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비판하면서 미 한반도 전문가 발언을 본래 뜻과 다르게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인용 문구를 재배치하는 등 기사 일부를 수정했다.

조선일보는 23일 오전 “뜬금없이 종전선언 꺼낸 문대통령, 미국에선 ‘허상’ 지적”이라는 제목으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2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고리로 북한을 대화의 장에 다시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런 구상이 미국 조야의 한반도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면서 “핵과 인권, 사이버 범죄 등을 무시한 ‘현실성 없는 허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대목은 미국 전문가를 인용한 문단이다. 조선일보는 미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가 트위터에 “(종전선언은) 절대 이뤄질 수 없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같은 문단에서 “미 국익연구센터(CFTNI)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관련 기사를 동의하며 ‘100000000% 동의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가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비판하면서 미 한반도 전문가 발언을 본래 뜻과 다르게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인용 문구를 재배치하는 등 기사 일부를 수정했다. 기사 수정 전 화면 갈무리.
▲ 조선일보가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비판하면서 미 한반도 전문가 발언을 본래 뜻과 다르게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인용 문구를 재배치하는 등 기사 일부를 수정했다. 기사 수정 전 화면 갈무리.
▲ 조선일보가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비판하면서 미 한반도 전문가 발언을 본래 뜻과 다르게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인용 문구를 재배치하는 등 기사 일부를 수정했다. 기사 수정 후 화면 갈무리.
▲ 조선일보가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비판하면서 미 한반도 전문가 발언을 본래 뜻과 다르게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인용 문구를 재배치하는 등 기사 일부를 수정했다. 기사 수정 후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 보도만 보면, 카지아니스 국장이 트위터에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지지 호소를 반대하거나 문 대통령에 비판적인 기사를 공유하고 “100000000% 동의한다”고 발언한 것처럼 읽힌다.

카지아니스 국장이 트위터에 “I agree, 100000000% percent”라고 쓴 것은 맞지만 그가 공유했던 기사는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했다는 내용의 연합뉴스 외국어 기사다. 그는 이 트윗글을 한반도 종전을 의미하는 “#EndtheKoreanWar” 태그를 붙여 게시했다. 조선일보가 그의 발언을 인용한 맥락과는 180도 다른 것.

이후 조선일보 기사는 일부 수정됐다. 조선일보는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의 종전선언 비판 게시글을 인용한 다음 “반면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문 대통령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100000000% 동의한다’고 했다”라고 설명하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적이 있다”고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한 문단 안에 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와 카지아니스 국장 발언을 역접 접속사 ‘반면’으로 문단 구분해준 뒤 카지아니스 국장의 정치적 성향은 ‘친여’라는 취지의 문장을 추가한 것이다. 해당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에게 기사 수정 이유 등을 묻기 위해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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