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이전을 추진 중인 대전시청을 둘러싸고 지역에서 “일부 언론만 이용하는 폐쇄적 기자실을 모든 시민에게 개방된 브리핑룸으로 바꾸자”는 요구가 나왔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22일 “출입기자실 개혁없이 기자단 특권을 연장하는 기자실 이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특정 매체 기자들만 배타적으로 이용하는 기자실을 없애고 기자나 시민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브리핑룸 체계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대전시청 출입기자들은 새 기자실 운영방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대전시청 9층엔 브리핑룸 1곳과 기자실 2곳이 있다. 대전시는 이를 올해 말 2층으로 모두 옮기면서 ‘개방형 브리핑룸’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런데 기자실을 모두 없애지 않고 1곳을 남겼다.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소속 기자들이 쓰는 ‘중앙지 기자실’이다. 

▲한 지자체 기자실 풍경.
▲한 지자체 기자실 풍경.

 

기존 운영 방식은 차등적이었다. 매체 인지도나 규모, 기자협회 가입 여부 등을 기준으로 크게 세 분류로 나뉘었다. 조선일보, 한겨레, SBS 등 전국단위 매체 10여곳은 ‘중앙지’로, 대전일보 등 지역 일간지나 지역 KBS·MBC, 연합뉴스 등 10여곳은 ‘지방지’나 ‘회원사(기자협회)’로, 나머지 인터넷신문 등은 ‘비회원사’로 불렸다. 

중앙지는 ‘중앙지 기자실’을 별도로 썼다. 지방지 소속 기자들은 ‘지방지 기자실’을 썼다. 비회원사 기자들은 지방지 기자실을 쓸 수 있지만 지정 좌석처럼 운영된 관례 등의 이유로 브리핑룸 빈 자리를 이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전시가 개방형 체제로 개편한다면서 중앙지 기자실을 남겨놓자 불만이 제기됐다. 기존 기자실 문화는 취재 매체가 늘고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가 행정기관의 의무가 된 현재에는 구시대적이란 지적이다. 대전지역 기자 A씨는 “중앙지 기자실에 10개가 넘는 좌석이 있는데 보통 하루 3~4명이 쓴다. 관리 전담 공무원도 배치되고 탕비실도 있다”며 “특혜다. 기자실 자체가 없어져야 하는데 지금 시대에 이런 공간이 왜 필요한지 의문”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신설 브리핑룸 체제는 말만 개방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방지 기자실’도 방 자체는 없어지지만 매체 차등은 그대로일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브리핑룸 바로 옆에 기자석 30여개가 따로 설치되는데, 지금처럼 회원사와 비회원사로 공간을 구분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대전충남민언련은 “기자실 및 브리핑룸은 시민 알 권리 충족과 대전시 행정의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일부 언론사 및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특권을 유지하는 건 혈세 낭비이자 비정상적 언론 관행을 방치하는 행위다. 언론에 대한 특권을 차단하고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공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개편하라”고 주장했다. 

대전충남민언련은 “지역 현안에 대한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기자회견조차 일일이 기자단과 대변인실 허가를 받아야 했고 대부분은 거부당했다”며 “시민 위에 군림하는 폐쇄적 브리핑룸 운영은 즉각 철폐돼야 한다. 대전시 행정은 기자단이 아닌 시민을 위한 행정이어야 한다”고도 밝혔다. 

기자실을 둘러싼 갈등은 전국적 현상이다. 지난 6월엔 경기도 부천시청의 한 출입기자가 일부 언론만 기자실을 사용하는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다가 다른 기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2011년엔 익산시청, 2013년엔 충남도청에서 기자실을 사용할 수 있는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시흥시는 폐쇄적 공보제도에 문제의식을 느껴 2013년 기자실을 없애고 ‘시민브리핑룸’을 만들었다. 시정 공보가 이뤄질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시정에 대한 질문이나 요구사항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도록 공간을 운영했다. 

대전시청 관계자는 “업무 공간과 시민 개방 공간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청사 배치를 다시 하면서 브리핑룸과 기자실을 옮기게 됐다”며 “브리핑룸은 ‘개방’ 가치에 맞게 운영하고, 브리핑룸 내 기자석도 매체 구분 없이 모든 기자들이 사용할 수 있다. 차등 운영된다는 지적은 오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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