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전 이탈리아 주재 북한대사관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최종 확인된 가운데 이번 탈북자 신상공개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이다. 탈북자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면 당사자와 북에 있는 가족에 고통을 겪을 수 있어서다. 조 전 대리대사가 한국에 온 사실을 1년 넘게 알리지 않은 것도 자신의 가족을 걱정해 본인이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본인 동의없는 정보공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부터 시작한 올해 국정감사 풍경이 달라졌다. 보통 국감장 앞 복도에는 답변을 준비하는 피감기관 관련 공무원들로 분주한 모습이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감장 주변 복도는 좌석 제한 조치로 한산했다.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기재부의 서울신문 지분 매각 관련 논의가 나왔다. 서울신문의 1대 주주인 기재부가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질의를 했다. 

다음은 8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20대 ‘빚내서 주식’ 열풍…서울 넘어 전국으로”
국민일보 “집주인 ‘전세 빼달라’ 洪도 임대차법 유탄”
동아일보 “실종 당일 월북 가능성 없다 보고받아”
서울신문 “가족에게 뜯기는 노인 55만명”
세계일보 “첫 보고선 ‘단순 실종’…첩보 분석 뒤 ‘월북 추정’”
조선일보 “靑, 기업규제 3법 강행…‘논의할 만큼 했다’”
중앙일보 “조성길 부친은 조연준, 작년 9월부터 안보여”
한겨레 “여성은 여전히 ‘처벌의 틀’에 갇혀있다”
한국일보 “‘방탄 여당’ 철벽에…첫날부터 ‘맹탕 국감’”

탈북 외교관 정보, 일방적 공개에 논란 

지난 6일 JTBC는 “2년 전 사라진 북한 외교관…‘조성길 대사대리, 한국 정착’”이란 리포트에서 2018년 11월 이탈리아에서 종적을 감춘 조성길 전 대리대사가 한국에 입국해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인 7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은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우리 당국이 국내서 보호 중’이라고 썼다. 

▲ 6일 JTBC 뉴스룸 조성길 전 북한 대사대리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 6일 JTBC 뉴스룸 조성길 전 북한 대사대리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8일자 다수 신문에서 이를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정착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 정보가 노출된 것은 우리 정부가 탈북민 보호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가 잠적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의 딸이 북한으로 송환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왜 이 시점에 노출됐는지, 어떻게 노출됐는지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태 의원은 한때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을 공개권유했지만 “더는 한국에 오라고 할 수 없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동아일보는 “그가 제3국 대신 한국에 오면 변절자로 찍혀 딸에 대한 처벌 수위가 한층 높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며 태 의원 발언에 공감했다. 

동아일보는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비판하며 언론사에 정보를 누설한 자 등을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런 정보가 노출된 경위부터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국민 알권리와 탈북민 안전 사이에서 보도를 선택한 언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근본적으론 그것을 최초로 누설한 자가 누군지 가려내 책임을 묻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7일자 MBC 보도를 보면 조 전 대사대리와 함께 온 아내 이아무개씨가 언론사에 제보한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아내 이씨는 딸이 있는 북한으로 자신을 보내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당 보도를 보면 또한 아내 이씨는 JTBC 보도를 가리켜 “누구를 위한 보도인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보자가 정말 이씨인지, 언론사에 단지 자신의 북한송환 등을 요청한 것일뿐 보도를 원치는 않았던 것인지 등 이씨의 솔직한 입장과 그 배경이 무엇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 7일자 MBC 뉴스데스크 조성길 전 북한 대사대리 관련 뉴스 화면 갈무리
▲ 7일자 MBC 뉴스데스크 조성길 전 북한 대사대리 관련 뉴스 화면 갈무리

 

동아일보는 국회 정보위를 비판했다. 정보위 간사인 하 의원은 “언론의 확인 요청이 쏟아져 정보위 여야 간사 합의로 확인해주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 신문은 “그렇다고 탈북민과 가족의 안위가 걸린 사안을 사실로 확인해줄 자격은 없다”며 “이번 기회에 국회 정보위원들의 비밀엄수 요건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탈북자 신상공개는 신중해야 한다”, 중앙일보는 사설 “조성길 대사 망명, 최소한의 사실 공개가 바람직”, 한겨레 “‘탈북 외교관’ 국내 입국 일방적 공개, 부적절하다” 등 다수 매체에서 이번 조 전 대리대사 한국행 사실 공개를 비판했다. 

