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유족이 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월북 프레임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A씨 형인 이래진씨는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에게 “동생을 돌려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공조에 의한 명확한 정보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이씨는 29일 서울 중구의 한국언론회관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씨는 이날 “외신 기자 여러분께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 법치국가로서 이번 동생 사건 관련 과정에서 상당히 심각한 인권을 말살하는 형태가 비현실적이라는 걸 많이 느끼셨을 것 같다”며 “단 한번의 정부 연락이 지금까지도 없다. 지난 토요일 해양수산부장관 명의의 위로 서한 딱 한 장 뿐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해경 발표는 한마디로 논픽션, 허구다. 현장 조사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했어야 하는데 뭐가 급했는지 또 다시 ‘월북’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 기자들은 이씨에게 A씨가 월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근거, 정부 발표를 허구로 보는 이유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왜 정부가 월북으로 몰고 가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대한민국 정서상 월북이라는 무지막지한 프레임은 과거 군사독재 하에서 느꼈던 두려움에 가까운 용어 중에 하나다. 저희 중년 세대는 용공, 북한이란 용어를 내뱉으면 벌벌 떨고 도망간다. 찍 소리도 못한다. 그래서 가장 쉽고 편한 월북으로 몰아갔을 거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북한은 (A씨가) NLL로부터 불과 0.2마일을 침범했는데 체포했다. 대한민국은 NLL 이남 10마일이 텅텅 비어 있었다”며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이 해상 경계 측면의 과실을 감추기 위해, A씨 월북 프레임을 내세웠을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동생 A씨가 실종된 이유로는 본인이 맡고 있는 고속모터보트를 점검하려다 실종되지 않았겠느냐고 추정했다. 

질의응답에서 이씨는 줄곧 ‘두 번의 골든타임’을 강조했다. A씨가 처음 실종돼 해상에서 표류했을 30시간, 북한군에 의해 붙잡힌 이후 6시간을 각각 칭한다. 특히 A씨 수색 초기와 관련해 “21일 사고가 발생했고 22일 오후 2시40분경 동생 실종 소식을 들었다. 해경 4척, 해군 3~4척 정도가 있었고 헬기를 요청했는데 바로 오지 않고 1시에 온다, 2시에 온다 하다가 4시가 다 되어서 왔다”고 말했다.

A씨 채무 등을 공개한 해경을 향해서는 “자꾸 동생의 채무와 가정사를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우리나라 대한민국 50~60% 서민들은 전부 다 월북해야 하나. 저 역시 빚이 상당히 많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도 빚이 있다”며 “빚이 다고 해서 월북을 한다는 게 이유가 되겠나. 동생은 8년 간 근무한 국가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A씨 실종 이틀 전 통화를 회고했다. “동생은 죽기 이틀 전까지 저와 통화했다. 월북이라는 징후나 어떤 말도 없었다”며 “동생이 공무원에 임용된 다음 중국의 불법어업을 단속하는 장면을 TV로 봤다. 거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어서 ‘내가 하는 일 좀 도와라’ 했더니, ‘저는 평생을 공무원 생활로 마칠 거고 자부심 갖고 임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계급을 중시하는 북한으로 가려 했다면 왜 배에 공무원증을 그대로 두고 갔겠느냐고도 덧붙였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안한 마음’을 전한 통지서에 대해서는 남북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사과를 각별한 의미로 받아들이고 대화와 협력의 기회로 반전되길 기대한다고 발언했는데 유가족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씨는 “동생 죽음으로 인해 안타깝고 분노스럽지만 평화의 시간이 만들어지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답했다. 이씨는 “(북한이 동생을) 끔찍하게 살해했지만 전통문(통지문) 내용에 미안하다는 표현도 했고 살해 과정(경위)을 묘사하기도 했다”며 “남북 평화가 반드시 실현되고 세계의 자유와 질서가 확립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동생 죽음이 정말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자랑스러운 죽음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국제공조 조사단 △공동 시신수습 △당국의 월북몰이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 노력 △남북평화의 노력 △정보 공유를 요구했다. 그는 “이 시간 이후부터 평화의 프로세스 확립, 대한민국 해양 사고에 대한 국제적 프로그램 도입이 절실하다”며 “(동생에 대한) 살해 과정의 적나라한 표현과 노출, 정부는 이 부분도 사과를 좀 해야 한다. 심각하게 인권이 말살됐다. 골든타임 그 두번의 행적을 반드시 군과 정부는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아래는 이래진씨의 입장문 전문이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에는 골든타임은 있었는가?’

1. 자랑스러운 나의 동생은 업무수행 중 실종되어 북한의 영해로 표류되는 과정까지 대한민국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구조하거나 체포하거나 사살하거나 모든 행위들은 대한민국 영해에서 이루어졌어야 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NLL 이남의 해상표류 행적과 동선을 알고 싶고 당국의 정확한 설명과 함께 동생의 시신을 간절히 찾고 싶습니다.

2. 실종되어 30여 시간의 해상표류 시간 동안 동선과 구조하려는 노력에 정부와 군 당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결국은 북한의 NLL로 유입되었고 마지막 죽음의 직전까지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우리 군이 목격했다는 6시간 동안 살리려는 그 어떤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월북이라고 단정하며 적대국인 북한의 통신 감청 내용은 믿어주면서 엄청난 범죄로 몰아갑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법치국가입니다.

3, 동생이 실종이 아닌 자진 월북으로 몰아가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두 번이나 존재할 때 가만있다가 북측의 NLL 불과 0.2마일 해상에서 체포되어 죽음을 당해야 하는 이 억울함을 누구에게 호소하고 말해야 하는지 왜 나와 동생 우리 가족에게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습니다. 반드시 진실 규명이 필요합니다.

4. 실종사고를 접하고 제가 직접 해상수색에 돌입할 그 시간에 동생은 국가와 형이 충분히 구조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고 죽을 때는 국가와 형을 원망하며 마지막 눈과 가슴에는 조국을 담았을 것입니다. 저는 동생의 죽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제 자신이 부끄럽고 원망스럽습니다.

5. 22일 우리의 군은 실종된 동생의 간절한 구조를 외면한 채 그 골든타임 때 구명동의의 숫자를 확인했고 북한과 비상연락이 안 된다고 했지만 현장에는 NLL을 가까이 왔다고 해서 무전 교신으로 경고 방송했고 우리 군은 바로 대응방송을 했습니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요?

6. 동생도 오랜 시간 선장을 했고 국가공무원으로 8년 동안 조국에 헌신하고 봉사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애국자였습니다. 저 또한 같은 학교를 졸업했고 원양어선 항해사로 5년 원양선사근무 4년 보트개발 20년 이상의 경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력을 월북으로 몰아가는 정부에게 묻습니다.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요?

7. 대한민국의 역사는 분단이라는 비극보다 정직하고 행복에는 조건이 없어야 합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께 간절히 호소합니다. 동생을 돌려주십시오.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이 더 이상 평화 앞에서 비참하게 희생당하고 충돌이라는 극한의 대립보다 남북한 모두에게 평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동생의 죽음이 가족 동료 대한민국의 평화와 전 세계의 자유가 시작되는 아름다운 시간과 사랑하는 가족 앞에 신의 은총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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