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의 창건 75주년 기념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전략무기들이 대거 공개됐다. 10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 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에서 “북한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대북 제재·코로나19·수해 등 ‘삼중고’를 겪고 있는 민심을 다독이면서, 북·미 대화 교착 국면에서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해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3면 “김정은, 울먹이며 ‘고맙다, 미안하다’ 감성정치로 민심 달래기”라는 제목의 기사다.

김 위원장은 연설 초반부터 중반까지 ‘애민(愛民) 지도자’ 이미지를 과시했다. 수해 복구에 나선 군 장병을 격려하면서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경향신문은 “코로나19와 수해로 성과 달성이 무산되지 치밀한 감성정치를 연출한 것”(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라는 해석을 전했다.

‘인민에 대한 애정’ 드러낸 김정은, 남북·북미 관계는

김 위원장 연설에서 남한에 대한 메시지는 한 줄이다.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듯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

서울신문(김정은 “사랑하는 남녘 동포” 공개 언급…靑, 남북관계 복원 주목)은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를 겪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열병식 연설에서 이런 육성 메시지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며 “지난달 8, 12일 오간 남북 정상 친서 교환의 연장선에 있지만 정상 간 내밀한 소통이 아닌 대중 연설을 통한 공식화란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김 위원장의 ‘남북 관계 중단 지시’가 사실상 철회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했다.

▲ 10월11일자 한겨레 1면 기사.
▲ 10월11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는 1면(김정은 “다시 두 손 맞잡길”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최근 서해 연평도 공무원 피격사건으로 한반도에 냉기류가 흐르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이런 우호적인 발언을 한 것은 더는 남북관계 악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과거와 달리 핵·미사일이나 전략무기 등을 직접 입에 올리며 도발하지 않고 비교적 절제된 표현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고도 했다.

이어진 4면(대외관계 개선 염두 둔 “인민의 번영” 새 목표 제시)에서는 “김 위원장의 연설에 8차 당대회가 군사안보보다 ‘경제’ 쪽을 향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다. 한겨레는 “북한 사정에 밝은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경제에 올인하면서 모든 대외 관계가 안정되길 원한다’고 분석했다”며 “김 위원장이 ‘3중 재난’(제재·코로나19·재해)으로 앞서 강조했던 ‘자력갱생 정면돌파전’의 한계가 뚜렷해지자 ‘제3의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주장”을 함께 전했다.

▲ 10월11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10월11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눈물’ 연기로 분칠한 核도발 능력 과시…그래도 반기는 文정권”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다. “미국에 대해선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도발능력을 과시하며 협상을 압박했고, 남쪽에는 연락사무소 폭파나 우리 국민 총살 만행에도 불구하고 ‘다시 두 손 마주 잡는 날’을 언급하며 또 다른 ‘환상’을 띄웠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열병식에 선보인 무기들은 2017년 잇단 핵·미사일 시험으로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은 뒤 연출한 대화 쇼, 그리고 장기 교착까지 3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낸 것들”이라며,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는 청와대 반응을 비판했다.

경향신문 사설(신형 ICBM과 유화 메시지 함께 내놓은 김정은 위원장)은 “대선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따라 시험발사나 실물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당장 미 행정부 고위 관리가 실망을 표할 정도로 미국으로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에서도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은 최대 걸림돌이다. 북한은 남북 군사합의 준수를 촉구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무겁게 헤아리기 바란다”고 했다.

‘괴물 ICBM’이라는데 “완성도 미지수”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공개한 전략무기는 △길이·직경이 늘어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북극성-4형’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 탄도미사일과 초대형방사포 등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개발한 전략무기들로 추정된다.

신형 ICBM에는 ‘괴물’이라는 표현이 붙었다. △동아일보(핵협상 3년…北, 괴물 ICBM 만들었다) △서울신문(다탄두 ‘괴물 ICBM’ 무력시위 “손 마주 잡길” 南엔 유화 손짓) △세계일보(北 ‘괴물 ICBM’ 과시…美 본토 위협 커졌다) △조선일보(비핵화쇼 3년…北은 ‘괴물 ICM 만들었다) △중앙일보(‘괴물’ ICBM 내세우며 화해 말한 김정은) 등 다수 신문이 1면에서 “괴물 ICBM”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

▲ 10월11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 10월11일자 경향신문 4면 기사.

