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상담 프로그램 EBS ‘머니톡’에 고정 출연하는 전문가들이 보험사 키움에셋플래너와 계약을 맺은 관계자들로 나타났다. 키움에셋플래너는 EBS ‘머니톡’을 통해 2만건에 달하는 상담 신청을 받았다.

미디어오늘이 EBS가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머니톡’ 관련 현황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머니톡’에 재무설계 전문가로 출연하는 4명 모두 키움에셋플래너와 계약을 맺은 보험·재무 설계사로 나타났다. 이들은 방송에서 의뢰자의 보험을 컨설팅해주며 구체적인 상품과 특약사항까지 언급했다. EBS ‘머니톡’은 보험회사 키움에셋플래너의 협찬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머니톡’이 무료 재무상담 명목으로 키움에셋플래너에 개인정보를 넘기고, 키움에셋플래너는 자사 보험설계사들에게 개인정보를 건당 7만~8만원에 판매하는 등 기만적 개인정보 제공 실태를 보도했다.

[관련기사 : EBS ‘머니톡’ 보고 상담했더니 개인정보 팔아 8만원]
 

▲ EBS '머니톡' 화면 갈무리.
▲ EBS '머니톡' 화면 갈무리.

문제는 이 뿐이 아니었다. EBS는 고정 전문가 패널들을 ‘머니 메이커’ ‘머니 마스터’ ‘머니 플래너’ ‘머니 디랙터’ 등으로 소개하며 ‘재무 전문가’라고만 설명하고 소속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4명 모두 키움에셋플래너 FA(재무 및 보험설계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키움에셋플래너는 내부 공지를 통해 방송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을 회사 차원에서 모집하고 있었다. 방송사가 자체 검증을 통해 공신력 있는 전문가를 섭외하는 게 아니라 특정 보험사가 이해관계자들을 섭외하고 방송사는 이를 수용한 것이다.

방송법상 누구든 편성에 개입해선 안 되는데, 이 같은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협찬보다 개입한 정도가 크다. 특정 보험사 관계자가 출연하고 자사 보험상품 상담을 유도하면서도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행위는 방송심의규정상 “방송은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에 따른 제재 사유다.

실제 키움에셋플래너의 보험설계사 채용공고를 보면 “SBSCNBC, YTN, TBC, 채널뷰, 드라마규브(드라마큐브의 오타)에서 전문가 방송을 통한 DB를 생산하여 제공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를 방송에 출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재무상담을 받아 개인정보 DB(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키움에셋플래너측 내부 자료에도 “지상파 방송이 늘어나면서 DB(데이터베이스)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지상파 채널 확대는 콘텐츠 신뢰도 측면에서 우수하며 새로운 시장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의 주력인 방송DB 생산을 위해 EBS, IHQ, TBC, KFM 신규 채널을 런칭하였다” 등의 표현이 있었다. 

▲ EBS가 정필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 EBS가 정필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이 프로그램을 통해 키움에셋플래너가 누린 광고 효과도 컸다. 지난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재무상담신청자는 9월 기준 2만1343명에 달했다. 전화상담신청 1만4980명, 온라인상담신청 6362명이다. 상담신청자는 대부분 중장년 여성들이었다. 상담을 한 개인정보는 키움에셋플래너가 보험설계사들에게 건당 7만~8만원에 판매한다. 다만, 상담신청을 해놓고 상담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방송을 통하면 일반인이나 지인을 대상으로 보험을 영업하는 걸 넘어 다양한 사람, 특히 보험에 가입할 의사가 적극적인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며 “EBS가 공신력이 있기에 케이블 채널에서 할 때보다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EBS는 이 프로그램이 특정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구성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특정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전 국민 경제교육의 일환으로 재무설계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BS는 키움에셋플래너와 맺은 협찬 계약 액수를 비롯한 상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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