 손가락질에 각 출입처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호일보 노조는 사측에 “모든 전말을 신속하고 소상히 해명해야 하며, 이번 논란에 회사 모든 구성원에게 사죄하고 철저한 사후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며 “더불어 행사 기획을 총괄하고 최종 결정한 사람을 색출해 이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워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역 시민단체도 이 사안을 주목했다. 인천참언론시민연합은 14일 성명을 내 “(노조의) 이번 성명을 계기로, 인천지역 언론은 지금이라도 언론역사에 기록될 부끄러운 과거를 털어버리고 진정어린 사과와 반성을 통해 공정하고 개혁적인 언론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며 “인천지역의 정치인, 관료, 기업인들도 부패하고 타락한 지역 언론과의 유착관계를 끊고, 시민사회와 함께 힘을 모아 지역 언론의 개혁을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기호일보 사장은 이에 14일 오전 전체 직원 회의를 열고 사과했다. 기호일보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위 사안과 관련된 과정과 인천관광공사와의 관계, 협의안 등 내용을 회의에서 설명했고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이런 팸투어 지원 등은 전면 배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대표이사는 대신협 부회장직을 올해 안에 사퇴하겠다고도 밝혔다.

지역 사회에 사과 입장을 밝힐 지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이제 막 직원회의를 끝내 계속 (수습을) 논의 중이다. 독자와 지역사회에 입장을 밝힐 지는 차후 협의를 해 정할 것”이라 말했다.

대신협 소속 언론사는 기호일보, 경기일보, 남도일보 등 경기지역 신문을 포함해 충청도·경기도·경상도·강원도·전라도·제주도 등 전국 지역의 23개 매체가 회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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