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이 기사형 광고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신문협회(회장 홍준호 조선일보 발행인)가 소비자원의 공식 추진 발표 전부터 논의단계 사안을 공개하며 규제에 반발하고 나섰다. 

신문협회보 최근호에 따르면 소비자원은 8월31일 “지난 5~6월 실시한 기사형 광고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 433명 중 279명(64.4%)이 ‘기사형 광고’를 보고 ‘기사’로 오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며 “심의기구별 심의 기준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일부 심의 기준이 포괄적인 내용으로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이에 따라 기사형 광고의 표시 위치, 크기, 색상 등을 제정하고 ‘기사형 광고의 심의 세부기준(안)’을 제시하는 등 심의 기준 개정을 관련 협회와 심의기구에 권고키로 했다는 게 신문협회 설명이다. 신문협회는 “소비자원이 이달 중으로 기사형 광고 표시 및 심의 기준 제·개정과 관련한 입장에 대해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비자원의 움직임에 대해 신문협회는 지난 16일 소비자원에 전달한 의견서를 통해 “기사와 광고를 구분해 편집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기사형 광고 개념은 나라마다·학자마다 다르고 신문·방송·인터넷 등 매체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구현될 수 있는 만큼 획일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언론과 자율 심의기구에 권고할 것이 아니라 언론과 각각의 자율 심의기구에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신문협회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신문광고윤리강령’, ‘신문광고윤리실천요강’ 등을 통해 신문, 인터넷신문의 ‘기사형 광고’를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며 “기사형 광고에 대한 독자의 권리 보호는 현행 자율심의 기준 등으로 충분하며 기사형 광고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는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 등을 통해 충분히 구제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사형 광고로 인한 소비자(독자) 권리 보호는 현행 자율심의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2019년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판단한 편집기준 위반 ‘기사형 광고’는 5517건으로 드러났다. 이 중 조선일보의 기사형 광고가 976건(18%)으로 심의대상 언론사 119곳 중 압도적 1위였으며, 순위권 언론사가 대부분 신문협회 회원사였다. 이 가운데 식품·음료 ‘기사형 광고’는 모두 1042건으로, 상당수가 건강기능식품 건강 효과를 홍보하는 내용으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광고 사전심의를 우회하는 통로로 사용돼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물론 편집기준 위반이 발견되어도 처벌 규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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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타파. 

신문협회는 “기사형 광고의 표시와 판단기준을 획일화할 경우 정보성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접근이 제한될 뿐 아니라 심의기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돼 심의가 자의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회에서도 기사와 광고의 구분은 언론의 자율에 맡기도록 이미 10년 전에 신문법을 개정했다”며 “이를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준정부기관이 다른 형태로 추진하려는 것은 입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한나라당은 신문·방송 겸영을 위해 신문법을 날치기로 전면 개정하는 과정에서 기사형 광고에 최대 20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물리는 처벌 조항을 없앴다. 당시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12명(대표 발의 한선교) 중 8명이 언론인 출신이었고, 이 중 신문기자 출신은 5명(강승규, 이경재, 진성호, 최구식, 홍사덕)이었다.

현재 신문법 제6조(독자의 권리보호) 3항에는 “신문·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고 나와있지만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의미가 없다. 광고자율심의기구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2015년 이후 기자 바이라인까지 달고 나가는 기사형 광고형식 등이 새롭게 등장하며 위반 사례가 늘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 같은 신문협회보 내용과 신문협회 입장과 관련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업무협의 차 의견서를 보냈는데 신문협회가 협의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내용 중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게 사실이 아닌지는 당장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문협회의 이번 대응은 정부차원의 기사형 광고 규제 움직임을 사전 논의단계에서부터 공개해, 본격적인 추진 전부터 ‘발목’을 잡고 좌초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앞서 2017년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기사형 광고를 포털 뉴스사이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자 신문협회는 “신문사 영업권과 생존권을 심대하게 위협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해 결국 논의를 좌초시킨 바 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기사형 광고 규제 논의는 참여정부 시절에도 있었다. 2006년 8월 ‘기사형 광고’ 심의안이 당시 한국언론재단(현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처음 마련됐다. 당시 언론재단은 ‘신문의 기사형 광고’ 관련 보고서를 통해 ‘기사형 광고’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언론재단은 기사형 광고에 광고 표시를 하지 않으면 신문법에 따라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당시 가이드라인(안)에는 △기사형 광고에 “광고”, “기획 광고” “전면 광고” 중 하나를 반드시 표시하고 △기사형 광고에 “특집”, “광고 특집”, “소비자를 위한 정보”, “스폰서 특집” 및 이와 유사한 기만적 표시를 해서는 안 되며 △신문의 기존 섹션면과 유사한 “헬스 & 라이프”, “부동산”, “재테크” 등의 명칭을 붙여 제작할 경우 신중을 기해야 하고 △기사형 광고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개발해 좌측 상단에 표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소비자원이 기사형 광고 심의 세부기준(안)을 마련한다면, 국회에선 신문법에 기사형 광고 과태료 조항을 부활시키는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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