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TV가 외면한 목소리 유튜브에 울려 퍼지다
TV가 외면한 목소리 유튜브에 울려 퍼지다
[유튜브 저널리즘 ⑦-5] 유튜브는 혐오 공간? 다양성 유튜버 균열 내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 있다. 바로 패스트푸드점이다. 제작자인 손녀 김유라PD가 패스트푸드점에 가려 하지만 할머니는 역정을 내며 거부한다. 자동주문기기인 ‘키오스크’를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녀와 함께 용기를 내 가게에 향하는데 ‘테이크아웃’을 하겠냐고 묻는 화면을 보며 ‘테이크아웃’ 뜻을 몰라 진도를 내지 못했고 시간 초과로 주문에 실패했다.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가는 식당’ 영상은 조회수 110만회를 넘었다. “글씨가 작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영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며 화면전환은 겪어보지도 못했을뿐더러 기계가 높다고는 전혀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번 편 눈물난다. 속상하다”는 댓글은 좋아요 2600회를 기록했다.

▲ 박막례 할머니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 갈무리.
▲ 박막례 할머니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 갈무리.

유튜브로 직접 말하는 ‘다양성 유튜버’

닐 모한 구글 수석부사장은 국내 기자들과 라운드테이블에서 인상적인 국내 유튜버로 박막례 할머니를 꼽았다. TV에서는 연예인조차도 노인들이 주인공이 되기 힘든데 일반인 할머니가 주인공인 콘텐츠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막례 할머니가 일상을 보여주며 노인 소외 문제를 다뤘다면 보다 직접적으로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다양성 콘텐츠를 제작하는 채널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또 성장하고 있다.

위라클, 함박TV, 굴러라구르님 등 장애인 유튜버들이 주목 받고 있다. 함박TV를 운영하는 함정균씨는 본인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되면서 장애인에게는 지하철 환승이 무척 까다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30~40분씩 헤매지 않기 위해 역마다 환승경로를 영상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겼는데 장애인은 물론 유모차를 끄는 부모들이 감사를 전하자 교통약자를 위한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제작하게 됐다. 휠체어를 타고 저상버스에 탑승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92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굴러라구르님 채널 운영자 김지우씨는 고등학생 시절 채널을 런칭하면서 장애인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학교 재난 대피훈련 때 실제로 대피해본 적이 없다고 했으며, 장애인을 대하는 친구들의 배려가 오히려 상처가 되는 순간을 지적하기도 했다.

▲ 채널 김철수 화면 갈무리.
▲ 채널 김철수 화면 갈무리.

성소수자 유튜버들은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콘텐츠를 올린다. 구독자 19만명을 보유한 ‘채널 김철수’는 게이 커플의 일상을 담은 콘텐츠를 통해 소통하고, 누구나 커밍아웃을 하는 영상을 보내면 올려주는 '커밍아웃 페이지'도 운영한다. 수낫수 채널은 여성 퀴어 웹드라마 콘텐츠를 제작해 주목을 받았다.

‘퀴서비스’ 채널은 퀴어 고민해결 콘텐츠를 제작했다.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경청하고 소통하는 데 의미가 있다. 변희수 하사의 강제전역, 숙대 트랜스젠더 입학 반발 등 트랜스젠더 혐오 사건이 잇달아 불거진 올초엔 황지수 전 숙명여대 총학생회장과 박한희 변호사를 초대해 ‘트랜스 티타임’을 열었다.

구독자 9만명이 넘는 ‘소그노’ 채널은 여성을 위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예능 콘텐츠인 ‘뉴토피아’는 콘텐츠로서 재미 요소를 갖췄는데 여성을 성적대상화하지 않는다는 점이 기성 미디어와는 다르다. 지난 9월 선보인 ‘우리의 비혼 다이어리’(우비다)는 비혼 여성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사각지대에 처한 노동 문제를 다루는 유튜버들도 있다. ‘인생우산’은 프리랜서 노동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이다. 송은정 작가는 이 채널에 출연해 “당장 프리랜서가 되기엔 겁이 나는 이들이 있다. 밑천도 없고 어디서 시작할지 모르겠고, 주변에 프리랜서 활동하는 이들도 없다. 인생우산 채널이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한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사들은 다른 비정규직 문제를 다뤄도 방송작가 문제를 조명하는 데는 매우 소극적이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유튜브를 통해 방송사별 갑질 계약서 사례 모음, 돈 안떼이는 방법 등을 토크로 전하고 있다.

▲ 디지털콘텐츠 창작 노동자 현실을 다룬 '인생우산' 갈무리.
▲ 디지털콘텐츠 창작 노동자 현실을 다룬 '인생우산' 갈무리.

단순히 조명하면 문제 해결?

BBC의 어린이채널 C비비스(CBeebies)의 어린이 프로그램의 한 코너 진행자를 맡았던 세리 버넬은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연극배우인 그는 선천성 기형으로 오른쪽 팔꿈치 아래가 없다. 그가 진행자로 나선 때가 2009년이다.

