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털 나고 이런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부산MBC 김동현 아나운서의 말이다. 두차례에 걸친 부산MBC의 유튜브 재난방송이 각각 32만, 47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 받았다. 하이선을 다룬 재난방송은 유튜브 인기영상에 오르기도 했다. 1인 토크 방송처럼 하얀 배경 앞에 아나운서 혼자 앉아 카카오톡, 유튜브를 통한 시청자 제보를 읽고 시청자들이 보낸 영상을 틀고, 소통했다.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긍정적 반응이 많았다. 추천수가 많은 댓글을 보면 “서울 아니라고 관심도 안 가지는데 그나마 부산MBC에서 실시간 방송해주셔서 감사해요.” “오랜 시간 진행해주신 아나운서님께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새벽에 무서워서 잠 못잤는데 이거보면서 버텼네요ㅎㅎㅎ 좋은방송 감사합니다.” “와 6시간 동안 실시간 ㄷㄷ.....” “KBS는 재난방송 주관사라는데 부산MBC가 훨씬 낫네요..!” “부산 엠비씨! 응원합니다! 구독 눌렀어요!!” 등이다. 

언론을 향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어떻게 이례적인 평가를 받게 된 걸까. 부산MBC 유튜브 재난방송을 제작한 가경욱 부산MBC MCN스튜디오 담당 부장과 김동현 아나운서를 지난 11일 전화 인터뷰했다. 

▲ 부산MBC 유튜브 재난방송 갈무리.
▲ 부산MBC 유튜브 재난방송 갈무리.
▲ 부산MBC 유튜브 재난방송 갈무리.
▲ 부산MBC 유튜브 재난방송 갈무리.

- 유튜브를 통한 재난방송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가경욱= 지역방송이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편성권 없다는 게 핑계 아닌 핑계이지만 지난 집중 호우 때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당시 뉴스특보를 하긴 했지만 비가 계속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이 답답해하셨다. 정규방송이 아니라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동현= 지역에 있는 분들조차도 지역방송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신다. 지역 자체 편성을 하면 서울 방송을 왜 끊어먹냐고 하신다. 지역을 위한 방송을 고민하면서 기획했다. 사실 제보가 올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보통 우리가 생방송을 유튜브 라이브로도 틀면 50명 정도 동시 접속한다. 내용 채우기 어려울 거 같아 사원들이 줌을 통해 자신의 집 근처를 보여주자고 준비했는데 막상 방송을 하니 많은 분들이 댓글을 통해 제보 남겨 주셨다. 사원들 줌 교육까지 했는데 사원들 영상을 틀 겨를이 없었다.

- 여러 지역에서 방송을 시청한 거 같다.

김동현= 태풍이 부산에 상륙하기 전에 포항과 울산 분들이 ‘지금 우리 지역이 깨지고 있다’고 제보 영상 보내주셨다.  이어 창원, 김해, 대구 등 각지에서 제보 남겨주셨다. 라이브를 계속 하니 이동경로에 따라 광역화가 된 거다. 특히 이 날은 ‘부산을 스치듯 지나간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태풍 반경이 커서 창문 깨지고 침수되는 등 피해가 커서 주목도가 높아진 거 같다. 서울 등 타지에 계시면서 가족이 부울경 지역에 있는 분들도 가족이 걱정돼 많이 접속하셨다. 타지 분이 채팅으로 지역 상황을 물으면 그 지역 시민이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다.

-  유튜브 재난방송의 장점은 무엇인가.

김동현= 편성에 차이가 있었다. 두 방송을 각각 3시간, 7시간 가량 진행할 수 있었다. TV방송은 라이브로 해도 준비된 순서가 있다. ‘부산 연결합니다’ ‘창원 연결합니다’ 식으로 리포팅 순서 맞추다 보면 스튜디오에서 “심각하다면서요”라고 말을 건네지만 정작 현장에선 바람 한 점 없을 때가 있다. 반면 유튜브에선 독자들이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상황을 바로바로 전해줄 수 있다. 시간 제약이 없으니 더 자세하게 알려줄 수 있다. 이해가 쉽게 주변에 있는 가게 이름을 말할 수도 있다. 보다 밀착되게 방송할 수 있었다.

가경욱= “기존 방송이라면 서울에 피해가 있으면 상세하게 알려주지만 지역은 잠깐 보여주고 말텐데”라는 반응이 많았다. 정규 방송에선 여러 지역을 잠깐씩 보여주니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을 수 없는데 우리는 한 지역에 집중할 수 있었다.

- 정보 제공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측면’에서 만족하는 분들이 많았다.

김동현= 지상파 화면조정 할 시간에도 계속 자리를 지켰다. 제보를 읽고 보내주신 사진과 영상을 틀고, 함께 한숨 쉬고, 무섭다는 말에 공감했는데 그 자체를 높게 평가해주셨다. ‘어려울 때 너희가 함께 있어서 고마웠다’는 말씀이 기억에 난다. 공황장애가 있는데 6시간 동안 보면서 버틸 수 있었다고 말씀 주신 분도 있다. 

가경욱= 혼자 밤을 지새면서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았다. 1인 가구가 많아진 건 알았지만 재난 상황에서 1인 가구가 느끼는 불안을 예상하지 못했다. 

▲ 김동현 아나운서(왼쪽)와 가경욱 부장. 사진=부산MBC 제공.
▲ 김동현 아나운서(왼쪽)와 가경욱 부장. 사진=부산MBC 제공.

- 지역방송 인력이 부족할 텐데, 방송하기 힘들지 않았나.

김동현= 사람이 없는데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시민들의 힘으로 틈이 메워졌다. 시민들이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대해 더 잘 알고, 가장 위험한 곳을 동영상으로 제보했다. 우리가 유튜브 방송을 만들 때 그럴싸한 걸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옛날 언론인의 한계였다는 걸 느꼈다. 

- 하이선 때 새벽 늦게까지 방송하고 아침방송에 들어갔다.

김동현= 새벽까지 진행하다가 아침 방송 들어간다고 하니 다들 감사하다고 말씀하시고 응원해주시더라. 지금까지 이렇게 격려와 응원을 받으면서 방송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형언할 수 없는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나 방송하는 사람이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가경욱= 시대는 바뀌었는데 지상파는 아직 단방향 서비스라는 한계를 느꼈다. 정보만 제공하면 끝이 아니라 시청자들과 호흡해야 한다. 여러 측면에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장을 고민하겠다.

김동현= 겸손해지게 되더라. 언론인으로서 무언가를 파헤치고 알려야 한다는 데만 주목했는데, 막상 해보니 장을 만들고 얘기를 듣고, 교감하고, 소통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방송이 외면 받는 게 ‘지역의 어젠다를 제시 못해서’라는 말이 있는데, 지역민들의 관심사에 주목하지 않은 게 더 큰 문제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대로 끌려가면 되는데, 너무 우리가 끌고 가려고 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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