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헬로비전 콜센터 노동자들이 24일 LG헬로비전 본사 앞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LG헬로비전의 콜상담 업무를 맡는 CJ텔레닉스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들로, 올해 말 LG헬로(구CJ헬로)와 CJ텔레닉스의 위탁계약 종료를 앞두고 고용보장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이날 오전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LG헬로비전과 CJ텔레닉스는 상담사들의 고용승계 방안을 마련하고 노동조합과 협의하라. LG헬로비전은 상담사들을 직접고용하고, CJ텔레닉스는 과도한 실적압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CJ텔레닉스 콜센터 노동자들은 LG헬로비전의 콜상담 업무를 맡는 한편 CJ텔레닉스에 속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다. CJ텔레닉스 노동자들은 CJ계열사인 CJ오쇼핑과 올리브영, CJ헬로비전(구)의 고객상담을 맡았지만, 지난해 LG유플러스가 CJ헬로(구)를 인수하면서 CJ헬로 업무를 맡던 600여명 상담사도 LG헬로비전으로 업무가 전환됐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이날 오전 노숙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LG헬로비전과 CJ텔레닉스는 상담사들의 고용승계 방안을 마련하고 노동조합과 협의하라. LG헬로비전은 상담사들을 직접고용하고, CJ텔레닉스는 과도한 실적압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고용보장 계획 협의 묵묵부답, 높아지는 실적 압박’

문제는 LG헬로비전과 CJ텔레닉스의 업무위탁이 올해 말 끝나는데, 두 회사가 어떻게 이들의 고용을 보장할지 로드맵을 제시하거나 노조와 협의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8일 LG헬로비전 인사노무담당자와 면담을 진행했지만, LG헬로 측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방안을 밝히라는 요구에 “인사경영권은 노조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면서 “협력업체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복지향상 방안을 포함한 SO협력업체와의 상생방안”을 수락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이날 농성에 첫 순번으로 나선 김승진 CJ텔레닉스지부장은 “CJ텔레닉스에서 LG헬로 업무를 담당하는 상담노동자이자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3살 딸아이 아빠이기도 하다”라고 소개한 뒤 “오는 12월31일로 LG헬로비전과 위수탁 고용 계약종료를 앞뒀는데, 원청인 LG헬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반면 노동자들은 LG헬로가 CJ텔레닉스에 책임을 전가하는 목표 과다지시와 실적강요 행태에 눈물 짓고 있다”고 했다.

CJ텔레닉스지부 설명에 따르면 CJ텔레닉스는 콜상담사들의 급여에서 기본급 외에 실적급 기준을 두고 있다. 상담사가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실적급을 주지 않고, 관리자 ‘지도 감독’에 들어간다. 콜상담사들은 고객들이 이용하지 않는 인터넷전화나 전자제품, 렌탈서비스 등을 구매하거나 가입시키도록 해야 하는데, 이들이 연차휴가를 쓰면 달성이 어려울 정도인 데다 해당 노동자의 목표실적이 팀 동료에게 배분되는 실정이다. 사측은 최근 실적급 산정 기준을 60%에서 80%로 높여 압박 정도는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김승진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노동존중CJ텔레닉스지부 지부장. CJ텔레닉스지부는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승진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노동존중CJ텔레닉스지부 지부장. CJ텔레닉스지부는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신명숙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신명숙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지부장.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CJ텔레닉스는 최근 “책임상담사제도”라는 이름으로 상담사 간 서로의 문제를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거나, 실적이 비교적 낮은 상담사를 대상으로 업무가 끝난 뒤 1시간 교육을 실시하는 등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과기부도 책임져야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LGU+의 LG헬로비전 인수를 승인한 과기부 책임도 촉구했다. 김 처장은 “민족 대명절을 앞두고 노숙농성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인수합병 앞뒤로 우려했던 지점이 계속 현실로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는 고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세세하게 살펴보고 고용안정 보장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해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그렇기에 인수합병을 심사한 과기부도 이 문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개입하고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CJ텔레닉스지부는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 처장은 “LG헬로비전과 LGU+ 같은 기업들이 코로나19의 언택트 특수를 누리며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는 한편 코로나19 이후 콜센터 노동자들의 불안정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났다. 코로나19 특수 삼아 올린 수익을 고용과 노동안정에 사용해야 하는데 오히려 실적을 압박하고 고용 자체를 불안하게 만드는건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유용문 희망연대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은 “회사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에 ‘노조와 협의할 일이 아니다’라니, 이는 고객과 접점에서 LG헬로비전 이용자들을 만나는 상담노동자를 LG헬로비전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라며 “당신이 인사경영권을 주장한다면 우리는 생존권 문제임을 분명히 밝히고 추석 앞두고 아스팔트에 자리를 깐다”고 밝혔다.

LG헬로비전 측은 “당사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CJ텔레닉스 구성원의 고용과 보상수준을 유지해 고용불안을 해소할 계획이다.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CJ텔레닉스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세부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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