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이 북한 소행이라는 천안함 정부발표에 의혹을 제기했다가 검찰에 기소된지 10년여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6일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 선고공판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원심(1심) 재판부는 4년 여 전 신 전 위원에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일부 유죄 일부 무죄 판결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천안함 사건은 북한이 쏜 어뢰폭발로 침몰했다는 민군 합조단,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수용했다.

윤강열 재판장은 판결요지에서 “천안함은 북한 어뢰 공격으로 인한 수중 비접촉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로 절단, 침몰됐다고 인정되며, 좌초후 잠수함 등과 충돌했다는 피고인 주장은 받아들일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피고인이 공직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해 글을 게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재판장은 1심 재판부가 지난 2016년 1월25일 판결에서 신 전 위원의 2010년 4월4일자 게시글(고의 구조 지연 주장), 같은해 6월11일자 게시글(고의 증거인멸 주장)을 비방목적이 인정된다며 유죄 선고한 부분을 파기하고 각각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윤 재판장은 나머지 1심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 34건 중 32건을 무죄로 선고한 부분을 검찰이 항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각한다고 밝혔다.

윤 재판장은 신 전 위원이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를 두고 “침몰원인을 판단하는데엔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적 분석과정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를 판단하는 데엔 필연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피고가 좌초후 충돌 주장하면서 사실여부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포함되고 다소 과격하고 공격적 표현은 비난할 부분이 있고, 내용과 표현의 부적절성의 경우 비판의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윤 재판장은 “그렇다고 형사처벌해서는 안 되고 학문의 자유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재판장은 “명에훼손죄의 구성요건을 확대해석해, 겉으로 드러난 표현만으로 처벌할 경우 중요한 공익적 관심사에 대한 논쟁을 봉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우선 고려된다”고 평가했다.

윤 재판장은 “아울러 피고가 게시한 글의 전체적 내용에 비춰볼 때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침몰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고, 사고원인에 관한 합조단 발표를 분석 비판해, 사고원인에 대한 본인 나름의 분석을 제시해 공익 목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재판장은 “피고가 게시한 글과 발언 내용은, 국민의 감시를 위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공개를 요구하고, 언론보도와 자료를 바탕으로 개인의 의견을 밝히고 선체의 탐색 및 지연을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으로서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무죄 부분의 경우 “게시글 부분 허위사실로 볼 글이 다수 있으나 허위성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식했다고 본 부분도 피해자를 특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이 6일 천안함 항소심 무죄선고를 받고 몇몇 시민, 블로거 및 미디어오늘 등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이 6일 천안함 항소심 무죄선고를 받고 몇몇 시민, 블로거 및 미디어오늘 등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천안함 침몰사건의 의미를 두고 윤 재판장은 “천안함 침몰사고는 해군 초계함이 경계근무중 침몰, 46명 승조원 사망 실종된 사건으로서 초유의 사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박에 없다”며 “사고원인 조사과정, 정부군의 대응 적절했는지는 국민의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며, 침몰원인에 따라 대북정책과 국제관계 등 정치외교적 파장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적 사회적 의미 크다”고 봤다. 윤 재판장은 특히 “일반 국민은 군과 정부 언론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기초로 군의 활동을 감시 비판할 수밖에 없고, 피고도 마찬가지”라며 “초기 대응과정에서 정부 군의 지나친 정보독점, 취사선택에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윤 재판장은 1심 재판에서 유죄로 판단한 신 전 위원의 2010년 4월4일자 ‘서프라이즈’ 게시글 ‘군이 의도적으로 실종자 구조를 고의 지연했다’는 주장의 경우 “허위사실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피해자를 특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재판장은 “신 전 위원이 글에서 구조인양 지연 주체를 MB정권과 해군당국자로 써, 구체적으로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다”며 “게시 내용도 감시를 위해 자료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으로서 구조나 인양을 지시하는 개인들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방부 장관이나 해군참모총장이라고 특정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윤 재판장은 “초기 실종자 수색 및 구조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며, 피고도 실종자 구조중단 요청으로 해군에게 조속한 구조 인양을 촉구하는 면으로 보인다”며 “구조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다수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본 점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며 비방 목적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부분 원심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며 파기한다고 했다.

1심에서 유죄판결한 ‘군이 스크래치를 없애 증거를 인멸했다’는 신 전 위원의 2010면 6월11일자 서프라이즈 게시글을 두고 윤 재판장은 “천안함에 있는 페인트를 발견하지 못했고, 비밀리에 고압세척했다는 피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는 면에서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스크래치 있었던 것을 없앴다’는 주장 허위사실”이라면서도 “허위성을 인식하면서 허위사실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방목적에 대해서도 윤 재판장은 “피고인이 허위성 인식있었다 해도 실제로 스크래치 흔적에 훼손된 것 의문을 품을 만한 사정이 있어보인다”며 “정보를 투명히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목적에서 의심스러운 점을 지적한 점을 종합적으로 볼 때 허위성의 인식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비방목적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인정하지 못한다”며 “피고의 주장이 이유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천안함 침몰원인이 북한 소행이라고 판단한 1심 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윤 재판장은 △천안함 견시병들이 물기둥을 못봤을 수 있고, 백령도 초소 경비병이 섬광을 봤기 때문에 이들이 물기둥도 목격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며 △화약냄새의 경우 김용현 병장이 법정에서 화약냄새가 어느정도 있다고 증언했고 △함수 형광등이 깨지지 않은 것은 주변의 다른 형광등이 다 깨졌다는 점에서 그 형광등에만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합조단이 주장한 공증음파와 지진파의 버블주기 측정치가 수중폭발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근거라며 과학기술상의 한계로 완벽히 재현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분석에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어뢰추진체의 경우 재판부는 북한에서 제작한 CHT-02D의 설계도면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단되며 어뢰추진체의 부식정도가 50일 정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라는 의혹에는 막 인양했을 때는 심하게 녹슬었다고 보기 어렵고, 인양히 급격히 산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어뢰추진체에 붙어있는 흡착물질과 함미의 프로펠러가 S자로 휘어진 부분에 제기한 피고의 의혹에 재판부는 이유있다고 인정해 1심 재판부와 다른 판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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