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영방송 도이체벨레(Deutsche Welle)가 파업으로 임금인상을 이끌어냈다. 도이체벨레는 독일 연방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영방송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KTV 같은 곳이지만 활동 영역은 완전히 다르다. 국정홍보가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각 국가의 언어로 개발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접근한다. 물론 그러한 활동이 장기적으로는 독일의 이미지를 향상시킨다.

도이체벨레 기자들은 지난 2월 이미 3년간 임금인상 6.2% 안을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문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코로나19 대책을 위한 정부 예산 지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따라서 도이체벨레의 예산도 불확실한 상황이 됐다. 이에 사측이 기존의 안을 번복하고 기존에 합의한 임금인상을 해줄 수 없다고 나섰다.

도이체벨레 기자들과 언론노조는 파업을 결의했다. 도이체벨레 기자 노조는 “코로나 와중에도 기자들은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해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임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이체벨레 방송국 사장은 현재 독일 전역에서 단축 근무에 돌입하거나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르는 노동자들이 수백만 명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들의 파업을 ‘무거운 실수’라고 비판했다. 국영방송국으로서 이미 소속 기자들과 프리랜서 기자들은 다른 곳보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임금을 보장받고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하지만 베르디 언론노조 소속 기자들은 지난 9월 8일 파업을 결의했고, 독일기자협회도 파업 참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튿날인 10일 12시부터 14시15분까지 파업을 실시했다. 2시간여 동안 방송이 멈췄다. 다음날인 11일에도 10시부터 12시까지 재차 파업에 돌입했다. 약 500여 명이 참가했다.

파업 끝에 결국 기존의 임금 인상안이 관철됐다. 도이체벨레 사측과 기자들은 10월7일 이뤄진 임금 협상에서 3년 간 6.2%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2021년까지 2.1%, 2022년에는 2.1%, 2023년에는 2%씩 단계적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독일 본(Bonn)에 있는 도이체벨레 본사 © DW
▲독일 본(Bonn)에 있는 도이체벨레 본사 © DW

독일기자협회는 “도이체벨레의 임금 인상은 먼저 기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지만, 세계적으로 도이체벨레 방송을 보고 있는 이용자들에게도 이익이 된다. 오늘날 독립적이고 면밀한 취재가 이뤄지는 언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전염병은 인간의 장기뿐 아니라 음모론, 독재자가 부상할 수 있는 환경까지 전염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이체벨레 기자들은 이 전염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재료를 전달한다. 바로 맥락과 정보”라고 강조했다. 

물론 도이체벨레가 임금 협상을 이뤄낸 데는 독일 정부가 도이체벨레의 예산을 줄이지 않고 상향한 것이 근거가 됐다. 사측이 이유로 들었던 예산 삭감의 불안정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도이체벨레 기자들의 파업 이후 내려진 결정이다. 파업을 하지 않고 사측 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핑계는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코로나19에 기자와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에 합당한 임금은 ‘고통 분담’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로 포장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받을 건 받아야 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와중에 파업을 외치고 임금인상을 이끌어내는 것을 보며 상당한 괴리감이 들었다. 우리나라로 보면 공무원급 조직이다. 사회적으로 ‘배불렀다’는 비난과 독설이 쏟아졌을 것이다. 한편으로 독일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과 가치를 얼마만큼 인정하는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