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선일보에 실린 ‘서울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의 정치방송’ 기고에 대해 법원이 허위사실이 담겼다고 판단한 뒤 조선일보의 정정보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냈다. 조선일보 기자가 기사를 쓰지 않아도, 기고를 게재한 행위도 명예훼손 책임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앞서 조선일보는 2019년 2월15일자 31면에 ‘서울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tbs의 정치방송’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이준호 전 tbs 대표는 해당 기고에서 “2011년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래 tbs 교통방송은 국내 최고의 정치방송국이 되었다”고 적었으며 “(내가) 재직하던 5년 동안 중앙 정치 이슈를 다루지 않았고, 국회의원이나 정당인이 출연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또한 “2011년 박 시장 취임 직후 임용된 후임자는 석 달 만에 보도국장, 기술국장, 심의실장 등 핵심 간부들을 편법으로 해임했고 그 빈자리는 박 시장의 정치적 색깔과 의도를 실행한 외부 인사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tbs는 해당 기고문의 주요 사실관계가 허위라고 주장하며 해당 기고를 실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2019년 2월15일자 조선일보 기고.
▲ 2019년 2월15일자 조선일보 기고.

tbs는 △교통방송에서 중앙 정치를 논하는 기능은 허가된 사항이며 △이준호 대표 재직 당시 대한애국당 사무총장이었던 고 정미홍씨가 진행한 ‘정미홍의 서울 속으로’가 존재했고 당시 정두언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tbs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출연했고 △이준호 대표가 채용했던 기술국장 심의실장 보도국장 모두 계약 기간을 만료했거나 의원 면직된 경우로 편법 해임이 아니며 △이후 채용된 기술국장, 심의실장의 경우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승진 임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이동욱)는 지난달 23일 판결에서 tbs의 주장을 대부분 인용하며 조선일보에게 정정보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tbs)는 종합편성 방송사업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준호 전 대표가 교통방송본부장으로 있던 2006년경부터 2011년경까지 교통방송 라디오 편성 중 보도는 4.8%~6% 정도였기 때문에 이준호 전 대표 재직 중에도 tbs는 중앙 정치를 보도했다고 볼 수 있으며 국회의원이나 정치인 출연 사실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보도국장, 기술국장, 심의실장 편법 해임 주장에 대해서도 “기술국장과 심의실장은 2012년 3월1일 임기를 만료했고 보도국장은 임기만료를 20일 앞둔 2012년 2월6일 의원면직했다”며 “기사에 기재된 바와 같이 핵심 간부들을 업무 능력 낙제점을 줘 편법으로 해임했다고 볼 수 없고, 박 시장의 정치적 색깔과 의도를 실행할 외부 인사로 채워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해당 기고와 관련해 “tbs가 서울시 지원을 받는 공영방송이므로 정파적 방송을 해선 안 되므로 이를 지적한 기사에 대해 정정 보도를 명해선 안 되며 해당 기사는 외부 필자가 기고한 기고문으로 일반적인 사실 보도에 관한 기사가 아니고, 외부 필자의 의견 표명 내지 독자투고 성격의 글로 봐야 하므로 이에 대한 조선일보의 책임은 인정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그러나 재판부는 “설령 피고가 교통방송이 정파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려 했다고 하더라도 허위사실에 기초한 보도인 이상 정정보도의 대상이 분명하다”고 판단했으며 “일반 기사와 외부 기고문에 의한 보도를 구별해 후자에는 언론사의 면책이 폭넓게 인정된다고 한다면 언론의 공적·사회적 책임을 부당하게 축소해 상충하는 권리와 법익의 균형 있는 조화 속에서 피해자 구제제도를 확립하려는 언론중재법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조선일보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언론중재법 제1조는 정정 보도의 대상을 ‘언론의 보도 또는 매개’라고 명시하면서, 보도 내용을 실질적으로 취재·작성한 주체를 구분하고 있지 않고, 언론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전파력과 신뢰에 비추어 외부인사의 사실적 주장이나 의견이 언론매체를 통하여 전달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일반 독자에 대한 설득력이나 파급력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고에 따른 tbs의 명예훼손에 대해 조선일보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언론사가 여전히 편집 권한 등을 통해 기고문을 취사 선택하고 그 게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 기고문에 외부인사의 의견표명 외에도 사실의 적시가 포함되어 있고, 그것이 단순히 의견을 표명하기 위한 전제 정도를 넘어서는 사실로서 허위임이 명백하다면 이러한 기고문을 보도한 언론사로서는 허위사실의 보도로 인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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