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시위 참가자가 얼굴을 가린다면 그를 촬영해도 될까? 만약 그가 특정 언론사 취재만 거부한다면? 방송사는 코로나19 감염 발생 지역을 취재하는 영상기자에게 어떤 지시를 해야 할까? 드론으로 재난·재해·사고를 취재할 때 주의점은?

한국영상기자협회가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펴냈다. 개정판은 첫 장에 영상보도의 기본 원칙을 소개한 뒤 취재 분야와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놓고 132개의 구체적 질문과 답변을 수록했다. 올해 개정판에 추가된 내용은 △감염병 △남북관계 △드론 촬영 △고인 촬영 등 영상취재와 보도 관련 대목이다. 

집필에 참여한 나준영 MBC 뉴스콘텐츠편집부장은 코로나19 관련 지침과 관련해 “영상언론인이 감염 관련 현장에서 어떻게 방역 활동을 방해하지 않고 시청자 알권리를 보장하고, 취재진 자신도 보호할 수 있을지 관련해 내용을 보강했다”고 했다. 가이드라인은 로이터통신의 예를 들어 안전 책임 데스크가 기자에게 취재현장이 위험하지 않았는지, 체온을 체크했는지, 복장 내용과 소독 여부를 묻고 감염 위험 수준에 따라 취재 중단이나 거리 유지를 지시한 점을 소개했다.

남북관계 영상보도 부문에선 ‘그림’이 되는 장면을 연출하거나 과거 자료를 사용하지 말고 사실관계 위주로 보도할 것을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은 특정 지역에서 남북 교전이 멎었고 주민들이 일상 생활을 지속한다면, 교전 소식을 전하면서도 일상을 회복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주문한다. “영상 연출을 위해 군의 대응 계획에도 없는 수색 정찰이나 함선 기동을 요구하는 것은 저널리즘을 훼손”하는 까닭이다. 또 과도하게 훈련 상황을 연출하지 말고, 과거 영상은 ‘자료화면’임을 명시하도록 했다.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개정판 표지.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2020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개정판 표지. 한국영상기자협회 제공

죽음과 관련한 영상 촬영과 편집 규정도 한층 구체화했다. 고 노회찬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 박원순 시장 등 최근까지 공인이나 유명인, 관련자가 사망할 때마다 취재진이 시신을 옮기는 모습을 따라가며 보도하고, 방송사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일이 반복됐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방송사는 고인과 유족의 인격권, 시청자에 미칠 영향을 모두 고려해 고인은 물론 유가족에 대한 촬영을 금하고 있으며, 유족이 촬영에 동의하더라도 고인 인격권이 훼손되거나 내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드론 취재의 경우 ‘항공안전법’ 허가와 운항 규정을 반드시 지키고 안전 문제를 1차로 고려하도록 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의 상공에선 촬영하지 말고 지시 책임자를 명확히 하는 등 규정을 명시했다. 집회·시위 촬영 시 참여자가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경우 촬영 행위는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 단 참가자가 정치적 색깔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 취재만 거부하는 경우는 예외다.

가이드라인은 영상 취재와 관련해 △사유지 취재 △인터뷰 및 취재원 보호 △학교, 기업 외관, 건물 전경 등의 취재 △거리, 공원, 경기장, 다중이용시설 등의 취재 △집회, 시위 및 행사, 축제 등의 취재 △잠입취재, 위장·몰래카메라 △녹음취재 △탐사보도 △헬기와 드론취재 관련 36개의 질문과 답변을 수록했다. 법적 쟁송에 놓일 수 있을 경우 기존 판례를 덧붙여 참고하도록 했다.

편집 부문에선 △자료영상 △모자이크와 음성변조 △취재원 제공 영상 사용 △블랙박스, CCTV, 온라인 영상 사용 △자사 보유 영상의 타 용도 사용 등 관련 주제로 총 33개 항목이다. 분야별로는 △전쟁 및 내전 △재난 △범죄 △자살 △수사와 재판 △선거 △식품안전과 건강 △병원과 의료 △어린이와 청소년 △장애인 △포토라인 관련 질의 답변을 담았다. 

영상기자협회는 12월5일까지 전국 방송사 영상기자들을 대상으로 새 가이드라인 교육을 실시한다. 나 부장은 “영상콘텐츠 포화 시대다. 가이드라인 발간이 일회성 성과로 남지 않고 영상미디어 문화로 확산하도록 각 방송사와 언론인이 교육과 토론을 거쳐 촬영과 보도 윤리를 확립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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