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이재용은 여론 눈치라도 보는데 ‘세습 언론’은 어떤가요”
“이재용은 여론 눈치라도 보는데 ‘세습 언론’은 어떤가요”
[인터뷰]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방정오 TV조선 이사 ‘배임’ 고발“선출 안된 권력 ‘언론사주’ 견제해야”

언론은 언론의 사각지대라는 말이 있다. 동종업계 비판을 삼가는 관행 때문에 언론계가 내부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최근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이 공백을 메꾸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세습 언론사’의 사익 편취 의혹을 감시 중이다.

지난 7~8월 언론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신고·고발 건만 2개다. TV조선과 TV조선 방정오 이사가 주요 고발 대상이다. 하 대표는 조선미디어그룹의 자금 흐름에서 시작해 매경미디어그룹에까지 감시의 눈을 넓혔다. 관련해 추가 고발도 여러 건 예고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하 대표를 만났다.

▲지난 8월3일 하승수 대표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차남인 방정오씨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하 대표 제공
▲지난 8월3일 하승수 대표와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차남인 방정오씨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하 대표 제공

 

TV조선 ‘공정거래 위반’·방정오 ‘배임’ 혐의로 고발

하 대표는 지난 7월 ‘조선방송’과 ‘하이그라운드’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에 신고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 지원이 주요 혐의다. 조선방송은 TV조선 채널을 운영하는 방송사다. 하이그라운드는 2018년부터 TV조선과 계약한 외주제작사다.

둘을 연결하는 인물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둘째 아들 방정오 조선방송(TV조선) 사내이사다. 2017년 5월 취임해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나 초등학생 딸이 운전기사에게 폭언 등 갑질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8년 11월 대표를 사퇴하고 등기이사로만 남았다. 방정오 이사는 하이그라운드 지배 주주이기도 하다.

이 하이그라운드의 최근 매출 대부분이 TV조선에서 나왔다. 2018년 총 매출 119여억원 중 110여억원(91.99%), 2019년 총 매출 193여억원 중 191억원 가량(98.96%)이다. 하 대표가 신용평가회사 자료를 열람한 결과 하이그라운드 2017년 매출액은 37여억원으로 추정됐다. 즉 방 이사가 TV조선 이사가 된 후 이 회사 매출액이 3배 넘게 증가했다.

하 대표는 ‘통행세’ 정황도 지적했다. 아무 역할이 없는 계열사를 거래 과정에 끼워 넣는 통행세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하이그라운드 경우 2018년 이후 TV조선을 통해 방영된 드라마 8편 중 6편(75%)을 다른 제작사와 공동제작했다. 인터넷매체 민중의소리가 2018~2019년 지상파 방송사 2곳과 종합편성채널 2곳에서 방영된 드라마 133편을 조사한 결과 공동제작 드라마는 30편(22%)에 불과했다. TV조선 공동제작 비율과 정반대다.

하이그라운드와 드라마를 공동제작한 한 제작사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하이그라운드 제작 기여도는 사실상 0%”라며 “편성권을 가진 TV조선과 연계돼 있다는 것 빼고는 경쟁력이 없는 회사”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제작사 관계자는 “TV조선 고위 관계자가 하이그라운드와 공동제작을 권유했다”고 증언했다.

▲서울 태평로 TV조선 본사. ⓒ민중의소리
▲서울 태평로 TV조선 본사. ⓒ민중의소리

 

빚 갚을 능력 없는 회사에 19억원 대출, 왜?

하 대표는 “이렇게 노골적일 줄 몰랐다”고 했다. 사주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가 놀랄 만큼 스스럼없다는 지적이다. 의혹은 감사보고서를 살피는 중 계속 발견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난 8월 추가 고발한 방정오 이사의 ‘업무상 배임’ 혐의다.

여기엔 또 다른 회사 ‘컵스빌리지’가 등장한다. 2014년 설립됐고 영·유아 영어 교육기관 등의 사업을 운영했다. 방 이사를 포함한 조선일보 임원들이 이 회사 임원을 겸직했다. 방 이사는 대표이사로 있다가 2017년 11월 사임했다. 스타일조선 이사였던 이석기씨가 현재 감사로 등재됐다. 조선일보 계열사 대표를 지냈던 양근만 전 조선일보 기자는 비상무이사로 있다.

