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 우수의원을 선정하겠다며 각 의원실에 시대착오적인 의원평가 기준을 제시했다는 비판보도 이후 이를 일부 변경해 재공지했다. 언론사 등급을 매겨 평가에 차등을 둔 것과 국감활동을 언론보도 결과물로 평가하겠다는 것 등에 대한 부분을 삭제했지만 근본적으로 의정활동을 계량평가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았다.

민주당은 김태년 원내대표 명의로 지난 7일 “2020년 국감 우수의원 선정을 위한 자료제출 안내를 (9월22일) 드렸으나 국정 전반에 대한 분석 및 정책대안 제시 등 국감 성과와 다양한 매체 활용을 통한 홍보활동을 고려해 첨부자료와 같이 변경했다”고 각 의원실에 재공지했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처음 공지한 내용을 보면 각 의원실에서 준비한 국감 자료가 민주당에 등록한 언론매체·네이버 제휴 매체에 보도된 결과물로 점수화하겠다고 밝혔다. 매체별로 차등을 둬서 점수를 부여하고 방송의 경우 방송리포트, 신문의 경우 지면보도만을 계산하기로 했다. 미디어환경이 변했지만 유튜브 등 당에서 언급하지 않은 매체로 국감 내용을 알려도 의원평가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민주당, 국정감사 의원평가 ‘시대착오’ 기준 논란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3일 이를 보도하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당시 민주당 원내행정기획실 측에선 “이전에 했던대로 (기준을) 정했다”고만 답했다. 

이후 일부 의원실에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 온라인 공간인 ‘국회 대나무숲’에는 최근 민주당 보좌진으로 보이는 국회 직원이 국감 성과를 지난달 28일부터만 인정하고 일부매체의 지면보도만 인정해주겠다는 등의 평가기준을 문제제기하며 ‘기간연장’과 ‘매체확장’을 여당 보좌진 협의회에 공식 요청하는 글이 올라왔다. 

▲ 지난달 22일 민주당에서 각 의원실에 공지한 우수의원 선정 평가기준 자료.
▲ 지난달 22일 민주당에서 각 의원실에 공지한 우수의원 선정 평가기준 자료.
▲ 지난 7일 민주당이 재공지한 우수의원 평가 기준. 의원실에서 준비한 국감자료를 언론보도로 평가하는 부분을 삭제하고 의원실 자체 생산 자료 건수를 계산하기로 했다.
▲ 지난 7일 민주당이 재공지한 우수의원 평가 기준. 의원실에서 준비한 국감자료를 언론보도로 평가하는 부분을 삭제하고 의원실 자체 생산 자료 건수를 계산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7일 재공지한 평가기준을 보면 언론보도의 내용으로 의원을 평가하는 항목을 삭제했다. 대신 총평(‘국난극복’ ‘민생‧평화’ ‘미래전환’ 국정감사 관련 주요 성과 및 활동 내역), 주요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사항(피감기관에 대한 제도개선, 정책 제안사항 목록 및 개요) 등을 주관식으로 작성하도록 했고, 계량평가 부분은 국감 출결사항과 의원실에서 생산한 자료 등을 제출토록 했다. 

자료 기간은 연장하지 않았다. 국회는 올해 국감을 10월7일부터 10월26일까지 진행하는데, 민주당은 9월28일부터 11월2일까지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자료제출 기간은 11월3일부터 11월13일까지로 역시 변경하지 않았다. 

언론보도를 가지고 평가하던 부분은 의원실에서 생산한 자료로 대체했다. 국감 질의서, 보도자료, 정책자료집, 온라인 정책활동(각종 SNS), 카드뉴스 등의 활동 내역을 날짜·주요내용을 적어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도록 하고, 언론의 관점으로 의원을 평가하는 것을 지양한 부분은 긍정평가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의원평가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계량화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실제 국감 현장에 가보면 ‘오늘 국감은 어느 의원실에서 이슈를 선점했다’, ‘어느 의원실이 준비를 많이 했구나’, ‘저 의원실 질의 퀄리티가 다르다’ 등이 한눈에 보이는데 보도자료가 몇 건인지 카운트하는 방식으로 의원실을 평가하면 숫자 늘리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질적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진짜 필요한 부분을 고민해 질의서를 만들고 보도자료를 쓰는 것도 힘든데 어떻게든 언론에 상품으로 만들어야 하니 보좌진들 피로도가 높아진다”며 “우스갯소리로 ‘이번 국감때 방송에 3개 태웠으면(보도하게 했으면) 끝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에서 제시한 기존 기준대로 지상파 방송사 기자 한 두명과 깊이 친해지는 게 의원실 실적을 올리는데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도 전했다. 

또한 민주당의 이러한 평가기준이 피감기관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 관계자는 “계량평가가 중요하니까 깊이있게 피감기관을 들여다보고 자료요청을 하기보다는 일단 숫자로 카운팅이 쉽고 자극적일 만한 자료를 요청하는 경향이 있는데, 피감기관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업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사실 변경된 기준이 좋아진 건지 잘 모르겠고 당황스럽다”며 “그냥 우수의원 선정제도를 없애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우수의원 선정은 피감기관에 대한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 국정감사 활동 내용 등을 기준으로 의원님께서 제출한 자료에 기초해 선정할 예정”이라고 공지한 만큼 보좌진들이 국감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원평가 자료작성에 신경을 써야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예정이다. 

보좌진들이 언론보도를 스크랩하던 업무가 자신들 의원실에서 만든 질의서와 보도자료 등을 통계내서 작성하는 것으로 업무의 내용만 바뀌었기 때문이다. 또 새로 추가한 주관식 항목에서 기존처럼 언론보도 내용을 첨부하는 의원실이 있을 수 있어, 보좌진들이 느끼던 기존의 압박감이 사라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민주당
▲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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