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을 주장해 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기본주택과 기본대출 등 이른바 ‘기본시리즈’를 내놓는 가운데 정의당에서 이 지사와 대립구도를 만들며 기본자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이 지사가 진보 의제를 선점하며 여권 내에서도 차별화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사실상 정의당이 이 지사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김종철 정의당 당대표 후보는 지난 13일 유세연설에서 “이 지사는 거의 어떤 정치인도 기본소득을 고민하지 않을 때 성남시장으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을 주장했다”며 “물론 기본소득보다 자영업자까지 포괄하는 전국민고용보험이 훨씬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지사의 과감함이 이제 정의당에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의당은 지난 9일 모든 취업자를 고용보험 대상으로 전면 확대하는 내용의 전국민 고용·소득 보험제를 당론으로 발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총선에서 진보당(옛 민중당)에서도 전국민고용보험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문재인 대통령도 ‘전국민고용보험’이란 이름으로 고용보험 적용범위 확대를 언급하는 등 여타 정치세력이 이 의제를 선점한 측면이 있어 반향이 크진 않았다. 

▲ 김종철 정의당 당대표 후보. 사진=김종철 후보 페이스북
▲ 김종철 정의당 당대표 후보. 사진=김종철 후보 페이스북

 

상대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감받을 만한 새 의제를 던지지 못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전통적 수준의 소극적 개혁에 머물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국민들은 민주당의 이러한 보수화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재명과 정의당의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김 후보는 주장했다. 

이에 김 후보는 기본자산제도 실시를 주장했다. 이는 지난 대선때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공약, 21대 총선 당시 정의당의 공약이기도 했다. 정의당은 총선에서 만 20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서 각 3000만원의 자산을 국가가 지급하고 양육시설 퇴소자 등 부모가 없는 청년에게는 최고 5000만원까지 지급할 것을 공약했다. 기본소득이 매달 소액을 지급한다면 기본자산은 목돈을 한번에 지급해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이가 있다. 

김 후보는 “세계적인 석학 토마 피케티는 앞으로 세계는 소득불평등보다도 자산불평등이 더 문제가 될 것이라며 유럽연합의 모든 청년들에게 1억5000만원 가량의 기본자산을 주자고 제안했다”며 기본자산 필요성을 주장했다. 

총선 이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기본소득을 강조하며 각 정치세력들이 대표 정책을 내건 가운데 정의당은 경제·민생 관련해 이렇다 할 대표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

 

최근 이 지사는 기본소득뿐 아니라 기본주택과 기본대출을 주장하며 연일 새로운 정책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라면 조건없이 공공임대주택에서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고 기본대출은 서민들에게도 1~2% 장리저리대출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 복지대상자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진 정책이다. 기본주택은 최근 이슈가 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재명식 대안 성격이 있고, 기본대출은 여당 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는 정책이다. 

정의당 당대표 선거는 오는 23일부터 진행한다.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기본자산을 비롯해 진보정당에 걸맞는 정책논쟁을 벌여 이 지사와 유의미한 대결구도를 만들지, 아니면 기본자산으로 운을 뗐지만 용두사미로 끝날지, 관전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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