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미디어 생태계를 바꿔놓았습니다. 특히 지역 방송은 생존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비단 코로나19 영향 때문이 아니라 지역 방송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계속돼 왔습니다. 미디어오늘은 학계와 시민단체, 지역방송 구성원들의 기고글을 통해 지역 방송의 정체성부터 다매체 환경에 놓인 지역 방송의 자구 노력, 나아가 정부의 지역방송 정책에 대한 방향을 묻고자 합니다. 지역방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잘못하고 있는 부분도 따끔하게 질타하는 목소리를 담겠습니다. 지역 방송 존재가치를 묻는 독자들에게 조그마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해당 릴레이 기고는 미디어오늘과 MBC계열사 전략지원단이 공동기획했습니다. - 편집자주

KBS가 “지역방송활성화 계획”을 통해 7개의 지역 방송국 허가권 반납을 추진하면서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KBS는 입장문을 통해 “지역방송활성화 계획의 핵심은 자원을 집중해 지역의 편성·제작 자율권을 확대하고 지역 시청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뉴스7의 편집권을 지역이 독자적으로 갖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 연합체와 KBS노동조합(1노조)는 지역방송국 폐쇄절차를 중단하고 지방분권 시대에 맞게 지역에서 KBS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쪽 다 지역방송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전제는 같으나 방법은 전혀 반대다. 과연 누가 옳은 것인가?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에서는 “지역방송은 정확하고 공정하게 보도하고 지역사회의 공론의 장으로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지방자치의 실현, 지역경제의 활성화, 지역사회의 통합 및 지역문화의 전승과 창달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라고 적시하면서 지역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지역방송의 핵심 역할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지방자치 실현,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사회 통합 및 문화 전승·창달은 결국 지역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활성화되어야먄 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방송이 뉴스 편집권을 독자적으로 갖도록 하는 KBS의 지역방송활성화 계획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KBS의 사태를 접하면서 그동안의 고민을 다시금 꺼내본다. 지역방송은 지역민을 위해 지역정보의 생산과 유통이라는 근원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왔던가? 물음에 답하기 위해 2018년도에 전남·북 및 경남지역 지역방송의 메인뉴스를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지역방송정보의 편향성이 중앙에 집중된 것처럼 지역뉴스에서도 중앙과 주변의 정보편향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지역방송이 일평균 12건 가량의 뉴스를 보도하는 가운데 행정 중심도시 관련 뉴스가 약 7건으로 대략 60% 비율을 보여 그 외 기타도시 관련 뉴스 비율을 압도했다.

행정 중심도시에서 중요한 이슈들이 많이 생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13개에서 22개에 이르는 군소 지역은 정보의 ‘이중 소외‘ 현상을 경험할 수밖에 없기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방송사간 주제가 중복된 뉴스도 약 50% 이상이었고, 심지어 같은 뉴스를 공동으로 보도한 비율도 적게는 6%에서 많게는 18%가량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남지역의 경우 뉴스 중복율이 70%를 웃돌고, 동일뉴스 비율이 5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특정 이슈에 대한 보도가 방송사별로 중복된다는 것은 이슈의 중요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 비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반대로 지역민에게 다양한 지역정보가 전달되지 못하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동일뉴스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더욱 부정적이다. 결과적으로 방송권역의 중첩을 의미하며 간접적으로는 주파수의 낭비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다매체다채널 시대,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지역민들은 정보 소외현상을 겪고 있다. 온라인, 모바일 매체의 활성화는 정보의 중앙집중화, 지역의 주변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지역신문의 구독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지역방송의 경영위기가 지속되면서 지역정보의 생산과 유통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정보의 부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KBS의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다. KBS의 지역방송활성화 계획은 분명하게 지역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지역방송의 편성·제작 자율권의 확대와 뉴스7의 독자적 편집권이 지역국 폐쇄를 상쇄 할 만큼 지역정보 생산과 유통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면밀히 지켜볼 시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