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고서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 모임인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의 공동 창작물입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모임에서 방송보도 및 기타 방송 프로그램들을 모니터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방송비평을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민언련((02) 392-0181)으로 연락주세요.

 

<제보자들>은 KBS 2TV에서 2016년 10월10일부터 2020년 9월2일까지 매주 수요일 방영된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종영 전까지 시종 과도한 선정성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민언련 회원모임 방송모니터위원회는 4월22일(165화)부터 6월24일(174화)까지 해당 프로그램을 모니터해 <제보자들>이 사건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살펴 방송의 공적 책임에 대해 짚어보았다.

<제보자들>은 특정한 제보를 단서로 ‘스토리헌터 군단’으로 선정된 인사들과 제작진이 사건을 재구성해 소개한다. 유사 프로그램으로는 SBS <궁금한 이야기Y>, MBC <실화탐사대>가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시사적인 성격이 짙으며, 실제로도 <제보자들>은 모니터기간 중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폭력 사건이나 아파트 재개발, 스토킹, N번방 사건 등 시사성이 강한 주제들을 주로 다뤘다. 당연히 뉴스에 준하는 보도윤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제보자들>은 방송꼭지 제목부터 ‘계부의 성폭행’, ‘수상한 새엄마’, ‘욕망의 민낯’, ‘결혼인가 돈인가’ 자극적인 표현들을 내세웠다. 자극적인 구성, 흔들리는 화면, 흥분한 어조의 해설자, 화면을 압도하는 자막 처리, 긴장감 넘치는 배경음악 등 방송에 활용된 기법들은 충격과 자극성, 폭력성을 고조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선정성’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든 방송

<진실인가 모함인가? 지적장애여성 성폭행사건-‘나는 성폭행 피해자입니다’ 지적장애 여성의 충격적 고백>(173화, 6월17일)은 ‘5년동안 지적·발달장애인협회 고위 관계자에게 성폭행과 가학행위, 성상납 등을 당했다’는 발달장애여성의 주장의 진위를 추적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제보자들>은 피해자가 어느 부위에 피해를 입었는지, 흉기가 사용된 방법까지 포함해 지나치게 자세하게 피해경위를 설명했다. 가해자 행위의 변태성으로 범죄유무와 그 심각성이 달라지지 않을 텐데도 제작진은 사진, 인터뷰, 자막, 내레이션으로 피해상황을 중복하여 노출하며 강조했다.

그뿐 아니라 <제보자들>은 피해자가 받은 산부인과 진료소견서 일부 내용까지 공개했다. 개인 의료정보가 노출될 수있는 지도 의문이지만, ‘특정 신체부위를 흉기로 그었다’는 피해사실을 반복해 강조하는 제작진의 행태는 거의 집착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정작 피해자에게 중요한 공익적 정보는 다루지 않았다. 제작진은 장애인 성폭력 피해실태를 조사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피해사실을 표현하기 힘든 발달장애인은 성폭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보호를 요청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어 방송을 보는 내내 궁금했다. 이처럼 <제보자들>은 성범죄와 관련된 내용을 다룰 때 선정성과 자극성을 앞세우며 정작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청소년 성착취 보고서 랜덤 채팅을 고발합니다 “용돈줄게”, “교복입고 하자” 지금 랜덤 채팅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174화, 6월24일)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됐다. <제보자들>은 이날 채팅 앱을 통해 미성년자 불법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추적하고 경위를 짚어보는 내용을 방송했다. 그런데 제작진들은 ‘채팅 앱 실태를 파악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 리포터로 보이는 여성이 18세 미만으로 위장 가입한 채팅방에서 오고간 남자와의 대화내용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면서 노골적인 성적 표현과 채팅 앱에 참여한 남성들의 다양한 욕구를 여성 제작진이 하나하나 읽어주면서 소개했다. 이밖에도 몇 번에 걸쳐서 다른 채팅방과의 SNS 대화를 시도하고, 선정적인 대화를 반복하여 캡처한 내용을 여러 번 보여줬다. 이는 청소년 성착취에 가담한 남성들의 뒤틀린 성 인식을 보여주려는 장치겠지만, 제작진 의도와 다르게 오히려 일부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재생산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방송심의규정 제39조 제1항을 보면 “방송은 불가피하게 범죄, 자살 또는 선정적인 내용을 재연기법으로 다룰 때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이거나 자극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 지난 6월24일 제작진이 미성년자 여성으로 위장 가입한 채팅 앱 화면을 보여주는 장면. 사진=KBS 홈페이지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 지난 6월24일 제작진이 미성년자 여성으로 위장 가입한 채팅 앱 화면을 보여주는 장면. 사진=KBS 홈페이지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뉴스와 달리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더 자유로운 구성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극적 구성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런 구성이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는 수단인지, 시청자를 자극하는 선정성의 수단인지는 프로그램 주제와 함께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구별할 수 있다. 청소년 성착취 랜덤 채팅을 주제로 한 174화가 방영된 시기는 전국적으로 N번방 사건이 초미의 관심을 끌던 때였다. 따라서 사건에 더욱 세심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제작진들은 방송 초반부터 탐정영화를 보는 듯한 일촉즉발의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배경음악을 배치하고, 마치 중계방송 같은 성우의 해설로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안을 마치 스포츠경기를 관람하듯 소비하였다.

