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오늘도 24시간이 모자라게 달리고 있다. 정치인 안철수란 이름의 8년. 고난과 역경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지난 2월 그는 1년 만에 국민들 곁으로 돌아왔다. 컴백 후 연일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안철수씨의 일상.”

지난 28일 오후 추석특집으로 전파를 탄 TV조선 다큐멘터리 ‘스타다큐 마이웨이’(마이웨이) 주인공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다. 28일까지 217회 방영된 마이웨이는 주로 원로 연예인과 방송인을 중심으로 그들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TV조선 주 시청층인 고령층을 겨냥한 콘텐츠다. 생소했던 정치인 출연이 주목된 이유다.

낭랑한 목소리의 성우가 소개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일상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비쳐졌다. 마이웨이가 이날 방송에서 주입하듯 강조했던 것은 ‘보통사람 안철수’였다.

TV조선은 방송 전 자료를 통해 “지난 2012년 정계에 입문해 어느덧 정치 생활 9년 차가 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이야기가 그려진다”며 “떡잎부터 남달랐던 안철수 대표의 어린 시절부터 평범한 남편으로 일상을 보내는 소탈한 모습까지 ‘인간 안철수’를 조명한다”고 밝혔다.

▲ 지난 9월28일 오후 추석특집으로 전파를 탄 TV조선 다큐멘터리 ‘스타다큐 마이웨이’(마이웨이) 주인공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다. 사진=TV조선 화면 갈무리
▲ 지난 9월28일 오후 추석특집으로 전파를 탄 TV조선 다큐멘터리 ‘스타다큐 마이웨이’(마이웨이) 주인공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다. 사진=TV조선 화면 갈무리

고향인 부산 고교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정치인으로서 고민을 주고받는 모습이나 화상으로 딸과 드라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마라톤을 통해 스스로 되돌아보고 마음을 다잡는 장면 등에서 제작진 의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제작진이 정치색을 빼려 노력한 흔적도 보인다. 안철수 대표 설명 자막은 ‘국민의당 대표’가 아닌 ‘정당 대표’였고, 2012년 대선 당시 경쟁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얼굴만 등장할 뿐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안 대표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조국 흑서’의 저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도 출연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S대 시절, 마라톤, 반려견 이야기 등으로 채워졌다. ‘조국 흑서’라고 불리는 책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도 멀찌감치서 ‘베스트셀러 1위 책’으로만 설명될 뿐이었다.

‘정치’가 빠진 안철수 다큐는 결국 ‘홍보’만 덩그러니 남아 싱겁기 그지없다. “안 대표 시그니처 백팩”이나 “당 대표의 운동화”를 주목한 장면은 ‘서민 코스프레’ 아닐까 싶고, 부엌에서 토스터기로 브런치를 준비하는 모습을 비추며 “기술보단 섬세함이 필요한 요리법”, “주방이 낯설지 않은 모습”이란 자막은 다소 낯 간지럽다. 커피와 토스트 먹는 것에 무슨 섬세함이 필요할까.

정치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때때로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부부는 2017년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에 고정 출연한 바 있고,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원희룡 제주지사도 예능 프로그램에 곧잘 출연해 친숙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호평보다 ‘정치인 홍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정치인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다큐 프로그램은 새 캐릭터를 갈구하는 제작진과 기사와 홍보가 필요한 정치인의 당연한 욕망이 맞아떨어진 결과이지만 대단한 성과가 있진 않았다.

▲ 지난 9월28일 오후 추석특집으로 전파를 탄 TV조선 다큐멘터리 ‘스타다큐 마이웨이’(마이웨이) 주인공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다. 사진=TV조선 화면 갈무리
▲ 지난 9월28일 오후 추석특집으로 전파를 탄 TV조선 다큐멘터리 ‘스타다큐 마이웨이’(마이웨이) 주인공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였다. 사진=TV조선 화면 갈무리

도리어 궁금증만 더 커진다. “TV조선은 왜 안철수를 다큐로 만들었지?”, “TV조선과 안철수의 콜라보 의미는?” ‘인간 안철수’를 주목한다고 한들 그가 딛고 있는 ‘정치’가 빠진다면 안철수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우며, TV조선 색채를 고려하면 섭외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뒤따르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진영에 대권주자가 없긴 없구나.”

정치인도 방송으로 본인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 시청자들도 국회가 아닌 방송에서 정치인의 소탈함과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정치인과 시청자의 진짜 소통은 카메라가 ‘정치인의 정치’를 직시했을 때 가능한 일 아닐까. ‘정치’를 피했던 TV조선 마이웨이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았다. 여느 프로그램의 정치인 홍보 그 이상으로 크게 와닿지 않았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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