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30년째 1년 계약, 골절돼도 출근…KBS청소노동자 현실
30년째 1년 계약, 골절돼도 출근…KBS청소노동자 현실
골절된 노동자에게 ‘계산 어려우니 결근 말고 출근하라’
정규직 전환 사각지대 속 고령의 1년 계약 노동자 활용
“KBS서 일한다는 자부심 있었는데…우리도 사람이다”

청소노동자 김숙자씨는 지난달 11일 저녁 집에서 사고로 발뒤꿈치 뼈가 부러졌다. 4주 진단을 받아 병가를 신청했지만 회사는 “비정규직은 병가 없다”며 “병가가 없으니 그냥 쉬면 결근이다. 결근처리 하면 계산이 복잡하다, 무조건 나오라”고 했다. 결국 김씨는 택시를 타고 목발을 짚은 채 출근했다. 한국 공영방송 KBS에서 있었던 일이다.

KBS의 시설 관리나 청소 업무 등은 자회사인 KBS비즈니스가 맡고 있다. ‘자회사 비정규직’ 신분인 청소노동자들은 회사가 설립된 1989년 이래 1년 단위 계약서를 쓰고 있다. 10년, 20년, 30년째 KBS 청소를 맡아 온 노동자도 1년에 한번씩 퇴사와 재취업을 반복해왔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에서 KBS는 등잔 밑에 머물러 왔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에게는 아플 때 쉴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공공연대노조 측이 올해 초부터 사측과의 정식 교섭에서 병가를 인정해 달라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계산이 어려워진다’는 회사 입장에 부러진 발뒤꿈치를 이끌고 일터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정진희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 부지회장은 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KBS비즈니스에선) 병가를 내면 동료가 대신 일을 해주는 거라 대체인력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예산이 더 투여되지 않는다. 주변에서도 서로 ‘도와주겠다, 대체 인력 요구하지 않겠다, 동료가 대신 감수하겠다’고까지 했는데 회사에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앞에서 공공연대노조 KBS비즈니스지회 등의 삭발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앞에서 공공연대노조 KBS비즈니스지회 등의 삭발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KBS 청소노동자들은 결국 삭발식으로 회사에 처우개선을 호소했다.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KBS 본사 사옥 앞에서는 공공연대노조 박유선 부지회장과 정진희 서울∙경기지부 부지회장, KBS비즈니스지회 황의천 지회장 등 3명이 삭발을 했다. 당시 기자회견에는 목발을 짚은 김씨도 동석했다. 현재까지 노사 간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 신청을 하면서 오는 13일과 16일 관련 조정이 있을 예정이다.

정 부지회장은 “현행법상 55세 미만은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 전환해야 한다. KBS비즈니스는 55세 이상만 뽑아서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 왔다. 내부적으로 찍히거나 아프면 재채용이 안 됐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도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은 비정규직이 없게 하겠다고 했는데 KBS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있지 않다. 회사는 그 점을 들어서 의무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 지적했다.

아울러 “KBS에서 일한 지 30년 된 분이 계신다. 젊었을 때 들어오셨는데 정규직 전환이 안 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임금 차별도 받고 있다. 3년 전에는 비정규직 식비를 기본급에 합산하면서 식비를 없앴고, 노조 요구로 지난해 식비를 받았더니 정규직은 10만원, 비정규직은 8만원이었다”며 “가족수당, 성과급 등 복리후생은 적용 못 받고 있다”고 밝혔다.

청소노동자들은 양승동 KBS 사장에게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편지를 보냈다. 편지는 “우리는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에서 일한다. 우리 청소노동자는 KBS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묵묵히 정말 열심히 일했다”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이들은 “우리도 엄연한 사람이다. 우리도 KBS를 위해서 일하는 노동자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없으면 KBS 뉴스도, 추석명절 대형가수 콘서트도, 드라마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고 물은 뒤 “1년짜리 계약서를 없애고 정년까지 일할 수 있게 해 달라. 아프면 우리도 쉬고 싶다. 비정규직에게도 병가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KBS비즈니스는 9일 미디어오늘에 ‘업무상 상병’ 병가를 보장하고 있다며, 최근 김씨 사례는 “관련 규정 마련 협의 단계에서 발생한 일로 임금삭감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설명 후 당사자 판단으로 출근후 휴게실 대기하다 조기 퇴근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1년 단위 계약문제 해결을 위해 다년 계약 검토와 공공기관(유사기관) 환경직 임금 및 복리후생 현황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공공연대 노조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여 환경직 처우 개선에 대해 절충(안) 마련과 재원마련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공공연대노조와 단체교섭 및 상호 협의를 통해 환경직 처우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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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0-10 21:21:05
"KBS비즈니스는 9일 미디어오늘에 ‘업무상 상병’ 병가를 보장하고 있다며, 최근 김씨 사례는 “관련 규정 마련 협의 단계에서 발생한 일로 임금삭감 등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설명 후 당사자 판단으로 출근후 휴게실 대기하다 조기 퇴근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1년 단위 계약문제 해결을 위해 다년 계약 검토와 공공기관(유사기관) 환경직 임금 및 복리후생 현황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공공연대 노조와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여 환경직 처우 개선에 대해 절충(안) 마련과 재원마련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공공연대노조와 단체교섭 및 상호 협의를 통해 환경직 처우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 명확한 시스템을 만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그대들에게도 해당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