한국 미디어는 장애인을 다루지만 대부분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함박TV’ 함정균씨는 “미디어는 불편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긴 한다. 그러면 바뀌는 점도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일상을 노출하는 일”이라며 “드라마에서 휠체어에 탄 장애인이 버스에서 친구와 재잘거리는 모습이 노출되면, 장애인이 버스를 타는 일이 더는 낯설지 않을 거다. 그러면 기사님들도 (고장이 잦은) 저상버스 발판이 안 나오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점검을 한 번이라도 더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함박TV 콘텐츠 화면 갈무리.
▲ 함박TV 콘텐츠 화면 갈무리.

굴러라구르님은 지난해 구글코리아 행사에서 “국내에서 장애인을 다루는 영화는 늘 눈물을 쏙 빼는 감동 스토리가 대부분이다. TV에서도 후원방송에서만 장애인을 다룬다. 이런 콘텐츠들이 오히려 장애인들은 불쌍하다는 차별 인식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는 등장 자체로도 논란이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고등학생 동성 키스 장면을 내보낸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 중징계를 했고, 동성애를 다룬 네이버 웹드라마에 시정요구를 했다. EBS ‘까칠남녀’의 동성애 특집은 시청자들의 격한 항의를 받아야 했다.

김철수씨는 “코로나19 성소수자 확진자 보도를 보면 미디어가 오히려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며 “당사자 분들이 커밍아웃을 못하는 분위기이면 미디어가 이들을 커밍아웃 할 수 있게 끌어내주는 역할을 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다. 성소수자가 일상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친숙한 이미지를 갖게 하기에는 출연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경우 조명을 하더라도 ‘단순한 프레임’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그노 채널의 허휘수씨는 여성 진행자를 내세운 프로그램들을 언급하며 “요즘은 기성 미디어가 노력하고 있는게 보인다. 눈치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쎄고, 과감하고, 섹슈얼한 캐릭터만 있다. 캐릭터를 잡는 데 별로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다양하지 않다.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나쁜 거라고 볼 순 없지만 아쉽다”고 지적했다.

▲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제재를 받았다.
▲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제재를 받았다.

유튜브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많은 다양성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지만 유튜브를 통해 혐오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9%가 SNS나 커뮤니티, 유튜브, 게임 등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접하거나 사용했다고 답했다. 2018년 세계일보가 세종리서치에 의뢰해 수행한 ‘혐오의 파시즘’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혐오표현의 가장 큰 원인 제공자를 묻는 질문에 15.3%가 유튜브를 지목했다.

유튜브는 특정 인종이나 민족, 종교, 장애, 성별, 연령, 국적, 군필여부. 성적지향, 성정체성에 따라 개인이나 그룹에 대해 폭력을 선동하거나 증오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증오성 콘텐츠’로 분류해 금지하고 있다. 유튜브는 비슷한 맥락에서 ‘괴롭힘 콘텐츠’와 ‘위협 콘텐츠’도 금지하고 있고,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한 영상을 올리거나 댓글을 써서도 안 된다. 

유튜브 입장에서는 수 많은 영상에 대해 일괄 심의하기 힘들고, 콘텐츠 심의 특성상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세우기도 어렵고, 심의 전반을 맡는 인공지능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튜브는 지워야 할 것 같은 콘텐츠를 방치하고, 문제 없는 콘텐츠를 지운다는 비판을 끊임 없이 받아왔고 소극적인 소통을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에선 백인 경찰이 가혹행위로 비무장 흑인을 숨지게 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시위가 격화하자 유튜브가 연대 뜻을 표했으나 오히려 유튜브는 비판에 직면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유튜브는 플랫폼 사이에서 극우 급진화를 억제하는 데 특히 서투른 것으로 악명 높다”고 비판했다.

2018년 ‘햄튜브’ 채널은 생리컵 리뷰 영상을 올렸는데 ‘과도한 성적 호기심’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연분홍TV’를 운영하는 연분홍치마 활동가 넝쿨은 K레즈비언 특집 편에서 레즈비언 성문화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영상이 청소년 유해물로 나이 제한이 걸린 점을 지적했다.

유튜버 김우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성소수자 관련 주제의 영상을 올리자 영상이 광고 친화적이지 않다는 유튜브 측 메일을 수차례 받은 뒤 채널이 예고없이 사라졌다. 540여개에 달하는 영상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는 이유를 듣기 위해 이의 제기했고,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 정책상 이의 제기 기회는 1회, 담당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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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0-11 20:45:30
"유튜브는 특정 인종이나 민족, 종교, 장애, 성별, 연령, 국적, 군필여부. 성적지향, 성정체성에 따라 개인이나 그룹에 대해 폭력을 선동하거나 증오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증오성 콘텐츠’로 분류해 금지하고 있다. 유튜브는 비슷한 맥락에서 ‘괴롭힘 콘텐츠’와 ‘위협 콘텐츠’도 금지하고 있고,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한 영상을 올리거나 댓글을 써서도 안 된다." <<< 핵심이다. 유튜브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준다 해도 혐오와 선정성을 계속 유도하면, 이는 차별을 더 조장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 일본 야후 재팬을 봐라. 온갖 극단적, 선정적 기사에 혐오와 혐한뿐이다. 즉 자유라는 이름으로 내버려두는 것이다. 조건 없는 자유를 줘서 폭력과 혐오를 옹호하는 것이 정의인가.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