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은 5·18기념재단과 함께 5·18민주화운동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왔습니다. 2013년 TV조선과 채널A가 5·18관련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인 ‘북한군 침투설’을 방송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보수언론에서 5·18정신을 훼손하는 보도를 반복해왔기 때문입니다. 2018년 ‘5·18가짜뉴스신고센터’를 만들어 온라인상 5·18정신을 왜곡하는 가짜뉴스에 대한 모니터 보고서 발표를 시작한 민언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신심의 민원을 접수하였습니다. 언론이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고, 광주항쟁의 진실을 왜곡하지 않도록 2020년에도 성실하게 모니터를 진행하겠습니다.

10월5일, 광주지방법원에서는 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 결심공판이 열렸습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 여부가 재판의 큰 쟁점인 만큼 많은 관심이 모아졌는데요. 검찰은 ‘시민들을 향한 계엄군 발포는 자위권 발동’이라며 전두환 신군부에게 면죄부를 준 1995년 수사결과를 뒤집고, ‘헬기사격은 사실이며 계엄군 발포는 일방적 사살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이처럼 ‘전두환 결심공판’에는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의 변화한 입장과 헬기사격 여부 검증 등 보도가치가 충분한 사실이 여럿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언론시민연합이 10월4~6일 5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6개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모니터한 결과 상당수 언론은 전두환 결심공판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공영방송 KBS 저녁종합뉴스에서 전두환 결심공판을 1건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보도를 내놓은 언론의 경우도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재판 쟁점과 의미를 상세히 풀어주기보다 공판 관련 사실을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친 보도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경향, 전두환 주장 허술함 지적… 한겨레, 검찰 구형 의미 분석

10월5~6일 5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보도를 살펴본 결과, 중앙일보와 한국경제는 전두환 결심공판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매일경제는 공판 다음 날 1건씩 보도했지만 검찰과 전 씨 측 주장을 단순 나열한 후 11월30일이 1심 선고일이라는 사실만 전달했을 뿐입니다. 반면, 경향신문은 취재를 통해 전두환 씨 측 주장의 허술함을 드러냈고, 한겨레는 검찰이 전 씨에게 1년 6개월을 구형한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 10월4일부터 5일까지 7개 신문사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결심공판’ 보도건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10월4일부터 5일까지 7개 신문사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결심공판’ 보도건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10월4일, 경향신문은 <전두환 ‘헬기 야간 운항’ 없다더니 계엄군 기록엔 버젓이 “헬기 이용”>에서 “5‧18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된 3공수여단의 ‘전투상보’ 확인 결과 1980년 5월26일 밤 도청진압작전 준비를 위해 헬기가 투입”되었으며 “계엄군은 5월27일 새벽 도청진압작전에 투입될 3공수 특공대 80명과 장비 등을 수송하는 데 헬기를 이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헬기의 야간운항이 불가능했고 사격도 없었다”는 전 씨 측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취재로 드러낸 것입니다.

경향신문은 “(소준열 당시 전투병과교육사령부 사령관이) 1988년 민주화합추진위원회에서 ‘(5월26일, 공수부대가) 조금 과격하면 어떨까, 이것이 염려되어 헬리콥터를 타고 어둑어둑할 때 (광주 동구) 소태동 전선이 얽혀 있는데도 간신히 내렸다’고 진술했다”는 사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이날(5월26일) 광주 지역 일몰 시각은 오후 7시37분”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해질녘부터 늦은 밤까지 헬기가 수차례 작전에 투입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심공판을 앞두고 전 씨 측 주장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가치 있는 보도를 한 것입니다.

▲ ‘전두환 결심공판’ 의미 있는 보도 내놓은 경향신문(10월5일과)과 한겨레(10월6일)
▲ ‘전두환 결심공판’ 의미 있는 보도 내놓은 경향신문(10월5일과)과 한겨레(10월6일)

한겨레는 <전두환에게 준 면죄부 검찰, 25년 만에 뒤집다>(10월6일)에서 ‘검찰의 5‧18 관련 징역형 구형은 25년 전 신군부가 저지른 광주에서의 학살 행위에 면죄를 줬던 검찰이 이를 뒤집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겨레는 “(1995년) 당시 검찰은 1980년 5월21일 이후 계엄군의 발포는 ‘시위대의 위협적인 공격에 대응한 자위권 차원의 발포’라는 계엄군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헬기사격 등은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번 재판에서 쟁점이 됐던 민간인을 향한 헬기사격은 군 부대원 보호가 아닌 일방적 사살이기 때문에 신군부의 ‘자위권 보유’ 주장을 부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검찰은 1995년 수사결과를 뒤집고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검찰이 전 씨에게 1년6개월을 구형한 것은)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처음으로 5‧18 진상을 조사하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이며 “전 씨에 대한 검찰의 징역형 구형은 5‧18 진상규명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공영방송 KBS, 전두환 결심공판 전혀 보도하지 않아

10월4~5일,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본 결과, KBS, TV조선, 채널A가 전두환 결심공판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공영방송 KBS가 결심공판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은 것은 문제입니다. KBS광주 저녁종합뉴스 <뉴스9 광주‧전남>은 공판 전날에는 단신 기사 1건, 공판 당일에는 기사 2건으로 관련 소식을 상세히 전했는데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5‧18민주화운동이 갖는 의미와 전 씨의 반복되는 억지 주장, 5‧18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의 진일보한 입장 등을 생각해볼 때 결심공판의 보도가치는 작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KBS는 이를 전혀 다루지 않은 것입니다. 

