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김용민한테 소송당했다, 조국 똘마니라 했다고” (조선일보) 
김용민에 소송당한 진중권 “‘조국 똘마니’ 소리 원통하다더라” (중앙일보) 
진중권 “김용민, ‘조국 똘마니’라 했다고 소송…뿜었다” (매일경제)

전직 교수이자 사회비평가인 진중권씨 페이스북은 올해 기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출입처’다. 오늘(7일)도 진씨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인용한 기사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쏟아졌는데, 이는 2020년 언론계의 일반적 보도행태로 자리매김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언론에 가장 많이 인용된 인물 18위가 진중권씨였는데, 대권 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보다 높은 순위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진중권’이 들어간 기사는 7143건이다. 언론사별로는 조선일보가 7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가 뒤를 이은 699건으로 두번째였다. 주로 정부 비판 보도를 내놓고 있는 두 언론사가 현 정부를 향한 진씨의 도발적 언사를 비판의 근거로 쓰거나, 또는 ‘양념’처럼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기간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진중권’이 포함된 기사가 각각 83건, 24건에 그쳤다. 방송 보도의 경우 SBS 22건, KBS 9건, MBC 0건으로 조선·중앙의 보도량과 대조적이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지난 8월26일자 기자협회보 칼럼에서 일련의 보도 흐름을 ‘진중권 저널리즘’으로 명명하며 “상업적 관점에서 보면 진 전 교수는 본인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니 글 쓰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언론 입장에서는 한 번 썼다 하면 수만 번의 클릭이 보장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독자 입장에서는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으나 상당수가 카타르시스를 느끼니 긍정적 가치가 있다”고 했다. 

김준일 대표는 ”그런데 저널리즘적 가치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언론은 진중권 인용 기사에 새로운 시각을 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라고 되물은 뒤 “김어준 저널리즘은 언론불신 시대의 증표이며 진중권 저널리즘은 언론 실종 시대의 자화상”이라며 언론계에 “성찰과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진중권을 통한 ‘정부비판 아웃소싱’을 넘어서는 실증적이고 총체적인 보도가 필요하며, 진씨의 발언이 갖는 긍정적·부정적 역할과 별개로 그의 발언을 입맛에 맞게 골라 쓰는 조선일보와 진씨의 ‘잘못된 만남’이 갖는 목적과 의미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진중권씨는 올해 초 JTBC 신년토론을 기점으로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았다. 당시 언론계는 조국사태에서 현 정부의 위선적 태도를 거침없이 비판하며 적극적 정부 지지자들이 온라인에서 보여준 전체주의적 태도의 위험성을 지적한 진중권씨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더불어 진씨는 한국일보, 중앙일보 등에 칼럼 연재를 시작했고 국민의당, 국민의힘이 마련한 모임에 강연자로 나서며 높아진 ‘몸값’을 증명했다. 

그런데 진중권씨의 영향력이 높아지며 그를 향한 비판과 우려는 진씨의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는 정부 지지자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사회비평가 박권일씨는 자신의 SNS에서 지난 6월10일자 ‘견제 없는 권력, 시민단체’란 제목의 중앙일보 기획기사를 인용한 뒤 “오늘자 중앙일보의 이 악의적 기사에도 진중권이 코멘트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간 진중권의 독설이 존중받은 건 칼끝이 권력자를 향했고 약자와 망자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그 선을 계속 넘었다. 정치논리·진영논리로만 사안을 논하고 있다. 진중권은 이제 한낱 서울대 나온 김어준이다”라고 비판했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지난 8월19일 ‘민주화세대론의 서울(대) 남성주의’란 제목의 경향신문 칼럼에서 “7월11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을 두고 86세대를 비판했다. 그 글은 나를 분노케 했다. 권력층에 가까운 서울지역 대학 출신 일부 86세대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일반화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며 “‘서울대 출신 아재가 친구에게 보내는 글’을 전 국민에게 발송하지 마라. 진 전 교수가 비판하는 이들은 서울대(서울 지역) 출신 남성 극소수의 얘기다”라고 강조한 뒤 “진 전 교수의 발언은 자유겠지만, 언론은 그의 페이스북 중계에 신중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은 프로보커추어(도발자 혹은 어그로꾼)” 

이런 가운데 진중권씨가 영미권에서 ‘어그로꾼’이란 의미의 ‘프로보커추어’라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포퓰리즘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김내훈씨는 계간지 ‘황해문화’ 가을호에 실린 ‘주목경제 시대의 프로보커추어’란 제목의 글에서 “그는 언제나 그가 비난하는 대상이 최대한 기분 나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판 대상으로부터 반응을 유도하고, 그것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 노출되면서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다”며 진중권씨를 평가했다. 

이어 “강한 수위의 발언으로 도발해 반응을 끌어내고 적을 만든 뒤 ‘우리 편’ 추종자들을 끌어와 이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을 가리켜 영미권에서는 ‘프로보커추어’(Provocateur)라고 한다. 선동가에서 어떤 정치적 대의를 사상하고 남은, 도발자 혹은 어그로꾼”이라며 진씨가 프로보커추어라고 했다. 

김내훈씨는 “대북문제·부동산·인사·교육 등 정부 여당 관련 소식이면 늘 진중권의 논평이 한마디씩 인용된다. 그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당시 조국 장관 후보자를 정부 여당의 모든 위선과 비위가 의인화된 존재로 몰아가며 대표적 반정부 반민주당 논객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한 뒤 “참여정부 시기에도 정부를 향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그가 현 정부를 향해 적의를 표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폭로 건에 대해 ‘오거돈이 야당 소속이었어도 폭로를 총선 후로 미뤘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2차 가해에 준할만한 음모론을 개진한다든가,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재조사 의견에 대해 ‘대모님께 효도 좀 해드리려는 모양’이라고 비아냥대는 모습을 보면, 리버럴 논객으로서의 마지막 보루마저 하나둘씩 포기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적대전선’을 만드는 태도가 보편화 된 혐오의 시대, 표현의 인플레이션으로 가득한 주목 경제 시대는 프로보커추어가 활동하기 좋은 기반이라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영미권에서 프로보커추어는 일반적으로 극우진영으로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적대와 막말의 도발은 좌우를 막론한다”고 전한 뒤 “진중권은 한국판 프로보커추어의 효시 격인 인물이며, 그래야만 오늘날 그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고 적었다. 예컨대 김씨는 “그가 미래통합당 토론회에 참석해 독설을 뱉은 것은 보수로 전향해서 보수정당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게 아니다. 다만 대상이 누가 됐든지 간에 면전에 대고 ‘뇌가 없다’라고 강한 비판을 가하는 모습을 연출해 언론에 노출되고자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혹자는 그를 두고 ‘변절’이란 표현을 썼지만, 본질은 변절이 아닌 ‘인정투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김씨는 “포퓰리스트들은 대체로 현실적 문제의 원인을 의인화해 그들을 절대악으로 상정하고 공격한다. 진중권, 김어준, 안정권은 각각 관종, 선동가, 극우 유튜버로 호명되는데 대체로 뒤의 두 경우만 사회적 문제로 거론된다. 관종에게는 무관심만이 약이라는 주장이 되풀이된다”고 전한 뒤 “프로보커추어들이 조장하는 공론장의 오염을 경계해야 한다. 관심을 주지 않으면 알아서 없어질 것이라 안이하게 생각하는 동안 이미 이들의 수사법이 공론장을 오염시킨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저널리즘’의 본질이 ‘어그로꾼’에게 놀아난 언론이라는 다소 과격한 주장이지만, “조국 똘마니”라는 표현을 되돌아봤을 때 곱씹어볼 대목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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