하 대표는 방 이사가 컵스빌리지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사실을 알면서도 19억원의 거액을 빌려줬다고 고발했다. 먼저 컵스빌리지는 2014년 5월 1억9000만원을 ‘디지틀조선’으로부터 투자받았다. 방 이사는 당시 디지틀조선 등기이사였다. 디지틀조선의 이 주식 가치는 3년 후인 2017년 12월 사업보고서상 ‘0’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다음해인 2018년 하이그라운드는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주식 가치가 0으로 평가된 회사(컵스빌리지)에 19억원을 빌려줬다. 이 가운데 15억원은 2018년 말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쉽게 말해 회계 과목상 ‘받을 수 없는 돈’으로 분류한 것. 나머지 4여억원 잔액과 이자마저 2019년 말 대손충당금으로 잡혔다. 드라마 제작사 하이그라운드와 유치원을 운영한 컵스빌리진 간엔 사업적 연관성도 부족했다.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건물 앞에 있는 MBN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충무로 매일경제그룹 건물 앞에 있는 MBN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회사에서 역할하지 않았다”면서 퇴직금 36억원 받아

하 대표는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에게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외부감사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진 MBN(매일방송) 자본금 편법 충당 사건 관련해서다.

2011년 MBN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가 되기 위해 조건인 ‘최소 납입 자본금 3000억원’을 채우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 550여억원으로 자사주를 샀다. 그러나 최대 주주에 대한 지분 보유 한도는 30%였다. MBN은 지분 한도를 맞추기 위해 자사주를 직원들이 대출받아 투자한 것처럼 꾸몄다. 이 사실을 2012~2018년 말까지 재무제표에 공시하지 않았다. 자본시장법과 상법 위반으로 지난 7월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이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이 기소되지 않은 게 상식적으로 납득 됩니까?” 하 대표는 ‘검찰 봐주기 수사’를 말했다. 장대환 회장은 지난해 11월 사퇴 전까지 MBN 대표이사 및 회장을 지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금융감독원 증권선물위원회도 장 회장을 포함한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장 회장을 제외하고, 그의 아들인 장승준 MBN 대표이사와 그 외 임원 2명을 기소했다. 회삿돈 550억원이 동원됐는데 최고 경영 책임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 대표는 검찰이 기소 의지가 있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도 적용했을 것이라 말했다. 공무원·국가기관을 속여 직무집행을 방해한 때 성립하는 범죄다. MBN이 종편 사업자 승인을 주기적으로 심사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분식회계 등으로 속여 직무를 방해한 셈이다.

그가 ‘배임’까지 거론하는 이유는 장 회장이 가져간 퇴직금 36억원 때문이다. 장 회장은 이 사건으로 2019년 11월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퇴직금 36억원을 받았다. MBN 2019년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내용이다. 그런데 당시 MBN은 누적 결손금이 405억원에 달했다.

하 대표는 “뿐만 아니라 장 회장은 매일경제 대표이사도 겸직해 MBN의 순수 상근 대표도 아니며 퇴직금 산정식(평균임금×재임기간×지급률)을 봐도 지급률이 무려 6배다. 통상 퇴직금의 6배를 챙겼다”며 “도덕적 해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하 대표는 이어 “검찰에는 MBN에서 특별한 의사 결정 역할을 맡지 않았고 그래서 분식회계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면서 거액의 퇴직금은 챙겼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은 사람이 퇴직금 36억원을 챙긴 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사진=손가영 기자.
▲지난 1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사진=손가영 기자.

 

견제받지 않는 언론 집단은 민주주의 위협

“대조선을 상대로 괜찮으시겠어요?” 하 대표가 활동 중에 모 기자로부터 들은 우스갯소리다.하 대표는 이 말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족벌언론이 된 일부 대형 언론사들은 이미 견제·감시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특수 계급이 됐다”며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도 2001년이 마지막이다. 경찰, 검찰, 방통위 등 국가기관도 감시에 미온적이고, 언론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 대표는 경영권을 세습하면서 사익을 편취하는 거대 언론사 그룹에 “세습 자본주의의 아주 나쁜 행태를 답습한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보다 더 나쁘다. 이 부회장은 여론의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하는데 이들은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국가기관이 나서지 않으니 행동할 수 있는 개인들이 나섰다고 밝혔다. 장대환 회장을 포함해 추가 고발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공정위와 경찰에 (TV조선 등을) 신고·고발했으니 일단 조사엔 나설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주요 언론사의 회계 분석 작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20-09-17 18:23:24
"하 대표는 경영권을 세습하면서 사익을 편취하는 거대 언론사 그룹에 “세습 자본주의의 아주 나쁜 행태를 답습한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보다 더 나쁘다. 이 부회장은 여론의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하는데 이들은 그런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 "언론은 언론의 사각지대라는 말이 있다. 동종업계 비판을 삼가는 관행 때문에 언론계가 내부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 왜 공수처가 필요한지 그 이유를 알겠는가. 동종업계 비판 삼가는 정치/공무원/일반회사도 비슷하다. 이를 최대한 막는 방법은 감시와 견제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물론, 검찰이 제 역할을 한다면 필요 없겠지만, 검찰이 망가졌을 때(ex 정치검찰, 전관예우)는 그에 상응하는 견제기구가 꼭 필요하다.

놀면뭐하니 2020-09-17 16:59:52
눈치보면 세습해도 되는건가요..? 제목이 참 ㄱㄺ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