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오디션프로그램 ‘아이돌학교’에서 10대 연습생들이 잠을 청했던 ‘핑크빛 내무반’을 두고 참가자 이해인씨는 “페인트 냄새가 가득했고 환기시설도 없었고 먼지가 엄청났다. 피부병이 날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아이돌학교’에 참가했던 다른 연습생들은 “새벽 4시에 1조 나와 이러면 좀비 나가듯이 나가서 마이크 차고 준비하고 ‘먹어’ 그러면 먹고 ‘자’ 그러면 자고 ‘일어나’ 하면 일어났다”고 말했다. 대부분 미성년자였지만 새벽 촬영이 많았고, 밥을 주지 않아 울던 아이들도 많았다고 했다. 

지난해 말 방영된 MBC ‘PD수첩’에서 이 같은 증언이 등장하자 ‘순위 조작’만큼이나 촬영환경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거셌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8일 미성년(만 19세 미만) 연예인 연습생 및 지망생에 대한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개선안을 지난 18일 정부업무평가위원회에 보고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는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으로, 다수부처와 관련되거나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현안에 대한 개선방안을 심의·의결한다. 

문체부와 방통위가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한국연예제작사협회 등과 협의를 통해 마련한 ‘미성년 연예인 등에 대한 권익보호 개선방안’에 따르면 문체부는 미성년자 대상 방송출연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불공정 계약을 방지하기로 했다. 특히 장시간 노동·야간촬영·수업 결석 등 휴식권·학습권 침해에 대해 구체적 지침을 마련해 현장에 적용하도록 했다. 방통위는 주요 방송사를 대상으로 방송 출연 표준제작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 Mnet 오디션프로그램 ‘아이돌학교’의 한 장면.
▲ Mnet 오디션프로그램 ‘아이돌학교’의 한 장면.

앞서 방통위는 지난 6월30일 아동·청소년 출연자가 심야(22시~6시), 장시간(쉬는 시간 없이 3시간 이상), 1일 6시간 이상 생방송을 진행하거나 인터넷개인방송에 출연하지 않도록 하는 ‘인터넷개인방송 출연 아동·청소년 보호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성희롱·성폭행 등 불법행위 노출과 관련해선 성범죄 피해 신고 시 미성년 연예인 신고를 우선 처리하도록 했다. 미성년 연예인 보호 조항에 과태료 규정도 신설해 야간 노동 같은 상황이 적발되면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게끔 할 계획이다. 과태료 규모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알음알음 진행되는 현 오디션 정보획득의 불평등 개선을 위해 한국연예제작사협회 홈페이지 등에 회원사 오디션 정보를 공개하고 민간 차원의 오디션 가이드라인도 마련하기로 했다. “연예인의 주요 데뷔경로(41.5%)인 오디션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한 결탁·사기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정책적 움직임은 사회적으로 미성년 시기에 연예인을 준비하고 활동하는 사례가 보편화되면서 이들의 인권과 노동환경에 대한 우려와 문제 제기가 반복된 결과다. 

방통위와 문체부는 “데뷔 등을 빌미로 한 금품 요구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대중문화예술정보시스템에 연예인 지망생이 실질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실태 파악이 어려웠던 연예학원(학원형 기획사 등)을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해 조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심리적·정서적 지원을 위해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심리·진로상담 프로그램 가능 인원은 기존 100명에서 350명으로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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