▲ 10월4일부터 5일까지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결심공판’ 보도건수 (*0.5건은 단신, 괄호는 보도순서).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10월4일부터 5일까지 8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결심공판’ 보도건수 (*0.5건은 단신, 괄호는 보도순서). 표=민주언론시민연합

SBS, MBN, YTN은 공판 소식을 전하긴 했지만, 검찰의 최종 의견진술과 구형, 전 씨 변호인의 최후진술을 소개하고 1심 선고일을 언급해주는 정도였습니다. MBC는 재판 계기와 쟁점을 짚어주고 검찰 구형량을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전두환 결심공판을 비교적 상세히 전한 방송사는 총 2.5건을 보도한 JTBC였습니다. 공판 당일, JTBC는 <여럿이 증언한 ‘사격’… 전 씨 정정보도 소송도 ‘기각’>에서 전 씨가 발포명령 책임을 부정하면서도 근거는 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씨가 “광주에 간 적도 사격 명령도 없었다”며 JT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냈지만 “(5‧18) 당시 공군보안대장 운전병 오원기 씨, 광주 보안대 대공수사과장 등 김용장 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이 잇따랐고, 1심 재판부는 “전 씨가 자신을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내지 못했다”며 정정보도와 반론보도 청구를 기각했다는 것이었는데요. JTBC는 이를 통해 전 씨가 5‧18 당시 발포명령 책임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있지만 부정의 근거는 전혀 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겁니다.

▲ 10월5일 5‧18 발포 명령 책임 부정하는 전두환 비판한 JTBC
▲ 10월5일 5‧18 발포 명령 책임 부정하는 전두환 비판한 JTBC

종편 시사대담 MBN <뉴스와이드>만 결심공판 다뤄

10월5~6일, 6개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살펴본 결과, 전두환 결심공판을 다룬 것은 채널A <뉴스TOP10>과 MBN <뉴스와이드>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채널A <뉴스TOP10>(10월5일)은 ‘오늘의 실시간 검색어’ 코너에서 진행자 김종석 씨가 “전두환 씨 관련해서 사자명예훼손 결심 공판이 있었는데 검찰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습니다”라며 8초간 언급한 게 전부라서 다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 10월5일부터 6일까지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별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결심공판’ 방송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10월5일부터 6일까지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별 ‘전두환 사자명예훼손 결심공판’ 방송분량.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반면, MBN <뉴스와이드>(10월6일)는 결심공판을 주제로 9분29초간 대담했습니다. 종편 시사대담에서 절반 넘는 시간을 할애해 특정 주제에 집중하는 경우가 허다한지라, ‘9분29초’가 결심공판을 다루기에 충분하다고 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뉴스와이드>는 재판 계기와 쟁점, 1995년 수사결과 발표 당시와 달리 변화한 검찰 입장 등 재판과 관련해 시청자가 알아야 할 사실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백운기 씨가 “전두환 씨는 이미 5‧18과 관련해서는 재판을 받았고 사면까지 이루어졌고 그랬지만 상당히 지나가버린 세월이라서 오히려 ‘그런 일이 있었나’ 기억도 잘 못하는 국민이 많고 (전 씨가) 지금 받고 있는 이 재판, ‘그런데 1년6개월짜리밖에 죄가 안 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라며 출연자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에게 재판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박원석 씨는 “(전 씨의)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이라고 설명한 뒤, 헬기사격을 사실로 판단한 검찰의 최종 의견진술에 대해 ‘강제수사권을 가진 검찰이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여러 증언과 각종 조사결과를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사자명예훼손 재판에서 실형을 구형하는 경우가 드문데) 개인에 대한 단순한 사자명예훼손이 아니라 5‧18 진상규명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든 시민들, 그리고 5‧18의 희생자들 그리고 역사적 진실에 대한 일종의 명예훼손이기 때문에 (검찰이) 중형을 구형”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형량을 평가했습니다.

▲ 10월6일 종편 시사대담 중 결심공판 유일하게 전한 MBN ‘뉴스와이드’
▲ 10월6일 종편 시사대담 중 결심공판 유일하게 전한 MBN ‘뉴스와이드’

전두환 결심공판에 대한 신문‧방송‧종편 시사대담의 보도량과 보도내용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보도를 게을리 하거나 충실히 하지 않은 언론은 ‘1심 선고가 나온 것도 아니고 그저 전 씨 변호인의 최후변론과 검찰의 구형이 있었을 뿐’이라 항변하며 재판의 가치를 깎아내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5‧18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진 지금, 올해로 40주기를 맞는 5‧18민주화운동을 잊지 않고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선 무엇보다 언론의 꾸준하고 충실한 보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언론 스스로 명심해야 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10월4~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매일경제, 한국경제(지면)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아침&매일경제>(평일)<뉴스와이드>(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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