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편집국이 관행적으로 쓰는 성차별적 용어를 성평등한 표현으로 바꿔 쓰자는 논의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노사편집위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을 “나도 당했다”라고 번역한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노사편집위는 사내 불공정 보도 등 문제를 논의하는 노사 공동 기구다. 

노측 위원들은 “여성계에선 ‘나도 당했다’는 번역이 폭력 사실만 남게 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나도 말한다’ 혹은 ‘나도 고발한다’ 등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연합뉴스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노측 위원들은 두 표현 중에서도 “‘나도 고발한다’ 경우 법적인 고소·고발이 연상된다”며 “미투는 법적 대응과 별개로 발화 자체에 의미가 있는 운동인 만큼 ‘나도 말한다’가 더 포용적이고 적절한 표현이다”라고 밝혔다. 

사측도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며 “현재 연합뉴스는 미투 번역에 ‘나도 당했다’, ‘나도 피해자다’, ‘나도 말한다’ 등을 혼용하는데, ‘나도 당했다’란 표현보다 ‘나도 말한다’, ‘나도 피해자다’라는 쪽이 미투운동 성격을 더 잘 반영한다고 생각된다”고 답했다. 

노측 위원들은 관행적으로 쓰고 있는 성차별적 용어 개선도 제안했다. 이를테면 결혼을 필수 조건으로 전제하는 미혼을 ‘비혼’으로, ‘아들을 낳는다’는 의미의 자궁을 ‘포궁’으로 바꿔쓰자는 제안이다. 마찬가지로 임신중지(낙태), 여성(주부), 상호결연(자매결연), 불법촬영(몰래카메라) 등 성 평등한 용어 예시도 들었다.

이들은 흔히 직업 앞에 붙이는 ‘여’라는 접두사도 꼭 써야 할 경우가 아니면 지양하자고 주장했다. 가치 판단이 개입된 소외계층, 우범지역, 결손가정 등 단어도 각각 취약계층, 취약지역, 한부모가정 등이라 고쳐 쓰자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 가운데 일부는 대중에 낯설어, 통신기사에 요구되는 가독성, 판독성 등 문제로 당장 도입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다”면서도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성인지 감수성을 지키고 성차별적 표기와 관련 기준을 정리하려고 노력하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측 위원은 이에 “데스크나 콘텐츠평가실 등에서도 여러 번 제기한 문제”라며 “두 사안 모두 기사 작성 및 데스킹 단계에서 좀더 세심한 관심을 갖고 대응하도록 부장이나 데스크를 통해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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