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를 기념해 인터뷰를 했다. 이번 문 대통령의 인터뷰는 언론 문제를 집중 질의한 결과의 답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언론관(觀)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에 해당한다. 특히 언론 자유 문제에 있어 논란이 많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추진단계에 돌입하면서 정권과 언론의 긴장 관계가 높아진 가운데 문 대통령의 언론 문제와 관련한 인터뷰는 정권의 언론 정책을 예고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 인터뷰는 헌법상 정치 권력의 언론 자유 보장이라는 원칙을 각인시키는 발언이 주를 이뤘는데 정파적 보도 등과 관련해 일침을 가한 발언은 해석이 갈리면서 논쟁점을 제공했다. 문 대통령은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인들의 뉴스 신뢰도가 40개국 중 최하위였다고 지적한 뒤 “언론이 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지에 대한 언론 스스로의 성찰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정파성에도 큰 원인이 있다. 어떤 언론은 정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판의 자유가 만개한 시대에 거꾸로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정파적 보도 행태가 언론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진단으로 보이지만 ‘어떤 언론’이 정당처럼 느껴졌다는 말은 정권을 비판하는 특정 언론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가장 바람직한 길은 언론 스스로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성찰하면서 자율적으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의 알 권리와 조화시키는 균형있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최소한의 제도적 뒷받침’이라고 표현했는데 집권 후반기 언론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볼 수 있어 주목된다.

문 대통령 인터뷰는 다만 구체적인 언론 현안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양새가 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협회보는 청와대 실무진과 질문을 조율했지만 정부의 서울신문 지분 매각과 YTN 지분 매각설 관련 질문이 포함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 소유 언론사 지분 매각 문제는 ‘언론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를 정면을 묻고 있어 대통령의 언론관을 가늠해볼 수 있지만 즉답을 회피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지난 2018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은 “허위조작정보는 보호받아야 할 영역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는데 이번 인터뷰에 ‘가짜뉴스’의 정의 및 제도적 개선점 등이 담기지 않은 것도 아쉽다. 가짜뉴스 문제가 심각하다는 진단 아래 규제가 강화되는 움직임이 일면 자칫 언론 자유 훼손으로 나타날 수 있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인데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어떤식으로 답변을 하든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결과로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 언론 정책이 베일에 싸여 있다는 미디어업계의 지적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언론 개혁’이라는 말을 쓰지 않은 것도 유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거슬러 올라가 지난 1999년 5월 기자협회보 지령 1000호를 기념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언론개혁은 정부가 주도해서는 안된다. 정부가 언론개혁을 주도할 경우 그 순수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라며 “언론자유를 요구하던 국민들이 왜 지금은 언론개혁을 말하고 있는지 언론 스스로가 인식하고 개혁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과 언론의 자유 문제가 부딪힐 수 있다는 소신을 밝힌 것이지만 고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역대 정권에서 언론개혁은 누구나 동의하는 의제였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조차도 정국을 뒤흔든 조치가 되면서 언론개혁은 요원한 일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언론개혁이라는 벌집을 건드려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민감하다’는 이유로 미뤄두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되묻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언론개혁과 언론정책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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