제보자 보호가 약한 ‘제보자들’

<제보자들>은 일반인 ‘제보’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니 ‘제보자들’에 대한 보호가 잘 될 것 같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불청객의 방문, 여자 혼자 산다는 건-혼자 사는 여성을 노리는 공포의 침입자, 처벌은 주거침입 뿐? 범죄에 노출된 1인가구 여성!>(165화, 4월22일)에서는 1인가구 여성을 노린 성범죄 사건을 다뤘다. 그런데 여성을 노리는 성범죄를 경계한다는 취지에 걸맞지 않게 피해자 여성의 집안구조가 인터뷰 과정에서 그대로 화면에 나왔다. 피해자를 인터뷰하려면 별도 인터뷰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스토킹의 그림자, 죽어야 끝나는가?>(172화, 6월10일)는 제작진이 스토킹과 같은 범죄를 다루는 데 얼마나 무신경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당시 방송에서는 ‘매일 찾아오는 전 남친의 스토킹이 두려워 최소한의 외출 외엔 집에서 생활한다’는 스토킹범죄 피해자가 등장했다. 그런데 피해자 인터뷰 장면에서 개인 취향을 알 수 있는 살림살이와 주변 환경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피해자를 아는 지인이거나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군지 유추가 가능할 정도다. 심지어 스토커의 시선을 따라가는 장면이 재연되었는데, 골목을 훑은 뒤 피해자 집 앞에 다다른 가해자가 문을 바라보는 데서 끝난다. 카메라가 가해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구성도 이상하지만, 만약 스토킹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봤다면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위험한 장면이었다.

▲ 지난 6월10일 스토킹범죄를 다루면서 인터뷰 대상자 집안을 그대로 방송한 ‘제보자들’. 사진=KBS 홈페이지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 지난 6월10일 스토킹범죄를 다루면서 인터뷰 대상자 집안을 그대로 방송한 ‘제보자들’. 사진=KBS 홈페이지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앞서 언급한 <청소년 성착취 보고서 랜덤 채팅을 고발합니다 “용돈줄게”, “교복입고 하자” 지금 랜덤 채팅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174화, 6월24일) 편에서도 ‘자신의 사적 물건을 온라인 판매했다’는 사람의 인터뷰가 나왔다. 여기서도 제작진은 인터뷰 대상자의 얼굴만 모자이크 했을 뿐 인터뷰 대상자의 헤어스타일, 옷차림, 키 등을 짐작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인터뷰 대상자의 핸드폰이나 핸드백 등 사적 물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여성을 대상화하는 느낌을 주었다. ‘채팅 앱을 통해 성착취 알선을 받아본 적 있다’는 다른 청소년의 인터뷰에서도 상체만 모자이크 처리하는 등 인터뷰 대상자의 실루엣을 알아볼 정도로 익명처리를 약하게 하여 2차 가해가 우려되었다.

여성대상 범죄를 다루면서 인터뷰 대상자가 누군지 알 수 있을 법한 실루엣 촬영, 집 주변이나 내부를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은 무신경하고 불성실한 제작진의 태도를 보여준다. 제작진들은 이처럼 수많은 여성대상 범죄사건을 자극적으로 다루면서도 정작 피해자를 지원하는데 필요한 내용은 잘 다루지 않았다. 가령 스토킹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고 피해가 장기간 지속되며, 불법촬영 등 다른 성폭력이 동반되는 경향이 높아 더 큰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기대응 방법, 해외의 스토킹 정의와 처벌 수위, 사례 등을 알려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고 피해자들이 스토킹 범죄에 제대로 대처하도록 돕는 계기로 삼았다면 애초 방송 취지에 부합했을 것이다.