‘괴물 ICBM’이라는 표현과 관련해 동아일보(화성-15보다 핵탄두 3배 탑재… 신형ICBM 시험발사 강행 가능성)는 “규모에서 가장 최근에 공개한 ICBM인 화성-15형은 물론이고 미국 러시아 중국의 ICBM과 비슷하거나 능가하고, 다탄두 성능까지 갖춘 ‘초대형 괴물 ICBM’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며 “‘지구상에서 가장 큰 미사일’(미 국익연구소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 ‘이번 미사일은 괴물’(멀리사 해넘 스탠퍼드대 열린핵네트워크 연구원)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ICBM 핵탄두 분리돼 떨어지면, 美도 요격 어려워)는 “군 당국은 길이와 직경이 모두 커진 신형 ICBM이 사거리보다는 탄두 중량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고 있다. 북 ICBM 사거리는 3년 전 개발한 화성-15형이 최대 1만3000㎞로 이미 뉴욕 등 미 전역을 때릴 수 있다는 평가”라고 했다. “미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져 위협적”이라며 “다탄두 미사일은 여러 개의 탄두가 대기권 밖에서 분리된 뒤 원래 입력돼 있던 궤도를 따라 각자 목표물을 향해 마하 20(음속의 20배) 이상의 속도로 떨어져 요격이 어렵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다만 신형무기의 완성도나 실전배치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동아일보도 “신형 ICBM이 액체연료 ICBM으로 판단되면서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 기술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고 봤다. “일각에선 신형 ICBM의 크기 때문에 진위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미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옛 소련처럼 ICBM 기술을 과장하려는 북한의 위장전술로 분석하면서 신형 ICBM의 1단 추진체의 지상시험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주목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파괴력 강화된 세계 최대 ICBM…워싱턴·뉴욕 동시타격 가능)은 “신형 ICBM은 TEL(이동식 발사대)과 분리된 형태다. 현장에 도착해 TEL에서 분리해 발사해야 하는데, 위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미니트맨3’와 중국의 ‘둥펑’보다 크다는 점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ICBM의 핵심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도 불확실하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ICBM은 미국 본토까지 도달은 가능하지만,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했다.

▲ 10월11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 10월11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경향신문(ICBM과 SLBM, ‘다탄두’로 진화…완성도는 미지수)은 이번에 새로 공개된 ICBM과 SLBM의 완성도·실전배치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미국을 겨냥해 핵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정치적 과시형’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 창건일을 앞두고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은 하지 않아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미국엔 ‘무력 과시’ 남측엔 ‘유화 손짓’)도 함께 전했다.

한국일보 역시 “‘열병식 등장’이 ‘실전 배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열병식에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진 미사일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 등장한 전략무기도 과시용일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도 ‘직경과 길이가 증가한 ICBM은 군사적 실전용보다는 테스트(시험 발사)를 거치지 않은 정치적 과시용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고 했다. (北 다탄두 ICBM, 美 뉴욕·워싱턴 동시타격 위협)

반면 동아일보는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신형 ICBM의 시험 발사 등 전력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후속 도발이 이어질 가능성을 덧붙였다. (화성-15보다 핵탄두 3배 탑재…신형ICBM 시험발사 강행 가능성)

이 신문이 주목한 이슈

△“내가 로봇의 비서라니” 인간 노동이 일구는 AI
국민일보가 ‘AI를 위해 일한다, 데이터 노동의 등장’을 주제로 5회 분량 기획기사 연재를 시작했다. “새롭게 열리고 있는 ‘데이터 노동’의 세계를 취재”했다는 설명이다. 1회는 기자가 9월1일부터 한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데이터 구축 일자리를 체험한 내용이다. AI용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한 노동 5일차에 눈 실핏줄이 터진 경험(복사→붙여넣기→편집…‘컴퓨터 막일’ 하다 눈 실핏줄이 터졌다”), 데이터 구축 작업이 앞으로 가져올 변화(‘데이터 댐’은 인간의 단순·반복 노동으로 채워졌다) 등을 다뤘다.

△삼성전자 산재 은폐 ‘사실로’…미보고 10건에 과태료 6640만원
경향신문은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산업재해 축소·은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고용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다. 최근 5년간 삼성전자 광주 소재 사업장에서 사고로 일하는 사람이 다쳤음에도 감독기관에 보고되지 않은 경우가 최소 10건, 노동청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산재 발생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며 시정명령과 과태료 660만원을 부과했다.

△고소득층 SKY 신입생 문 정부에서 확 늘었다
중앙일보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이른바 ‘SKY’ 대학 신입생 절반 이상이 고소득층 자녀라는 분석을 보도했다.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했다. 2020년 1학기 기준 제일 잘 사는 계층인 10분위와 9분위 비율이 SKY 대학에서 55.1%에 이르며, 의대로 좁히면 쏠림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중앙일보는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 현 정부 입시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주문했다.

▲ 10월11일자 국민일보 1면 기사.
▲ 10월11일자 국민일보 1면 기사.

△표현의 자유와 정치·언론의 책임
“힘 있는 여당이 약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비판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사회가 매우 보수적이어서 기존의 기득권을 어떻게든 개혁하려고 하는 시도가 정당한 것일까? 어느 쪽이 진실인지를 지금 당장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야가 모두 약자를 자처하고 강자라고 규정한 상대를 향해 극단적인 공격을 가하는 것은 전쟁이지 정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향신문 12일자 ‘정동칼럼’(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일을 계기로 돌아본 정치의 책임을 다뤘다. “‘똘마니’와 위기의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연구원은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다른 뉴스들을 모두 덮어버린 정치적 이슈가, 겨우 한 논객의 점잖지 못한 표현에 대한 국회의원의 소송 제기라면 다소 허탈”하다며 “한국정치의 고질병이 되어버린 ‘정치의 사법화’ 문제”를 꼬집었다.

“언론중재 등 대안적 피해구제 제도가 엄연하고, 명예훼손 등 형사처벌이 가능하고, 또한 정치적 발언에 대한 형사소송이 정쟁의 도구로 남용되는 현실에서, 민사소송으로 언론사를 ‘징벌’하는 정책을 도입하겠다니. 특히 언론의 자유와 같은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하는데, 상법을 개정하는 과정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 제도를 도입한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하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미디어 세상’ 기고란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문제를 다뤘다. “징벌을 더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없다”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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