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설리 다룬 MBC 다큐멘터리만 문제였을까
설리 다룬 MBC 다큐멘터리만 문제였을까
[비평] 다큐 다룬 언론, ‘논란 중계’ ‘비판하는 척 클릭 장사’ ‘커뮤니티 받아쓰기’ ‘무관한 이슈 엮기’ 문제 반복

“설리 기사 쏟아낼 땐 언제고 ‘악플’만 문제?” 

2019년 10월 미디어오늘 기사 제목이다. 설리의 극단적 선택 이후 언론은 일제히 ‘악플’에 주목했다. 그러면서도 ‘악플’을 달게 유도한 자사 연예 기사에 반성은 없었다. 

9월10일 MBC 다큐플렉스 ‘설리’편이 방영돼 논란이 됐다. 설리 어머니의 시점에서 설리 연인이었던 래퍼 최자를 언급한 대목은 ‘굳이 필요했나’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최자 입장을 전할 수 없었다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편집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설리가 겪은 고통에 주목하면서도 사회 시스템 문제로 나아가지 않는 전개에도 의문이 든다.

다만 이 다큐멘터리만이 문제인 건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전반적으로 설리가 겪었던 고통을 다뤘는데 유독 ‘최자’와 연애 사실에 대한 내용을 하이라이트처럼 부각한 건 언론이었다. 포털 네이버 기준 9월10일부터 12일 오후 3시까지 이 프로그램 관련 기사는 416건이다. 이 가운데 ‘최자’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는 333건이다. 언론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왜 유독 ‘최자’에 주목해야 했을까? 주목 받을 만한 이슈에 기사를 쏟아낸 건 아닌지 의문이다.

▲  설리를 다룬 MBC 다큐멘터리 '다큐플렉스' 이슈에 주목한 스포츠조선.
▲ 설리를 다룬 MBC 다큐멘터리 '다큐플렉스' 이슈에 주목한 스포츠조선.

특히 비판하는 듯 하면서 주목을 끄는 데 혈안이 된 기사가 적지 않았다. 일간스포츠의 “‘최자 XX해라!’ 설리 다큐 후 최자 SNS에 쏟아지는 악플… 2차 가해 심각” 기사는 악플 문제를 지적하면서 불필요하게 자극적 제목을 썼다. “‘악플 달아야만 속이 후련했냐’… 최자, ‘故설리 다큐’에 억울한 마녀사냥”(OSEN) 기사 본문에는 ‘속이 후련했냐’와 같은 내용이 없다. 밈으로 활용되는 영화 속 대사를 기사 제목에 쓴 것이다. “‘먹고하고자고 좀 내려주세요’ 故 설리 다큐 후 쏟아진 댓글”(국민일보) 기사 역시 악플러들이 지적하는 노래 제목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

일부 언론이 이번 사안을 클릭 장사 수단으로 본다는 점은 ‘비프리’를 언급한 기사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개코가 다큐멘터리를 보고 화가 난다고 비판한 가운데 다른 래퍼인 비프리가 개코에게 “나는 형이 내 피처링 필요할 때만 연락되고 피처링은 안 쓴 이후 내가 피처링을 부탁할 때는 연락이 안 되는 게 더 화가 난다”는 댓글을 썼다.

그러자 “비프리, 개코가 故 설리 다큐에 분노하자 일침 날렸다”(위키트리) “개코, 최자 다룬 ‘설리 다큐’에 불편한 심기…비프리 일침 날려”(스포츠동아) 등 기사가 나왔다. 이번 다큐멘터리와 무관한 내용이지만 기사 제목에 ‘비프리’, ‘개코’, ‘설리’ 등 키워드를 엮으며 주목을 끄는 기사다. 

다큐 전반을 클릭 장사 수단으로 만든 듯한 보도도 적지 않다. “‘다큐 플렉스’ 故 설리 편, 굳이 ‘이 장면’을 넣었어야 했나요?”(위키트리) 기사는 다큐 속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문제가 된 장면’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관련 이미지로 채웠다. 설리 지인이 설리 어머니를 비판하는 게시글도 언론이 받아 쓰고 있다. “‘어머님이 한 짓, 증거도 있다’ 격분한 故 설리 친구, 싹 다 밝혔다”(위키트리) 기사가 대표적이다. 맞는 지적일 수 있지만 이 같은 커뮤니티 받아쓰기 보도는 ‘취재’ 행위가 없어 잘못된 사실을 전할 가능성이 크다.

▲ 다큐멘터리 속 언론 문제를 지적한 대목.
▲ MBC '다큐플렉스'에서 소셜미디어 속 일상을 논란으로 만드는 기사를 지적한 대목.
▲ MBC '다큐플렉스'에서 언론 문제를 지적하는 대목.
▲ MBC '다큐플렉스'에서 언론 문제를 지적하는 대목.

다큐멘터리 속에 주목이 필요한 대목은 따로 있다. 방송에서 하재근 평론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사진을 올렸을 뿐인데 일상 사진을, 기자들이 항상 지켜보고 있으면서 계속 기사를 올렸다. 이게 댓글 클릭수 장사가 된다. 포털이 항상 메인에 걸었다. SNS 사생활이 날마다 감시당하고 온 국민에 의해 조리돌림 당하는 듯한, 일부 언론 매체와 포털에 의해 그런 양상이 됐다.” 설리의 어머니 역시 “조금만 잘못해도 돌 던지는 기사”를 지적했다.

이번 논란을 다루는 언론은 과거 설리 이슈를 어떻게 다뤘을까. 악플을 비판한 일간스포츠는 과거 “설리, 노브라 운동… 설마 SNS 전략인가?” 기사를 통해 “에프엑스 출신 배우 설리가 SNS 라이브 방송에서 가슴을 노출한 사건이 논란”이라고 하는 등 문제가 된 기사를 쓴 언론 가운데 하나였다. 위키트리, OSEN 등 다른 매체 역시 논란을 만들고 키웠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큐멘터리에 문제와 논란의 소지가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논란 중계’, ‘비판하는 듯 하면서 자극적인 내용 전달’, ‘커뮤니티 받아쓰기’, ‘무관한 이슈 엮기’ 등 일부 언론 행태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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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9-12 21:30:44
"'비판하는 듯 하면서 자극적인 내용 전달', ‘커뮤니티 받아쓰기’, ‘무관한 이슈 엮기’ 등 일부 언론 행태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 아닐까." <<< 정의로운척하면서 선택적 수사/기소/판결/보도가 이와 같다. 기자 중에 이걸 느끼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단지 예전부터 말했지만, 대주주(재벌/대기업/건설회사/기득권/우리사주조합<집단의 이익이 최우선>)의 족쇄(초고속 승진, 잘못됐을 때 다른 곳 직업소개)에 차인 언론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서로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비판하는 척하면서 이슈(회사의 이익, 네티즌 체류시간)를 노린다. 대주주에 의해 지배되며, 그 밑에 있는 기자들이 서로 끝없이 비난하는 상황. 내가 언론사(대주주의 지나친 탐욕)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요구하는 이유다.

이번주 2020-09-13 19:39:03
설리란 아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데 다큐를 보니
애미가 문제가 있드만
애미가 애를 잡았어