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가 대가를 받지 않고 상품을 소개하는 건 광고일까 아닐까. 상품 브랜드가 노출되는 경우 ‘내돈내산’도 광고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독일에서 나왔다. 인플루언서 채널 자체가 비즈니스 용도로 실질적 광고 기능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독일에서도 ‘뒷광고’ 논란이 뜨겁다. 소셜네트워크상 공정 경쟁을 내세우는 시민단체 소셜 경쟁협회(Verband Sozialer Wettbewerb)는 인플루언서들의 채널을 살피면서 불법 광고 소지가 있는 인플루언서들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640만 명을 지닌 파멜라 라이프도 경고장을 받았다. 파멜라는 광고비를 받은 경우 광고(Anzeige)라고 표시했고, ‘내돈내산’ 제품도 추천하고 싶을 때는 브랜드 이름과 탭 태그(Tap Tags)를 이용해 브랜드를 소개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바로 여기다. 소셜경쟁협회는 이 또한 광고 표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멜라는 팔로워들의 요청이 있으면 브랜드를 표시했고, 이는 순수한 의견 표시라고 항변했다. 또한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바로 인스타그램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연방정부도 지난 2월 인플루언서와의 협의를 통해 “정보제공이나 의견표명의 경우, 광고비나 비슷한 대가를 받지 않은 경우에는 상업적 목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추가 규정을 제안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9월9일 칼스루에 고등법원은 ‘내돈내산’ 제품도 브랜드가 명시되어 링크로 연결된 경우 광고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 3월 나온 1심과 같은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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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멜라 라이프 인스타그램 포스팅 ‘광고, 돈 안받음’. 

파멜라의 계정은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계정으로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채널이다. 법원은 인플루언서도 사업자, 언급된 브랜드도 사업자이기 때문에 둘 사이 사업적 관계가 있다고 봤다. 따라서 사적 게시물이라고 하더라도 상업적 목적을 배제할 수 없고 3자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했다. 다만 어디까지 광고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최종 심급의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연방대법원 상고를 허가했다. 파멜라는 상고했다. 지금은 브랜드가 노출된 일부 포스팅에 ‘광고/돈 안받음’이라고 표시해 놓고 있다.

파멜라의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고장을 받은 인플루언서는 모두 67명. 대부분 178유로 벌금을 냈고, 4명은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광고 표시 논란은 법조계에서도 새로운 영역인 만큼 판단도 엇갈린다. 뮌헨 법원은 광고비를 받지 않으면 ‘광고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광고비를 안 받는데도 ‘광고’라고 표시하라니. 단순하게 보면 뮌헨법원의 판결이 합리적인 판단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기존 매체와 달리 인플루언서 채널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상업적 영역이 모두 뒤섞여 있다. 뒷광고와 앞광고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며, 이는 광고비를 받고도 ‘내돈내산’이라고 거짓말을 한 한국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입소문이라는 순수해 보이는(?) 표현도 어느샌가 큰돈이 오가는 마케팅 수단으로 변용된 지 오래다. 내 돈 주고 사서 쓴 제품을 수백만 명에게 좋다고 말한다면, 광고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독일 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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