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부 성향 유튜브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자 정치권에서 2차 가해를 멈추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단독! 고(故) 박원순 시장 고소인 영상 공개!”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박 전 시장과 함께 케이크를 자르는 한 직원의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선 두 사람의 손이 닿은 모습과 박 전 시장 어깨를 스치는 모습 등을 반복재생했다. “과연 저 모습을 4년간 지속적 성 괴롭힘을 당한 사람이라 볼 수 있는가”라는 등의 자막도 넣었다. 해당 영상은 22일 현재 조회수 45만회가 넘었다. 

이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박원순 성추행 사건 피해자 및 법률 대리인 등에 대한 2차 가해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에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서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2차 피해’로 규정하고 있다”며 “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 확인하게 만드는 시도 자체가 엄청난 심리적 압박이자 심각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 유튜브 '열린공감TV' 영상 갈무리
▲ 유튜브 '열린공감TV' 영상 갈무리

전 의원은 “영상 아래 댓글 여론은 영상에 나오는 여성의 태도와 행실을 논하며 성추행 사건의 원인이 결국 피해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오히려 박원순 시장이 피해자라며 사건의 논점을 흐리고 있다”며 “법률 대리인을 저승사자, 정치 성향에 따라 짜맞추기식 미투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사람 등 피해자 법률 대리인에 대한 2차 가해 역시 심하다”고 지적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22일 오전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황당한 이 영상에 3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피해자는 단숨에 ‘꽃뱀’이 됐다”며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은 한 인터넷 언론에 의해 ‘성의 국정원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정보를 가장 많이 안다는 뜻으로 인터넷 매체 ‘고발뉴스’는 지난 18일 ‘김재련 ‘해바라기센터’ 비밀이 풀렸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법률대리인) 김재련씨는 성의 국정원장이나 다름없었다”고 주장했다. 해바라기센터가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 인사들이 만들었고 현 여권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만 공론화한다고 주장했다. 

류 의원은 이를 ‘가짜뉴스’라고 지적하며 “고인이 속했던 ‘진영’을 지킨다는 어줍잖은 명분으로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헌신했던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저열한 행태”라고 지적한 뒤 “2차 가해에 대한 엄중한 조처를 경찰에 촉구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이날 사설에서 고발뉴스 보도에 대해 “해바라기센터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10년을 맞아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에 대한 종합 지원을 위해 정부 위탁기관으로 첫발을 뗐다”며 “인터넷 검색 한두번만 해도 확인할 수 있는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현 여권 인사들 비위만 두드러졌다고 단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해바라기센터) 운영위원이 모든 성폭력 사건 정보를 장악한다는 건 지나친 억측”이라고 했다. 

▲ 고발뉴스 TV 유튜브 채널
▲ 고발뉴스 TV 유튜브 채널

야당 의원들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전 의원은 “이 사건의 진실은 두 달이 지나도록 아직까지도 오리무중”이라며 “이에 더해 서울시 직원들의 성추행 방조 사건, 고소 사실 유출사건 역시 답보 상태이고 검찰, 경찰, 서울시가 똘똘 뭉쳐 박 전 시장 보호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와 조력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즉각 중지하고, 지지부진한 수사 당국과 인권위 직권 조사 등이 조속히 이루어져 진실을 밝혀내라”라고 주장했다. 

류 의원은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명예훼손, 모욕, 비밀 누설 등 보호법익이 다른 처벌 조항으로는 피해자 보호와 범죄 예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류 의원은 “저와 정의당은 ‘성폭력 2차 피해 방지법 TF’를 구성하고 지난 10일부터 법안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며 “다시는 미투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외침에 온 힘을 다해 응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