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가 결국 접속차단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통신소위·소위원장 박상수 위원)는 2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전체적으로 ‘접속차단’해야 하는지 심의한 결과 ‘접속차단’하기로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접속차단을 하기 전 사이트 운영자 등을 불러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지만, 디지털교도소는 의견진술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면 의견진술 전까지는 접속차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4일 캡처한 디지털교도소 페이지화면.
▲24일 캡처한 디지털교도소 페이지화면.

지난 14일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전체를 ‘접속차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심의위원 3인(강진숙·심영섭·이상로 위원)은 ‘해당없음’을, 2인(박상수 소위원장, 김재영 위원)은 ‘접속차단’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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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에도 명예훼손 정보 7건과 전체 사이트를 차단해달라는 민원 13건 등 총 20건의 심의 민원을 받았다.

접속차단하지 않기로 한 후인 지난 18일 통신자문특별위원회(통신자문특위·위원장 원용진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와 권익자문특별위원회(권익자문특위·위원장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로부터 자문받았는데, ‘접속차단’과 ‘해당없음’이 동률로 나왔다.

24일 심의위원 4인(박상수 소위원장, 강진숙·김재영·심영섭 위원)은 ‘접속차단’을, 이상로 위원은 홀로 ‘해당없음’을 주장했다. 지난번 통신소위 때 ‘해당없음’을 주장했던 강진숙 위원과 심영섭 위원이 ‘접속차단’ 의견으로 돌아선 것이다.

김재영 위원은 “지난번 소위 의결이 팽팽했다. 3:2였다. 다들 아시다시피 통신자문특위나 권익보호특위에서도 의견이 비등하게 갈렸다. 언론 기사 등에서 전문가 인터뷰 견해를 봤을 때도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팽팽했다. 공통적으로 다들 사이트 내 불법성과 공익성 취지 모두 인정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의견이 갈라지는 지점은 원칙론과 현실론의 차이”라고 짚으며 “원칙론은 사이트 내 불법 정보 비중을 중시하고 현실론은 법치주의를 위반한 사적 응징이라는 점에 집중해 (사이트에 신상이 게시된) 당사자가 피해 당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재의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방통심의위가) 인터넷상 최소규제 원칙을 고수하면서 사이트를 놔두면 책무를 방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공익적 기능을 감안하더라도 무고한 피해자 발생을 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번 회의 때와 의견을 달리한 강진숙 위원과 심영섭 위원은 “최소규제 원칙을 심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운영진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점이 의견을 바꾼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심영섭 위원은 “공익적 목적을 가졌다는 걸 인정하지만 불법 게시물이 얼마나 차지하는지 살폈다. 일단 범죄 사실에 대한 부분을 적시하는 정보들이 대다수 게시물이지만, 그중 상당수는 의혹 제기나 무고한 사람의 정보를 게시한 것도 있다.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타인 공개가 금지된 사항을 위반한 것도 방치되고 있다”고 짚은 뒤 “대법원 판례처럼 전체 사이트 내에 불법 정보가 얼마나 많느냐는 건데 개인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판결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부분 차단을 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박상수 소위원장은 “지난번 소위에서는 접속차단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그 취지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최소규제 차원에서 심의하기 위함이었다. 대신 개별 사례에 대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심의하기로 했다”면서도 “현재 이 사이트는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한다. 개인의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된다. 사이트 내 불법정보가 70%가 넘지 않는다는 기준으로 심의해왔는데, 지금 시대 상황과 맞지 않고 사이트의 막대한 파급력을 감안할 때 이 기준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번 통신소위에 이어 홀로 ‘해당없음’을 주장한 이상로 위원은 “전체 사이트 접속차단이라는 엄청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에 심리적 부담을 느낀다. (최소규제, 불법정보 70% 이상 등) 원칙이 한번 무너지면 다른 사이트를 쉽게 차단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현재 사회적 여론의 힘도 크다고 생각한다. 여론이 틀린 건 아니다. 존중해야 하지만, 여론에 의해 우리가 가진 원칙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 다음 사안에서도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로 위원은 “해당 사이트 운영자들은 사회를 압박하기 위해 이념과 압박 수단으로 사이트를 만들었다. 현재는 그들도 사회적 압박을 받고 있다. 사회도 그들을 압박하고 있다. 사이트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론이 좀 흥분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국가 공권력이 충분히 자신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에 문제를 느낀 건데 별도의 사이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너무 쉽게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1일 공개된 디지털교도소는 흉악범의 사진·실명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성범죄자(디지털·소아성애·지인능욕), 아동학대 범죄자, 살인자 등의 이름, 범죄 내용, 생년월일 등이 사진과 함께 게시됐다.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의 공익성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최근 이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한 대학생이 숨지고, 불법을 저지른 적도 없는 한 의과대학 교수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논란과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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