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저가 요금제인 ‘보편요금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논의를 배제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여당이 재난지원 명목으로 통신비 2만원 지급을 추진하는 가운데 통신비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21대 국회에서 보편요금제 법안을 통과해 중저가 요금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민생경제연구소·소비자시민모임·한국소비자연맹 등은 지난 11일 논평을 내고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첫 전체회의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됐으나 정작 지난 10일 열린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 소위원회 논의 안건에서는 제외됐다”며 “보편요금제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논의된 만큼 지체없이 논의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보편요금제는 전기통신사업의 건전한 발전과 이용자 편의를 도모해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1조에 따라 국민들이 공평하고 저렴한 요금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8년 6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지만 이동통신사의 자율권 침해 반발 등으로 논의가 중단돼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참여연대 등은 “5G 상용화로 LTE에 비해 저가요금제 이용자에 대한 차별이 더 심해지고 요금도 최소 1~2만원 이상 더 비싸진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상용화 후 1년이 넘도록 이용자 요금 부담과 불편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편요금제 도입 필요성은 LTE 때보다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5G 요금제는 최저 요금 구간인 5만5000원(데이터 8~9GB)요금제와 그 다음 요금 구간인 7만5000원(150~200GB)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 차이가 약 20배, 1GB당 요금은 12배에 달한다”며 저가요금제 이용자가 더 차별 받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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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사진=pixabay

이에 “보편요금제를 통해 5만5000원대 요금제의 데이터 차별 문제를 완화하고 2~4만원대에 10~100GB 내외의 중저가요금제 경쟁을 촉발한다면, 소비자들 선택권이 확대하고 이동통신도 기간통신서비스로서 공공성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사들은 5G 시설투자비 부담을 이유로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거부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올해 4조원 투자를 약속했던 이통3사는 작년 동기간보다도 적은 3조4000억원의 시설투자 비용을 상반기에 집행한 것에 그쳐 5G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반면 이통3사 영업이익은 코로나19로 모든 경제가 멈춘 상황에서도 전년대비 9.7%나 오른 1조6000억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보편요금제 도입만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완전히 사그라질지 의문이다. 

현재 5G 중 가장 저렴한 5만5000원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월 기준)는 각각 SKT 9GB, KT 8GB, LG유플러스 9GB다. 하지만 8~9GB로는 메신저나 인터넷 검색 등 기본적 서비스를 사용할 수준이고 5G 혜택을 볼 수 있는 고화질 영상 시청 등에는 한계가 있다. 즉 4만원대 5G 요금제가 나오더라도 정작 5G 서비스를 누리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선 5G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것과 함께 실질적 통신비 인하를 동반해야 보편요금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는 것이다. 

여당에서 긴급재난지원 명목으로 통신비 지원을 결정해 통신비 부담 경감 필요성을 인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편요금제 도입이 국회에서는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과기정통부에서 추진하는 법안에 여당이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국회 과방위 소속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5월 국회 노력으로 요금인가제를 폐지했고 또 시장 경쟁으로 요금을 인하한다는 게 정부 정책 방향이었는데, 보편요금제를 다시 도입하겠다고 (정부가) 안을 냈다”며 “알뜰폰 시장에서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오히려 더 싼 요금제를 시장에서 만들고 있는데 왜 보편요금제가 다시 얘기되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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