단편적 취재를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메워

<제보자들>의 또 다른 문제는 형식적이고 단편적인 취재방식이다. 깊이 있는 취재는 찾아보기 힘들며 그 공백을 대부분 자극적인 프로그램 구성을 통해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메웠다.

<민서의 열흘, 누가 내 아기를 죽였나-태어난 지 열흘 만에 사망한 아기, 의료과실? VS 원인불명?>(165회, 4월22일) 편은 포항의 모 산부인과에서 신생아가 숨진 사건을 다뤘다. 의료과실은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언론이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밝힐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관계가 부족함에도 시청자들에게 선입관을 심어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해당 방송에서는 체중이 감소한 아이를 보여주는 간호사가 잡힌 화면과 함께 ‘모자이크 뒤 그녀는 웃고 있었습니다’라고 해설했는데, 방송 화면에서 간호사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 ‘웃고 있었다’는 해설은 설득력이 없을뿐더러 왜곡의 여지도 보였다. 이러한 연출은 아이가 사망에 이른 경위를 따지기보다 시청자의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 의료진의 부실대응을 원인으로 지목하게 할 수도 있다. 방송에서는 ‘병원도 의료분쟁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고 밝혔지만 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의료과실이 의심될 때 피해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충분한 정보가 제공된 것도 아니었다.

<충북희망원 길 위의 아이들, 충북희망원 아이들의 간절한 호소>(167회, 5월6일)도 비슷하다. <제보자들>은 충북희망원 안에서 벌어진 성폭력과 내부자 폭로, 그로 생긴 내부 갈등을 다뤘지만 각종 사실관계가 중구난방으로 나열되어 요점을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방송은 충북희망원 내부에서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한 내부고발자의 입장에서 시작된다. 교사로서 성폭력 문제를 보고만 있을 수 없던 김정우(가명) 씨는 이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내부고발자 김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였다. 김씨는 자신의 고발로 충북희망원이 해체될 위기에 처하자 교사들이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방송 내내 이런 식의 진실공방이 계속되지만, 제작진은 진실의 실체를 밝히는 대신 양측의 입장을 나열하며 슬쩍 기계적인 중립에 섰다. 제작진의 취재는 막판에 가서 갑자기 아이들의 열악한 상황을 보여주고 부모 이야기를 꺼내며 시청자의 감정을 끌어내는 ‘불행 포르노’로 대체됐다. 아이들의 처지를 보여주어 시청자들의 공감과 문제의식을 환기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지만, 결론이 아닌 도입부에 나와야 할 내용 아니었을까? 사태 원인을 적시하지 못한 채 공분만 불러일으키는 행위는 문제의 화살을 애꿎은 방향으로 잘못 지목할 수도 있게 한다. 결국, 해당 방송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사건 당사자 양측의 반론보도문이 게재되었다.

‘취재결과’가 아닌 ‘취재과정’을 보여준 방송

<아빠의 죽음, 그리고 베트남 새엄마의 수상한 행적>(167화, 5월6일) 편은 상당히 맥 빠지는 방송이었다. <제보자들> 167화는 국제결혼 중개업체와 개인의 불공정한 계약을 고발한 내용으로, 베트남 여성과 재혼한 한 남성의 죽음에 관한 의문을 파헤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제보자측은 부친의 사망에 대해 ‘시반이 형성된 곳이 이상하다’는 등 의문을 제기했지만, 부검 전문의의 설명으로 의혹은 해소됐다. 그럼에도 방송은 베트남 새엄마에 대한 수상한 행적을 계속 제기하며, ‘개인가방에 자물쇠를 걸어 놨다’, ‘청소를 하고 돈을 요구했다’ 등 이주여성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유가족 주장을 그대로 나열하였다. 그리고 나서야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불공정한 계약을 고발하는 내용이 나온다.

제작진은 제목은 물론 도입부에서부터 ‘베트남 여성이 고인에게 어떻게든 해를 입혔을 것’이라는 분위기를 풍겼지만 시신을 부검한 전문의는 방송 시작 5분 만에 단칼에 의혹을 부정했다. 시신 부검 전문의에 의해 의혹이 부정당했다면, 취재 과정에서 사실이 확인된 것이기 때문에 방송이 되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제목뿐 아니라 방송 진행과정에서 계속 ‘부정된 의혹’을 부각했다. 사망한 남성과 베트남 이주여성 이야기로 먼저 의문을 잔뜩 던지다 보니, 오히려 진짜 문제인 국제결혼중개업체와 개인의 불공정 계약 내용이 제대로 살아나기 힘들어졌다. 결국 이 방송은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로 의혹만 부추긴 셈이 됐다.

