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협회장 김동훈)가 ‘제8회 세계기자대회’를 지난 14일 개최한 가운데, 대회 둘째 날인 15일에는 각국 기자들과 ‘코로나19와 각국의 방역 상황 및 대응’을 토의했다. 이 행사에는 60개국 10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했고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열렸다. 
(관련 기사: 전 세계 기자들이 머리 맞댄 코로나 ‘가짜뉴스’ 토론회)

이날 소말리아 기자이자 전국언론인연합(NUSOJ) 정보인권부 사무총장인 카다르 아울 이스메일 기자는 자국에서 기자가 취재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공유했다. 그는 “소말리아는 기자들에게 위험한 나라 중 하나”라며 “공공 언론매체는 알샤바브(소말리아 극단주의 무장단체)와 정부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으며 모하메드 압둘라히 파르마조 대통령이 집권한 후 최소 8명의 기자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소말리아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와 관련 각 주가 보유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고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며 “연방 정부 보건인적자원부는 수도인 모가디슈에 지난 3월 기자들을 소집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설명했고, 장관은 코로나19 정보는 차관과 코로나 바이러스 대책위원회 대변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기자는 “기자들은 연방 정부를 통해 필요한 정보 획득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는 중요한 정보를 대중에게 알릴 수 없거나 어쩔 수 없이 보건부가 제공한 사전 녹화 비디오 클립과 진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 상황에서 소말리아 전국언론인연합은 안전 지침과 함께 500여명 이상 기자에게 안면 마스크, 손 소독제, 장갑 등 개인보호 장비를 제공했고, 기자들에게 직업정신과 책임 있는 보도를 유지하되 안전을 위협하는 활동을 삼가라고 지침을 발표했다.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의 '2020세계 기자대회'에서 각 국 기자들이 화상으로 연결된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의 '2020세계 기자대회'에서 각 국 기자들이 화상으로 연결된 모습. 사진=정민경 기자.

나이지리아의 경우 기자들이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지원금을 회계부정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일간 트러스트지 아부자의 아부바카 아담 아이브라힘 기획 편집장은 “위기관리에 수많은 자금이 투입된 점과 정부의 자금관리 부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자들은 바이러스 확산뿐 아니라 관련 자금이 개인 주머니로 사라지는지 주시했다”며 “기자들이 살펴본 결과 예상대로 회계상 불일치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아부바카 편집장은 “주지사가 뇌물을 받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던 카노주(나이지리아 북부에 있는 주)에서 예방 조치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지 않아 최초 환자가 기록된 이후 확진 사례가 순식간에 0에서 60건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주 정부의 일일 확진 증가와 진단검사 간의 불일치였다”며 “주 정부가 연방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챙기기 위해 수치를 조작하고 있었다. 지원금을 받자마자 확진자 수는 감소했고 주 정부의 봉쇄 조치도 완화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관련 언론이 과대보도를 하거나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사례도 보고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죽음을 소홀하게 여기는 듯한 언론 보도가 지적됐다. 

파키스탄의 라훌 아이자즈 프리랜서 작가는 “언론이 감염 사례에 대한 수치를 과대 보도하고 경각심을 심어 정부의 명령에 따르도록 했다”며 “다만 지난 몇 달 동안은 공격적인 보도의 수위를 낮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측 발제자로 나선 홍혜걸 의학채널 비온뒤 대표(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코로나 상황에서 언론의 분열이 있었다”며 “친정부 매체는 정부 방역 정책을 과도하게 칭찬하고 반정부 매체는 과도하게 흠집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스크만 해도 초기 물량이 모자랄 때 친정부 매체는 마스크를 며칠 동안 연속 사용해도 된다고 말하고, 반정부 매체는 매일 새것으로 갈아써야 하는데 마스크를 준비하지 않았다며 정부를 비판했다”며 “독자들도 언론에 따라 분열됐다. 충분히 제기해볼 만한 전문가 의견도 마음에 안 들면 댓글 달기나 전화 걸기 등을 통해 과도하게 인신을 공격했다”고 전했다.  

하임 이세로비치 마리브 국제부 특파원(이스라엘)은 코로나19를 보도하면서 “개개인의 이야기가 위기를 더 현실적으로 느끼게 한다”며 “안타까운 점은 1차 급증 때는 이스라엘 언론이 모든 사망자의 일화를 실었던 반면, 2차 급증 때는 단지 숫자만 보도해 (사망자들이) ‘이름없는 숫자’가 됐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의 기자는 바이러스 정보를 전달하는 일부 보고서가 ‘낙인찍기’나 정치적 색채를 띠었다며 증오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첸 잉춘 차이나 데일리 선임기자(중국)는 “세계적 전염병과 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적 협력”이라며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후 많은 보고서들이 세계보건기구(WHO)를 공격하고 ‘바이러스 낙인찍기’와 같이 정치적 색깔을 띠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보고서들은 국가와 사람들 사이에 증오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전염병을 봉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