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미디어 생태계를 바꿔놓았습니다. 특히 지역 방송은 생존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비단 코로나19 영향 때문이 아니라 지역 방송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계속돼 왔습니다. 미디어오늘은 학계와 시민단체, 지역방송 구성원들의 기고글을 통해 지역 방송의 정체성부터 다매체 환경에 놓인 지역 방송의 자구 노력, 나아가 정부의 지역방송 정책에 대한 방향을 묻고자 합니다. 지역방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잘못하고 있는 부분도 따끔하게 질타하는 목소리를 담겠습니다. 지역 방송 존재가치를 묻는 독자들에게 조그마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해당 릴레이 기고는 미디어오늘과 MBC계열사 전략지원단이 공동기획했습니다. - 편집자주

 

지역방송이 위기이다. 지역에서 지역방송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정정도 시간이 흐르면, 지역민들은 지역방송의 프로그램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최근 경기침체 등으로 지역방송의 적자 폭이 커지면서 방송 프로그램의 편성과 제작이 줄어들고 있다.  KBS와 MBC는 지역방송을 통폐합하거나 기능을 축소하고 있다. 지역방송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지역방송 종사자들은 항상 지역방송이 위기라는 얘기를 들으며 살았다. 입사한지 30년이 지난 종사자도 10년이 된 종사자도 동일한 얘기를 들어 왔다. 지역방송의 위기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항상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지역방송은 왜 항상 위기인가? 그리고 긴 시간 동안 위기라고 얘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일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깊이 성찰해야 할 사안이다.

지역방송의 위기는 지역의 위기와 맥락을 같이한다. 좁은 국토에서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을 살린 지방자치가 성공하기 어렵듯이 지역방송도 특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지역이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해 중앙에 의존하고 있듯이, 지역방송도 중앙방송에 기댈 수밖에 없다. 중앙방송이 지원하지 않으면, 지역방송은 생존 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지역방송은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할수록 손해를 본다. 지역방송이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은 광고유치가 어려워 제작비 조달이 어렵다. 지역방송은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하기 보다는 중앙방송이 만든 프로그램을 중계하고, 그 대가인 전파료를 지급받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그런데 지역방송이 기대고 있는 중앙방송도 광고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지역방송에 배분하는 전파료마저 줄고 있다. 지역방송은 그야 말로 사면초가 상태이다.

▲ KBS 지역방송 현황. 사진=KBS 홈페이지
▲ KBS 지역방송 현황. 사진=KBS 홈페이지
▲ MBC 지역방송 현황. 사진=MBC 홈페이지
▲ MBC 지역방송 현황. 사진=MBC 홈페이지

지역방송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종사자가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부에 지원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고, 지역민에게 프로그램을 봐 달라고 애원하기도 했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방송과 관련 없는 부대사업을 수없이 많이 시도해 보고, 모바일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하기도 했다. 지역의 한 방송사는 고민 끝에 ‘송아지 분양’ 사업까지 손대기도 했다. 그러나 본업이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었고, 지역방송의 재정적자 폭은 커지고 있다.

지역민들이 보지도 않는 지역방송을 왜 지속시켜야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지역방송을 포기해야 할까? 지역에서 지역방송이 필요 없다면, 마땅히 그 역할을 그만둬야 한다. 그러나 지역에서 지역방송은 지역민에게 뉴스와 시사정보를 제공하고, 지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의 토호세력과 권력을 감시하고,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며, 때로는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 전달하는 지역민의 대변자 역할도 하고 있다.

지역에서 지역방송의 역할에 공감한다면, 마땅히 지역방송의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지역방송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작비도 지원해 주고, 관련 제도를 부분적으로 개선하기도 했다. 지역방송의 광고를 중앙방송과 연계해 판매해 주는 방안도 마련해 줬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적인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경험해 왔다. 그동안의 지원으로는 지역방송이 지역민을 위해 제대로 서비스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했다.

정부의 지원이 지역방송의 미래를 담보해 줄 수 없다면,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봐야 한다. 그동안 방송법 등으로 규정해온 지역방송의 성격을 재정립하거나 아니면 시대에 맞게 지역방송의 위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에 지역방송이 생존 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지역방송이 위기라고 걱정만 할 뿐, 현실을 개선할 수 없다.

우선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은 지역방송이 지역에서 수행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만 하도록 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뉴스와 시사정보만 제작하게 하고, 기타 프로그램의 편성이나 제작은 자유롭게 하도록 해야 한다. 편성이나 제작을 자유롭게 하게 하면, 새로운 방식의 광고나 커머스 등 할 수 있어 기존과 다른 수익원을 만들 수 있다. 진입과 소유 규제도 대폭 완화해 지역의 이종 또는 동종매체와 M&A를 자유롭게 해,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

또 다른 방안은 지역방송을 공익적인 매체로 규정해 정부의 지원을 통해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방송의 공공적 성격을 강화하되, 정부가 지원하거나 혹은 공공기금의 지원을 통해 운영해야 한다. 지역방송이 지역에서 지역민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지역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공영 매체화 해야 한다. 정부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공공방송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현재 지역방송의 위기 상황을 고려하면, 두 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역방송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두 가지의 방안을 도입하는데 여러 가지 장애가 있다. 관련 매체와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다른 매체와 규제 형평성의 논란도 잠재워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방송의 지속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지역방송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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