▲ 지난 5월6일 고인의 시신을 부검한 전문의가 부정한 의혹을 그대로 방송하는 ‘제보자들’ (일부 블러 처리함). 사진=KBS홈페이지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 지난 5월6일 고인의 시신을 부검한 전문의가 부정한 의혹을 그대로 방송하는 ‘제보자들’ (일부 블러 처리함). 사진=KBS홈페이지 다시보기 화면 갈무리

방송이 ‘흥신소’처럼… 불륜 문제 부각

<제보자들>은 불륜문제도 자주 다뤘다. 그러나 문제접근 방식과 시각에는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았다. <욕망의 민낯을 보다, 현실판 ‘부부의 세계’-우리 사회를 뒤흔든 질문 ‘불륜’>(168화, 5월13일)에서는 몇몇 불륜 의심사례를 다뤘다. 그런데 불륜의혹으로 제기된 대다수 내용이 관련자의 항변으로 끝났다. 부부 양측의 다툼이 진행 중인 사건을 취재했다는 뜻이다. 방송 중간부터는 ‘민간 정보업체’로 표현된 불륜추적 업체를 제작진이 따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배우자 불륜은 안타까운 사건일 수 있지만, 시사프로그램에서 흥신소 역할까지 해주며 개인 사생활을 취재하는 것이 적절할까. ‘제보자’ 입장에서 사건을 취재하는 프로그램의 특성 때문에, 방송에서 양측 주장의 균형은 쉽게 깨진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사건이라면 한 개인의 명예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될 수도 있다. 제작진들이 실제 불륜사례를 수집하고 싶었다면 이혼소송에서 ‘유책 배우자’로 인정된 불륜사건 중 사실관계가 확실한 사건을 다루는 게 좋았을 것이다. 실제 이날 방송분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반론보도문이 게재되었다.

<제보자들>은 이어 <현실판 ‘부부의 세계’ 못다한 이야기–행복해보였던 딸의 결혼생활, 그 뒤에 숨겨진 악몽 같은 진실>(171화, 6월3일)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후속편도 방영했다. 이날 방송은 남편 외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과 함께, 불특정 기혼남녀가 외도를 목적으로 모인다는 오픈채팅방의 실태를 자극적으로 중계했다. 방송 말미에 ‘스토리 헌터’로 나온 이정현 변호사는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위한 제도적 보완은 분명히 필요해 보였다”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라고 묻는다.

그러나 불륜을 다룬 두 편의 방송에서는 불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간통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시위대, 간통죄를 폐지하여 불륜이 늘었다는 주장 등 각자의 분노만 부각되었다. <제보자들>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시청자들의 판단을 돕는 불륜에 관한 통계나 법적 쟁점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진행자가 168화에서 잠시 불륜 상대방에게 위자료 소송을 걸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증거는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설명해준 것이 전부였다. 결국 두 편의 방송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 인기에 편승해 불륜 사건만 지나치게 자세히 다루고, 주제와 메시지는 뒷전에 밀린 결과가 됐다.

<제보자들>은 종영됐지만... 이런 ‘PD저널리즘’은 곤란

다양한 의문을 품은 제보는 언론에게 단비 같은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흥미롭다는 이유로 제보를 추적하는 과정이나 드러난 문제를 자극적으로 보여주는데 집중한다면 공영방송 프로그램으로서 걸맞지 않다. <제보자들>은 일명 ‘황금시간대’에 방영되었는데 과연 가족들이 저녁시간에 같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선정성이 강했다.

다양한 매체와 경쟁해야 한다는 사정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공영방송 KBS 위상과 역할에 거는 기대에 부응하려면 최소한 제보내용의 진위를 거르고, 어떤 주제를 다뤄야 할지는 사전에 판단해야 한다. <제보자들>이 모니터 기간 중 다룬 주제 중에는 범죄와 연루된 제보, 고발성 제보가 많았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이런 주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뉴스보다 더 좋은 보도가 되어 더 큰 영향력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황색 저널리즘으로 쉽게 전락할 수도 있다. 민언련 회원모임 방송모니터위원회가 모니터한 방송 중에는 부족한 사회안전망의 문제를 조명하거나 법적 대안 마련 등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하는,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할 방송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주제와 관련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과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 등에서 논리나 이성적 추론보다는 선정성과 자극성이 더 많이 두드러졌다. 4년 동안 방영된 <제보자들>의 종영이 아쉽지 않은 이유이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4월22일~6월24일 KBS2TV <제보자들> 165~1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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