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8일 오후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며 오는 9일과 16일 두 차례 방송될 KBS 시사 프로그램 ‘시사직격’(‘메이드인 중앙지검’ 편)에 대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검찰 수사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해당 방송분은 예정대로 전파를 탄다.

과거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서종예)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김아무개씨는 지난 6일 “KBS 시사직격 방송이 그대로 방송되면 회복할 수 없는 명예훼손 등 피해를 입게 된다”며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김씨는 2014년경 서종예 교비를 횡령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서종예 명칭 변경과 관련한 이른바 ‘입법로비 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금품 제공 사실을 시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인물이다.

이로 인해 신계륜, 신학용, 김재윤 등 의원들은 김씨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등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 결과 모두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확정됐다. KBS는 김씨 진술과 검찰 수사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을 보도할 예정이다. 

이번 법원의 방송금지가처분 기각 결정문에 따르면 김재윤 전 의원이 징역형의 집행을 모두 마친 후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로 “저로 인해 큰 고초를 겪게 돼 죄송하다’ ‘짜여진 틀에서 저로 인해 피해를 보신 분들이 안에 계실 때도 저 역시 평생 죄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고”라고 말했고, 검찰이 수사 당시 파악했던 김씨의 횡령액수가 약 56억원이었으나 기소 때는 약 48억원으로 줄어들었다는 점, 검찰이 김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조차 하지 않았던 점, 국회의원 3명의 혐의 내용과 소환 일정 등이 청와대에 보고됐던 점 등을 이유로 KBS는 검찰 수사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 법원이 8일 오후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며 오는 9일과 16일 두 차례 방송될 KBS 시사 프로그램 ‘시사직격’에 대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사진=KBS 시사직격 유튜브 화면.
▲ 법원이 8일 오후 언론의 자유를 인정하며 오는 9일과 16일 두 차례 방송될 KBS 시사 프로그램 ‘시사직격’에 대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사진=KBS 시사직격 유튜브 화면.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는 8일 KBS가 김씨의 국회의원 뇌물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과 함께 진술이 허위가 아닐지라도 김씨의 교비 횡령 혐의에 관해 횡령금액을 낮춰 기소하거나 일부 범죄사실을 기소하지 않는 걸 대가로 진술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KBS는 김씨 진술이 허위라고 단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 진술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더라도 검찰 수사 공정성이 의심 받게 된다고 봐야 한다”며 “3명의 전직 국회의원 사건이 수사·재판을 거쳐 확정된 상태이나 근거를 갖고 김씨 진술 내용이나 그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와 같은 진술이 나오기까지의 검찰 수사 과정을 문제 삼는 것을 아무 근거 없는 억측에 불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같은 (검찰 등에 대한 KBS의) 비판은 우리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표현이나 언론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보인다”면서 “김씨에게는 사후적으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요청할 기회와 손해배상청구 길도 열려 있다”며 김씨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제작진인 정범수 KBS PD는 8일 오후 통화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원의 판단을 기대했다”며 “재판부가 저희 방송 의미와 제작진 의도, 그리고 취재 근거를 잘 헤아려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PD는 “저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을 담거나 넘겨 짚거나, 단정하지 않으려 신중을 기해 방송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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