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최근 첫 선보인 예능 프로그램 ‘돈벌래’가 부동산 투기 조장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제작진은 ‘공공재 성격과 자산가치를 모두 소개하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방영분을 보면 개발구역 등 시세차익을 올릴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춰 일각에선 공영방송 소임을 거슬러 투기 바람에 일조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돈벌래는 11일 저녁 ‘부동산 현장학습 토크쇼’, ‘부동산 지식교양 프로그램’을 자처하며 파일럿 방송을 내보냈다. 프로그램은 도입부에서 “한국의 주된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을 지키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프로그램 의도를 밝혔다. 방송인 김구라와 탤런트 이유리, 김경민 부동산 전문가가 MC로 출연했다. 출연진은 첫 방송에서 서울 용산구를 ‘개발 천국’으로 꼽고 정비창‧땡땡거리‧후암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개발 등 시세차익이 점쳐지는 구역을 소개했다.

프로그램은 전반적으로 투기 목적의 부동산 정보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파일럿 방송에선 도입부터 말미까지 해당 지역을 ‘개발 호재’라 강조하는 자막이 수차례 떠올랐다. 왼쪽 상단에는 ‘꿈틀꿈틀 개발천국 용산’, ‘평당 0억? 땡땡거리’ 등 소개 자막을 띄웠다. 용산이 지역구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를 소개하는 대목에선 부촌과 기찻길 일대를 차례로 비추며 “부촌과 개발 필요 지역이 공존”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가 정비창 주변 지역에 투기를 막기 위해 시행된 토지거래 허가제를 언급하면서는 “리스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MBC가 최근 첫방송한 예능 프로그램 ‘돈벌래’ 갈무리.
▲MBC가 최근 첫방송한 예능 프로그램 ‘돈벌래’ 갈무리.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된 뒤 ‘이미 심각한 부동산 투기바람에 올라타 이른바 부동산 불패신화에 일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 방송사가 부동산 거래를 위한 정보제공을 목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내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현주 주거권네트워크 간사는 통화에서 “대한민국에 사는 이들이 현재 집값 폭등으로 고통 받고, 정부가 대책을 내놔도 잡히지 않는 국면에 이 같은 방송이 나와 놀랐다”고 했다. 

박 간사는 “땅과 집을 투자 대상이자 자산으로만 얘기하면, 자산이 있는 이들만 소득을 얻는다. 쪽방촌과 노숙인, 청년주거 문제가 극심한 상황에 방송사가 집을 이용해 불로소득을 올리는 방법을 소개하는 건 불평등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주거권이라는 종합적 관점에서도 부적절하다”고 우려했다.

기획 단계부터 공영방송 소임을 거슬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통화에서 “한국사회에서 부동산은 아주 민감한 사회문제다. 공영방송은 부동산 투기과열이나 지역 격차를 비판해야 하는데, 이와 반대로 부동산 시장 거품을 조장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고 말했다. 권 활동가는 “공영언론이라면 개발 호재 지역이 아닌 낙후 지역에, 또 집의 개발 가능성이 아니라 거기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MBC가 최근 첫방송한 예능 프로그램 ‘돈벌래’ 갈무리.
▲MBC가 최근 첫방송한 예능 프로그램 ‘돈벌래’ 갈무리.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방송 프로그램이 시세차익 노리는 투기 바람에 편승한다는 문제도 있지만,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이로 인한 투기 바람이 얼마나 심하기에 예능화에 이르렀을까를 들여다보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도 불편하다는 시청평이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SNS에 “이 프로의 취지가 뭘까? 평당 1억 이야기를 쉽게 내뱉으며 부동산업자의 투자 의견을 듣고, 용산에 집 있는 연예인이 나와서 개발해야 한다 하고, 교수님까지 나온다. 도대체 무슨 목적의 프로지”라고 평을 남겼다. 또다른 이용자는 “부동산 불로소득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공영방송이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연출을 맡는 서정문 PD는 “부동산은 공공재와 투자 자산의 성격을 모두 지닌다. 두 가지 시각 가운데 하나를 무시할 수 없고, 후자를 비추는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비어있다고 봤다”며 “유튜브에 쏟아지는 부동산 관련 콘텐츠에 사람들 관심이 많다. 공공재이자 자산으로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서 PD는 해당 프로그램이 결과적으로 부동산 투기 거품에 일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부동산 가격을 띄우려는 의도는 아니다. 나 역시 무주택자”라며 “2화에서는 실거주자들이 부동산 시장에서 겪는 정보 비대칭성 해소에 초점을 맞추려고 작업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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