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현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수신료위원회’ 설치에 대해 KBS는 정부에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받아 28일 공개한 ‘수신료 제도 개선 등 관련 사업자 의견수렴 결과’를 보면 KBS는 수신료위원회 설치와 회계분리 등 수신료 제도개선에 대해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방통위는 지난해 6월18일 방통위·KBS·EBS 관계자들과 모인 회의에서, 정부가 국정과제로 수신료위원회 설치와 회계분리 등 수신료 제도개선을 추진중인데 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해당 자료를 보면 이날 회의에서 KBS는 “독일의 경우 지역마다 공영방송이 있어 이들 간 비용 조정 등을 위해 각 지역에서 참가하는 수신료위원회를 설치했으나 한국은 이와 성격이 다르다며 수신료위원회는 옥상옥이 될 수 있고 KBS 이사회의 기능과 일부 충돌이 있을 수 있다”며 우려 입장을 표했다. 현재 수신료를 올리려면 KBS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을 의결하고 방통위를 거쳐 국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KBS는 지난해 9월30일 방통위·KBS·EBS 관계자들이 모인 회의에서도 KBS는 “수신료위원회가 수신료를 산정하면 KBS이사회의 수신료 산정 기능은 완전히 삭제되는 것이며 공적책무별 수신료를 산정하는 것이 KBS 운영방향을 간접적으로 정하는 것이므로 운영의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이날 KBS는 “TV수상기 개념 등이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외국은 수신료를 세금 혹은 분담금 형태로 변환해 제도개선을 했다”며 “해외사례를 따를 경우 세금보다는 부담금 혹은 분담금 형식으로 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EBS는 방통위와 회의에서 수신료위원회 등 공영방송 재원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EBS는 “현재는 학령인구 감소, 수능 연계율 조정 등에 따라 재원마련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등 지금이 공영방송과 지상파방송과 같은 공공서비스 미디어 규제와 재원제도 등을 논의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의원실이 EBS에서 받은 ‘EBS 수신료정상화추진단’ 현황 자료를 보면 EBS는 최근 논의되는 수신료위원회를 언급하며 “별도 독립적 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해 공영방송의 미래비전, 책무성, 이행정도, 필요재원 등 객관적 평가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수신료 산정과 배분을 수행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EBS는 지난 1월 수신료정상화추진단(인원 4명, 예산 5500만원)을 구성해 수신료 인상과 이에 따른 EBS의 공적책무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EBS는 지난 2014년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인상하고 EBS가 이중 월 600원(15%)를 받는 안을 제시했다.  

방통위는 대통령 공약인 ‘시청자가 참여하는 수신료위원회 설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공영방송수신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고 의견수렴에 나섰지만 아직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공영방송 TV수신료 결정 절차 개선을 위한 입법과제 고찰 : 수신료 위원회 설치를 중심으로(봉미선·신삼수)’ 보고서에서 방통위 내부의 특별위원회 형태로 수신료위원회 설치하는 안을 제안했다. 수신료위원회를 국회 내에 설치하면 입법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현재도 논란이 되는 정파성 문제가 있고, 방통위 산하에 둘 경우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지만 규제기구의 공영방송 지배력이 과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신료 회계분리에 대해 KBS는 두 차례 회의에서 역시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수신료는 가구당 2500원으로 전기요금에 합산해 청구하는데 징수주체인 한국전력이 수수료로 6.15%를 가져가고 남은 금액을 KBS와 EBS가 97:3으로 나눈다. 

▲ KBS 카메라. 사진=pixabay
▲ KBS 카메라. 사진=pixabay

 

지난 국회때 발의된 개정안을 보면 KBS와 EBS가 사업목적별로 회계를 분리처리하는 ‘국제회계기준’을 준용하고 운영계획 수립시 수신료 사용계획도 포함하도록 했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철희 당시 의원은 “KBS 인상과 관계없이 회계분리를 해야한다”며 “수신료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불필요한 오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와 회의에서 KBS는 “수신료 사용처를 구별하기 위해 시설·사람별 수신료 수입과 광고 수입을 사용한다고 구분할 근거를 마련하기 힘들다”며 “마련하더라도 수신료 수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회계분리가 유의미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공영방송 중 유일하게 수신료 수입 사용처를 구분하는 (영국) BBC도 완전히 구분회계를 시행하지 않고 비용처리시 수신료 비율을 배정만 하고 있다”고 했다. 

EBS는 “수신료 사용처를 공표하는 게 의미있을 수 있으나 완전한 구분회계 자체가 어렵고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게 우려된다”며 “현재 개정안과 같이 ‘구분해 회계처리한다’가 아닌 ‘구분해 집행한다’ 정도로 수정하고 현재 방발기금(방송통신발전기금)과 같이 수신료 수입을 별도 계좌로 관리하는 것은 수용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조명희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본질은 위원회 설치 등의 형식이 아닌 국민 의견의 실질적 반영”이라며 “국민들로부터 연간 6600여억원의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KBS는 정치적 편향 의혹 해소와 방만한 경영 쇄신을 전제로 국민들 뜻을 담아 수신료 정책을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사진=조명희 의원실
▲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사진=조명희 의원실

[기사 수정 : 9월 29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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