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6월 MBC본사와 대전MBC에 여성 아나운서만 프리랜서로 뽑아온 채용성차별 관행을 시정토록 권고한 뒤 회신 기한이 다가왔지만 대전MBC는 현재까지 수용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는 회신 만료일을 하루 앞둔 15일 시민 서명을 공개하고 사측에 인권위 권고 수용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15일 입장문을 내 “인권위가 결정문을 발표한 지 3개월이 지나 사측이 오는 16일까지 권고 수용 여부를 회신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이나 답변은 발표된 바 없다”며 “인권위가 1년여 조사 끝에 결정한 시정 권고를 MBC가 조건 없이 수용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6월17일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 등이 앞서 낸 진정에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대전MBC에) 신규 채용된 정규직 아나운서 4명이 모두 남성이고, 계약직 15명과 프리랜서 5명 등 비정규직에는 예외 없이 여성이 채용된 것은 오랜 기간 지속된 성차별 채용 관행의 결과”라며 대전MBC와 대주주 MBC 본사에 시정과 재발방지책 마련을 권고했다.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6월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며 대전MBC는 여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채용 성차별 관행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6월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며 대전MBC는 여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채용 성차별 관행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인권위는 “진정인들(유 아나운서 등)은 업무 내용 및 수행 방식을 봐도 형식상 프리랜서일 뿐, 사실상 근로자로서 남성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 업무를 수행했고 실질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대전MBC가 이들을 정규직 전환하고 진정 뒤 가한 불이익에 위로금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MBC본사에는 전국 지역계열사 채용 성차별 실태를 조사해 대책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대전MBC는 권고 직후 “동일 업무나 근로자 지위에 법적 다툼 소지가 있다”며 사실상 불수용 뜻을 밝힌 뒤 후속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MBC본사는 대전MBC에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라는 취지로 공문을 보내고 전국 지역계열사에도 유의하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 사진=대전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 제공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 사진=대전 오마이뉴스 장재완 기자 제공

공대위는 “대전MBC와 MBC본사는 여전히 유 아나운서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두 회사가 보인 행태는 공영방송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공대위는 “대전MBC가 지역 지상파 방송으로 공적 책임을 다할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의 조치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는 것”이라며 “용기 내 진정한 이유로 가해진 부당 업무배제와 직장 내 괴롭힘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유 아나운서는 지난해 6월 인권위 진정 직후부터 라디오프로그램 하나를 제외하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공대위는 “시민들이 현안 관련해 지난 7월 말부터 현재까지 약 1500여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많은 시민이 공영방송 MBC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채용 성차별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며 “MBC의 시정권고 수용을 바라며 서명한 1552명 시민의 목소리를 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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