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내 실종 공무원 피격에 대한 사과와 유감의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25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통지문 내용을 공개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는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한명이 우리 측 영해에 깊이 불법 침입하였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하여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경비담당 군부대가 어로 작업 중에 있던 정체불명의 남자 한 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A씨에게 80미터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 대답하지 않았다며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 명령에 계속 함구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두 발의 공포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했다. 일부 군인들이 A씨가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 진술했다고도 했다.

북측은 당시 해상경계 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40~50미터 거리에서 10여 발의 총탄을 사격했다며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 미터까지 접근하여 확인수색했으나 정체 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후 A씨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고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 방역에 따라 해상에서 소각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 없이 일방적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강한 어휘를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 청와대 전경. 사진=조현호 기자
▲ 청와대 전경. 사진=조현호 기자

덧붙여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감시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과정의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일이 없도록 해상에서 단속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했다. 우리 측은 북남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데 대해 귀측에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우리 지도부는 이런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고 했다.

또한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코로나19 바이러스) 병마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며 “벌어진 사건에 대한 귀측의 정확한 이해를 바란다”고 했다.

서훈 실장은 이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우리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유가족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북측 통지문 전문을 구두로 발표했다.

서 실장은 해당 통지문에 대해 “우리가 북에 공식 요청한 사안에 대해 신속하게 답변을 보내온 것”이라며 “‘최근 적게나마 쌓아온 남북사이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있고, 친서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어려움과 현재 처한 난관들이 극복되면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의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남북관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 만들어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인사했다.

북측의 통지문 가운데 ‘부유물을 태웠다’고 밝힌 내용은 A씨 시신이 훼손됐다는 군 당국 발표와 차이가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우리 군의 첩보를 종합한 판단과 일부 차이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북측에 진상규명 및 책임조치를 촉구한 것을 통지문이 충족했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워낙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심려를 존중하고 걱정하는 차원에서 빠르게 국민에게 알려드리고 언론에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검토하겠다”며 “필요한 부분과 추가적으로 어떤 대책과 준비를 취해야 할지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통지문에 대해서 정부가 아직 어떤 판단을 하고 있다는 걸 예단하지 마시고 있는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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