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보수신문이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생중계한 YTN과 연합뉴스를 비판했다.

YTN과 연합뉴스TV는 10일 오후 김정은 위원장 연설과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공개 등 조선중앙TV가 녹화·편집한 열병식 현장을 중계로 전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YTN, 연합뉴스 두 채널에서 김정은 열병식 연설 녹화한 조선중앙TV를 통째 중계하는 뜨악한 장면을 보고 있는 내 눈이 의심스럽다”며 “이 시각 조선중앙TV 통중계, 이 무슨 일입니까. 대한민국입니까. 북조선입니까”라고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대적으로 중계방송하다니, 이것이 제정신이냐”며 “(저작권료 지불로) 우리는 돈 퍼주고 북한체제 허위홍보까지 해준 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 YTN 북한 열병식 중계 화면.
▲ YTN 북한 열병식 중계 화면.

언론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문제제기를 전하는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배현진 ‘연합뉴스TV·YTN, 열병식 통째로 중계...여기가 북조선이냐’” 기사를 썼다. 이 기사는 11일 네이버 정치기사 많이본 뉴스 3위에 올랐다. 동아일보도 대동소이한 “배현진 ’北 열병식 통째 중계..여기가 북조선이냐’” 기사를 썼다.

중앙일보는 12일 사설을 내고 “YTN과 연합뉴스TV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열병식 전 과정을 통째로 중계한 것도 여권의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김기현 의원의 말을 전하는 “‘김기현 주말 프라임 타임에 北 열병식 중계..우리 돈 퍼준 것’” 기사를 내기도 했다.

북한의 열병식을 방송에서 중계까지 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은 일리 있다. 풀 버전 영상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전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열병식을 보여줬다는 이유만으로 ‘친여’ ‘친북’ 프레임으로 엮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열병식 중계의 원조는 종편이었다. 2015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 당시 대대적인 열병식이 열리자 종편은 전례 없는 ‘열병식 생중계 경쟁’에 뛰어들었다. TV조선, 채널A, MBN은 북한의 열병식을 2시간30분가량 생중계했다. 

▲ 2015년 10월12일 동아일보.
▲ 2015년 10월12일 동아일보.

2015년 10월12일 동아일보는 “채널A 열병식 보도 시청률 종편1위” 기사를 내고 “북한 관련 뉴스에는 역시 채널A가 강했다. 10일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생중계 등 특보를 통해 집중 보도한 채널A의 보도프로그램 평균 시청률이 종합편성채널 가운데 가장 높았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도 “북한 열병식을 집중 보도한 TV조선의 10일 ‘뉴스특보’가 이날 낮 시간대의 뉴스 프로그램 중 지상파 포함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5년 12월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은 당시 종북 교과서 논란을 빗대 “북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담겼다는 사실만으로 ‘종북교과서’ 라고 몰아가는 정부 여당의 억지에 한 손 거드는 종편이 사실은 북한에 대해 가장 많은 보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율배반적이고 억지”라고 지적했다.

▲ 10월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 10월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김기현 의원은 열병식 생중계가 북한에 ‘퍼주기’ ‘이적행위’라고 했지만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모두 조선중앙TV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등이 북한 영상·저작물에 대한 저작권료 명목으로 공탁한 금액은 약 21억원에 달한다. 김기현 의원 논리대로라면 종편도 이적행위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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