남북관계 악화 우려와 야당의 ‘탈북 기획설’

한국일보는 사설 “조성길 망명, 남북관계 또 다른 악재 안돼야”에서 자칫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 신문은 “엘리트 집안 북한 고위 외교관의 망명은 북한 체제의 한계와 균열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문제는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이 그러지 않아도 경색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그의 망명이 자의에 의한 것이라면 사안이 다르다고 봤다. 이 신문은 “어느시점에서 공개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정부가 북한 고위 공직자 망명 수용을 1년 넘도록 비밀에 부친 것도 북한에 송환된 조 대사대리 딸의 안전이라는 인권 문제나 남북관계를 고려한 조치로 본다면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노력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해양공무원) 피격 사건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정상이나 당국자 대화도 적극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야당에선 이 사건을 정부에서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조 전 대사대리는 한국에 자신이 와있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그런에 이번에 공개했다. 전형적으로 정부 당국이 언론에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고, 같은당 김기현 의원도 “(최근 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국면 전환 물타기로 의도적으로 발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저도 기사를 보고 놀랐다”며 “(언론 공개) 경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기획설을 부인했다.

50-50-50 원칙

국회사무처는 지난 4일 21대 첫 국정감사장에는 ‘50-50-50 원칙’을 적용한다고 했다. 국감장 안, 대기장소, 일일 출입등록 인원을 각각 50명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뜻이다. 국감장 안 인원을 50명으로 유지하기 위해 피감기관 관계자나 취재진으로 북적이던 국감 풍경이 사라졌다. 

▲ 8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 8일자 조선일보 1면 사진기사
▲ 8일자 한국일보 1면 사진기사
▲ 8일자 한국일보 1면 사진기사

 

한 부처 관계자는 국민일보에 “50명 제한이 생기면서 꼭 필요한 최소 인원만 참석했다”며 “예전보다 국감장 주변이 눈에 띄게 썰렁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감장 내부도 달라졌다고 국민일보는 전했다. 의원석 좌우를 막는 투명 가림판을 설치했고 마이크도 기존 2인 1개에서 1인 1개로 늘렸다. 과거에 빼곡하게 붙어 앉던 기관 증인들도 이번 국감에선 1m가량 거리를 뒀다. 

또한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감에선 회의장을 분리하고 국방홍보원장 등 동시 수감 기관장을 화상으로 연결해 질의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그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렸던 대법원 국감이 이번엔 국회에서 열렸다. 

한편 국감 증인을 거부하는 여당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의혹 관련자들의 증인·참고인 채택을 대부분 거부했다”며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의혹 관련 추 장관 아들에게 복귀 전화를 한 당직사병 등을 포함해 단 한 명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며 “사건 관련자들이 직접 국감장에 출석해 증언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여당은 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건복지위에선 여야가 함께 추 장관 아들을 수술한 의사를 증인으로 채택해 놓고도 여당이 갑자기 보류해 논란이 됐다”며 “여당이 압도적 의석수만 앞세워 ‘행정부 호위무사’를 자처함으로써 대정부 견제라는 입법부의 권능을 짓밟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국감이 정쟁으로 그치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정책을 바로잡는 국감이 되기 위해서라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의 증인 채택 논란에 발목이 잡혀선 안 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기재부 서울신문 매각, 공공성 유지해야

정성호 의원은 7일 기재부 국감에서 “언론은 제4의 권력으로 정치권력, 시장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공공성, 다양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매각 과정에서 가격을 극대화하는 시장 논리보다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8일자 서울신문 3면기사
▲ 8일자 서울신문 3면기사

 

이 소식은 당사자인 서울신문이 3면에서 보도했다. 정 의원은 “언론정책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긴밀히 협의해 공공성 관련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조치해달라”고 기재부에 주문했다. 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그렇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재부는 지난 7월 서울신문 지분 약 30%를 전부 매각하겠다고 했고,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조합원 투표를 거쳐 지분 인수 의사를 밝혔다.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의 서울신문과 YTN 지분 매각방침 철회를 촉구했다고 서울신문은 보도했다. 민언련은 “문재인 정부의 두 언론사 공적 지분 매각 방침은 결국 자본의 손에 언론을 넘기는 사영화”라며 “정부가 언론개혁 기치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방침은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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