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천안함 항소심 재판부가 합조단 비판한 의혹 두가지
천안함 항소심 재판부가 합조단 비판한 의혹 두가지
[판결문 분석] 어뢰 침몰 증명됐다면서도 “흡착물질, 스크루 휨현상 규명안돼, 합조단-1심판단 받아들 수 없다” 정면반박…
10년만에 법정이 수용한 의혹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 명예훼손 혐의를 무죄선고한 ‘천안함’ 항소심 재판부는 천안함 침몰원인을 북한소행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재판부는 국방부와 합동조사단, 1심 재판부의 판단 가운데 두가지의 근거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천안함 선체와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는 흡착물질(백색분말)의 실체와 사건관련성, 함미 우현 스크루가 휘어진 원인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제기됐던 수많은 의혹 가운데 단 두가지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몇몇 언론과 과학자들이 끈질기게 제기해온 과학적 문제제기를 수용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디어오늘이 7일 입수한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의 신상철 전 위원 명에훼손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와 변호인이 제기해온 많은 의혹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유독 두가지 지적에 이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해볼 때 합조단과 원심의 판단 중 ‘흡착물질’과 ‘스크루 휨 현상’에 관한 부분은 과학적 규명이 여전히 필요한 영역이라고 판단되므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다만 재판부는 “그러나 위 논거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수중 비접촉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2월 국방부 조사본부에 전시됐던 어뢰추진체 프로펠러. 이른바 흡착물질로 불리는 백색분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5년 12월 국방부 조사본부에 전시됐던 어뢰추진체 프로펠러. 이른바 흡착물질로 불리는 백색분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 두가지 의혹 가운데 흡착물질의 경우 재판부는 미군측 조사단장이었던 토마스 에클스 제독의 이메일 내용까지 소개했다. 재판부는 에클스 단장이 2010년 7월14일 한국조사단 관계자에게 “알루미늄산화물(백색분말)에 대한 논의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불필요하고 그에 관한 과학적 정당성에 많은 의심을 일으킬 수 있다. 나의 부식전문가는 한국에서 행해진 실험이 의심을 제거하는데 충분하다고 믿지 않고, 일반적인 바닷물 부식 환경에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반대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는데, 이 이메일이 공개돼 흡착물질 관련 과학적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네가지 이유를 들어 “합조단의 흡착물질에 관한 조사결과를 그 자체로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보인다”며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첫째 “폭발시 급속한 용융 냉각을 거쳐 생성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라는 합조단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 학자들이 ‘정량분석을 통해 흡착물질이 비결정질 수산화알루미늄 계열’이라고 분석하고 생성 기원에 대해서는 ‘천안함 선체의 알루미늄 부식 또는 해저 부유성 점토광물이거나 기원을 알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제시했다. 재판부는 둘째 “폭약이 수중에서 폭발한 경우 어떤 물질이 생성되는지에 관한 기존의 연구가 없고, 어뢰추진체 등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기존 특정 물질이라고 확인된 바 없어 과학계에서는 여전히 흡착물질 조성에 관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셋째 “흡착물질의 조성과 관련해 현재까지의 과학수준이나 연구성과에 의해서 과학적 사실의 진위가 어느 쪽으로든 판명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며 “이런 경우 법원에서 흡착물질의 조성이 어떠한지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일방의 주장을 과학적 사실로서 단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네 번째로 재판부는 합조단이 조사보고서에서 권동일 서울대교수, 최병학 원주대교수 김의수 국과수 박사의 육안검사결과 선체와 어뢰추진체의 부식정도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쓴 부분의 진위문제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의수 박사가 법정에서 “분석결과 해수에 침전돼 있던 기간은 부식면을 가지고 추정할 수 없으므로 침수기간 추정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며 “백색물질이 알루미늄 산화물인지, 알루미늄 수산화물인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고 썼다. 이어 재판부는 “그러므로 합조단이 조사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타당성 있는 과학적 검토와 확인 절차 거쳤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판결문에는 천안함 우현 스크루 휨 현상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재판부는 “천안함 우현 스크루가 현재와 같은 형태로 변형된 원인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이 같은 형상은 현재까지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손상 형태”라며 “노인식 충남대 교수의 원심 법정 진술에 비워볼 때 노 교수의 시뮬레이션 결과들로는 천안함 우현 스크루의 ‘S자’ 휨 현상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국 현재 과학기술의 한계를 고려하더라도 천안함 우현 스크루가 이렇게 ‘S자’로 휘게 된 원인에 대해 합조단이나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노인식 교수도 뚜렷한 과학적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으로 봐야 하고, 그 이후 추가 검토나 보고가 이뤄진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노인식 교수는 폭발로 인해 프로펠러의 축이 밀림으로써 프로펠러가 앞쪽으로 휘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는 1심 법정에 출석해서는 폭발이 어떻게 프로펠러를 휘게 했는지 인과관계를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된 천안함 함미 우현의 스크루(프로펠러). 사진=조현호 기자
▲경기도 평택 해군제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된 천안함 함미 우현의 스크루(프로펠러). 사진=조현호 기자

 

항소심 법정에 처음 제출된 증거인 천안함 생존자 58명의 진술서 원본의 분석을 재판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피고측은 진술서를 보면 폭발로 판단한 승조원이 14명, 충격으로 판단한 승조원 24명이며 충격을 확신한 승조원들의 진술이 구체적인데다 폭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진술도 존재해 수중폭발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충격 판단 승조원 수가 더 우세하기는 하나 폭발인지 충격인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승조원이 20명에 달한다”며 “‘쾅’ ‘쿵’과 같은 큰 소리가 난 원인 판단을 상이하게 내린 것은 각자 사전지식이나 경험의 영향에 따라 상이해질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승조원 58명의 진술서 기재 내용이 천안함 수중폭발로 침몰했다는 합조단 분석결과에 배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재판부는 △물기둥 발생했을 것 △화약냄새 증언 △선체 충격 존재 △형광등 깨지지 않은 이유 존재 △폭발 성분 존재 △어뢰설계도 원본과 어뢰추진체 일치 △어뢰추진체 폭발과 함께 조개껍데기가 프로펠러 구멍 않으로 들어갔을 것 △어뢰추진체 부식 정도 △사이드스캔소나로도 발견되지 않을 수 있을 가능성 등 제기된 의혹을 1심판결과 같이 대부분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형광등의 경우 함수 절단면 선체에 발견된 것 1개 외에도 수십개의 다발로 발견된 온전한 형광등이 발견됐으며, 조개껍데기가 폭발과 함께 어뢰 프로펠러 구멍으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어뢰추진체 부식정도에 대한 판단도 역시 전문가들의 판단과 상이하며 어뢰설계도 원본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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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우 2020-10-08 13:10:55
남북 합동조사를 하라ㅏ!

999 2020-10-07 23:08:06
결코 어렵지 않은 문제,
하지만 쉬운 문제를 못푸는 것이 더 골때리는 것이다.

바람 2020-10-07 21:46:46
한국의 전시작전권은 미국에 있다. 전시작전권 전환을 말할 때마다 비난한 언론의 역할이 이렇게 크다. 이 사건의 진실은 한미의 군사/외교정보가 모두 공개돼야 한다. 하지만 그대들도 알듯이 정보공개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안타깝지만, 현재는 완전한 진실에 다가가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전시작전권 전환과 방산비리 척결 그리고 군의 현대화가 더 일찍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