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등 시민 입장 듣지 않고 결정한 ‘14주 낙태 허용’

정부 ‘낙태죄’ 유지 시민들 “시대 퇴행” (경향신문 1면)
낙태죄, 끝내 유지 임신 14주까지 허용 (한겨레 1면)

정부가 7일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 낙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모성의 보호와 자녀의 건강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 이에 대해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가 형법 ‘낙태죄’ 조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내린 결정에 배치되는 입법예고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입법예고안에 있는 ‘임신 14주’라는 기간은 헌재 결정 당시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주장과 같다. 재판관 3인(김기영·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단순위헌 의견을 내면서 “임신 14주까지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7일자 경향신문 1면.
▲7일자 경향신문 1면.

반면 재판관 4인(서기석·유남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에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여성부는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자고 주장했지만, 다른 부처에서 나온 반대 목소리가 컸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지난달 법무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5개 부처가 모여 낙태죄 관련 입법예고안 마련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마쳤다. 여성부는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일부 부처는 전면 폐지에 강한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1일자 경향신문 기사 8면.
▲지난달 21일자 경향신문 기사 8면.

경향신문은 “이 같은 입법예고안은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 양성평등정책위원회의 권고와 어긋난다. 당시 위원회는 ‘사람마다 신체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정한 임신 주수를 정해놓고 처벌 여부를 달리하는 건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여성단체들은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고 헌재 결정보다 후퇴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김예은 모두의페미니즘 대표는 ‘낙태죄 입법은 공론장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정부는 여성단체 입장도 듣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밀실에서 합의하고 발표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고 썼다. 여성의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개정하면서 시민사회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7일자 한겨레 6면.
▲7일자 한겨레 6면.

한겨레도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입법예고안은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고 여성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1953년 형법을 처음 제정할 때와 다르지 않다. 처벌 조항을 폐지해도 임신중지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나라에서 확인됐는데도 형사처벌로 다스리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7일자 동아일보 3면.
▲7일자 동아일보 3면.

한국으로 망명한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

로마에서 사라졌던 北조성길 작년 한국대사관 찾아와 망명 (조선일보 1면)
조성길 北대사, 작년 7월 한국왔다 (동아일보 1면)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2018년 11월10일 북한으로 귀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아내와 함께 사라졌다. 당시 로마에서 잠적해 서방 망명설이 돌았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는 지난해 7월 한국에 입국해 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이탈리아에서 잠적한 후 서방에 있는 한국 대사관으로 걸어 들어와 망명을 신청했다고 알려졌다.

▲7일자 조선일보 3면.
▲7일자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1면에 “북한의 대사급 외교관이 한국행을 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15개월 만에 한국 체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배경을 두고도 의문이 일고 있다”고 쓴 뒤 이어지는 3면에서 “조 전 대사대리는 망명 후 한국행을 택한 최고위급 북한 외교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재작년 11월 그가 로마에서 잠적한 뒤 그의 행방을 놓고 갖은 설이 제기됐다. 당시 남북 관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한국행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예상을 뒤엎고 이미 지난해 7월 한국에 들어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탈리아의 북한 공관은 김정은 등 최고위층을 상대로 사치품, 이른바 ‘1호 물품’을 상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치품 밀수 루트나 엘리트 동향 같이 고급 정보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에게 미 정보기관이 매력을 느꼈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011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 북한 대사급 외교관이 망명한 사례는 조 전 대사대리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의 최측근이던 황장엽 전 비서와 태 전 공사에 이어 조 전 대사대리까지 한국행을 택하면서 북한 엘리트층이 또다시 동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밝혔다.

▲7일자 동아일보 1면.
▲7일자 동아일보 1면.

정부가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을 이제야 밝힌 이유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에 온 사실이 공개될 경우 북한이 강력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남북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감수하고서라도 그의 한국행을 받아들을 이유가 높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쓴 뒤 “이 때문에 조 전 대사대리의 지난해 7월 한국행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북한이 대남 비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현재 국민의힘 의원인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2016년 한국에 망명할 때도 북한은 태 전 공사 등에 대한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망명 사실 공개는 북한 입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악의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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